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의 눈] 축구 감독은 고달프고 외롭다
입력 : 2012.07.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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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광주] 홍재민 기자= 책임자는 늘 외롭고 힘겹다. 팀 성적을 책임져야 하는 프로축구 감독의 스트레스는 상상초월이다. 심박수가 경기에서 뛰는 선수보다 감독이 더 높게 나왔다는 검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26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두 명의 감독과 만났다. 광주 FC의 최만희 감독과 수원 블루윙즈의 윤성효 감독이었다. 시민구단과 대기업 구단, 순위표 위와 아래라는 대조적인 입장의 두 인물이다. 그러나 두 명 모두 검게 그을린 얼굴색과 걱정 가득한 눈빛 그리고 근심이 뚝뚝 떨어질 듯한 표정이었다.

최만희 감독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젊은 선수들을 너무 안타까워했다. 서울전, 울산전 등 “거기서 코너킥만 안 줬어도”, “마지막을 버티지 못하고”라며 속상해했다. 같은 상황을 몇 번이나 말하면서 무거운 아쉬움을 토해냈다. 누구보다 힘들고 괴로운 본심을 선수들 앞에서는 내보이면 안 된다는 감독으로서의 고뇌가 최만희 감독의 두 어깨를 더 짓눌렀다.

광주보다 두 배 이상 승점을 딴 수원의 윤성효 감독은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 그는 요즘 매 경기 팬들로부터 퇴진 구호를 듣는다. 최근 이어진 최악의 부진 탓에 입지가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윤성효 감독은 “팀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크다 보니 그런 것 같다”라며 희미한 미소로 대답했다. 순위에 대해선 “어차피 스플릿 이후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틀린 말인가? 아니다. 다 맞는 말이다.

두 감독 공히 이날 경기 중에 한번쯤 웃을 수 있었다. 전반 11분 박종진의 선제골이 터지자 수원 선수들은 다 함께 벤치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윤성효 감독을 가운데에 두고 서로의 어깨를 두들기며 격려했다. 항간에 떠도는 ‘내분설’에 대한 멋진 화답 제스처였다. 광주의 최만희 감독도 전반 44분 이승기가 페널티킥 역전골을 터트리는 순간 활짝 웃을 수 있었다. 강팀 수원에 한 골 뒤진 상황을 뒤집었으니 감독으로선 선수들이 한없이 대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쁨은 너무나 짧았다. 정말 두 감독은 그 짧은 순간만 빼고는 온 세상의 짐을 몽땅 짊어져야 했다. 어둡고 무겁고 고민스러운 마음으로 내내 있어야 했다.

경기 중 기자석에서 두 감독의 뒷모습을 봤다. 최만희 감독은 사이드라인 바로 앞에서 선수들에게 열심히 지시를 내렸다. 열정적이라기보다 애타는 모습이었다. 윤성효 감독은 주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떤 표정인지 안 봐도 뻔히 짐작이 갔다. “왜 저렇게 안될까?”라는 듯한 눈빛과 깊어지는 주름이 움푹 패인 얼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지없이 이날도 경기가 끝나자 팬들로부터 “퇴진”이란 단어를 들어야 했다. 수원 서포터는 “존중 없인 응원도 없다”라는 문구가 적힌 걸개와 함께 인사하는 선수들에게 묵묵부답만 되돌려 보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윤성효 감독이 먼저 들어왔고, 이후 최만희 감독이 경기 관련 질문에 응했다. 두 감독 모두 같은 말을 했다. 윤성효 감독은 “선수들은 흔들림 없이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고, 최만희 감독은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선수들을 먼저 다독였다. 하지만 아무도 두 감독을 다독여주는 사람은 없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퇴장하는 두 감독을 향해 취재진이 건넨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뿐이었다.

감독은 외롭다. 고달프다. 잉글랜드 프로축구(1~4부, 92개 팀)에서 축구 감독의 평균 임기가 2년밖에 되지 않는다. 지도자 교육에서 통상적으로 말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최소한 3년이 필요하다”는 말은 공염불이다. K리그에서는 그나마 감독들의 목숨이 조금 더 긴 편이지만, 스트레스의 무게는 매한가지다. 우승 경쟁팀이든 하위 탈출 사투팀이든 감독은 힘들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던 광주와 수원의 K리그 23라운드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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