[K리그 돋보기] 시민구단 선후배 혈투, 이것이 명승부다
입력 : 2012.06.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상위권, 오랜 앙숙간 대결이 반드시 최고일 수 없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경기가 되어 실망감을 안길 때가 있다.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경기가 의외로 대박을 친다. 27일 2-2로 끝난 시민구단 선후배 대전 시티즌과 대구FC의 일전은 네 골, 박진감, 집중력 등이 최고 수준이었다. 영화로 치면 관람료가 아깝지 않은 걸작이다.

#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유로 2012에서 스페인의 제로톱 전술이 성황을 이루는 시기에 대전과 대구는 본연의 축구 스타일을 유감없이 뽐냈다. 대전은 최근 상승세와 홈경기를 감안해 공격에 비중을 두고 빠른 템포로 상대를 몰아쳤다. 김형범의 물오른 킥 감각과 K리그 최고의 타겟맨 케빈 오리스의 포스트 플레이를 주무기로 사용했다. 대구는 브라질 선수를 중심으로 짧고 간결한 패스 플레이로 볼 점유율을 높였다. 삼바와 토종 축구가 결합되어 빠르면서 우직한 축구를 펼쳤다. 전혀 다른 두 색깔의 충돌은 의외의 결과를 만들었다. 양 팀은 90분 내내 온 그라운드에서 공방을 펼쳤다. 박진감이 넘쳤다. 적은 관중에도 경기 내용만으로 흥미를 끄는 흔치 않은 경기였다. 양 팀 관계자 입에선 “오늘 경기 정말 재밌다”라는 말이 나왔다.

# 확실한 ‘기브 앤 테이크’
과정도 충실했다. 전반 5분 지넬손 코너킥에 이은 유경렬의 헤딩골로 대구가 앞섰지만, 11분 김형범이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서로 잽을 주고 받은 상황에서 전반 33분 레안드리뉴와 지넬손의 환상 호흡에 이은 지넬손의 오른발 골로 대전이 휘청거렸다. 그러나 공격 일변도로 돌변한 대전은 후반 7분 케빈의 헤딩골로 재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후반 40분 이후에도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케빈의 헤딩슛이 크로스바 위로 살짝 뜨고, 대구 송제헌의 왼발 슈팅이 김선규에 막혔다. 케빈의 연이은 헤딩슛이 이번에도 골문을 외면했고, 송제헌의 터닝슛은 이번에도 김선규에 막혔다. 대전 김동희의 오버헤드킥은 수비에 맞고 굴절됐고, 대구의 마지막 코너킥이 대구 선수의 머리에 빗맞았다. 사흘에 한번 꼴로 경기가 열리는 빡빡한 일정에도 양 팀 선수들은 높은 집중력을 선보였다.

# 김형범 20-20, 지넬손 K리그 데뷔골
기록 경신은 두 팀의 명승부를 빛냈다. 전북에서 임대온 김형범은 1골 1도움을 기록해 프로 데뷔 9년 만에 20(골)-20(도움) 고지를 밟았다. 오랜 부상으로 선수 생활 위기를 맞았던 그이기에 최근 상승세와 기록 경신은 의미가 컸다. 김형범은 공격 포인트뿐 아니라 한 차원 다른 축구 실력으로 경기장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대구 지넬손은 K리그 데뷔골을 이날 작성했다. 올 시즌 K리그 입성 이래 리그 개막 후 근 3개월 만에 골문을 열었다. 대구 모아시르 감독은 “지넬손은 다른 선수보다 적응기간이 길었다. 부산전에서 드리블로 득점을 돕고, 오늘 플레이메이커로서 골도 넣었다. 본인이 이곳에 온 이유를 잘 아는 만큼 앞으로 더 좋아지리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양 구단은 흥미로운 기록을 썼다. 최근 5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지독한 ‘무행진’을 이어갔다.

# 판정 놓고 입심 대결
선수들은 발과 이마로 경쟁했고 양팀 감독은 입심 대결을 펼쳤다. 모아시르 감독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전반 11분 수비수 김기희가 수비 진영 사이드라인 부근에서 부상으로 넘어진 상황이었지만, 주심이 경기를 중단하지 않고 속개해 결국 실점으로 이어진 것에 대해 항의했다. 그는 “선수가 크게 다쳐야 경기를 중단할 것인가”라고 인상을 찌푸렸다. 케빈의 파울성 플레이에도 관대한 판정을 내렸다며 얼굴을 붉혔다. 대전 유상철 감독이 맞받아쳤다. 그는 “접촉이 없는데 쓰러졌고, 그 장소가 상대 골문에 가까웠다”라며 선수들의 행동을 변호했다. 같은 무승부에도 모아시르 감독은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고, 유상철 감독은 여유롭게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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