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EPL 모델' 스틸야드 체험 프로그램 마련
입력 : 2012.07.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동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드 트라포드, 첼시의 스탬포드 브릿지, 아스널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EPL 유명 클럽들의 홈 경기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경기장에 마련된 경기장 견학 프로그램이 성황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는 축구 클럽 운영에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요소인 팬과 지역사회를 위한 서비스인 동시에 클럽과 경기장을 또 하나의 수익 창출 모델로 활용하는 좋은 사례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는 이런 사례가 있을까? K리그에 16개 구단의 홈 구장들 중 대표적으로 FC서울의 홈 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경기장 한 켠에는 '2002 FIFA 월드컵기념관'이라는 이름의 작은 전시관과 경기장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하는 그곳에는 2002년의 영광만 있다. K리그 빛나는 별 중 하나이자, 같은 장소를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FC서울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사실 대부분의 국내 축구 클럽들은 홈 구장을 기업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클럽 역시 세입자인 셈이다. 때문에 경기장을 자체를 활용하거나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팬들을 끄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야말로 경기장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 유럽의 재정 탄탄한 클럽들이나 가능한, 먼 나라의 일이다.

이런 가운데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포항스틸러스가 작지만 큰 변화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 3월 장성환 신임 사장 취임 후 포항은 '팬들과 함께, 지역과 함께'라는 운영 목표를 설정하고 지역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모기업인 포스코와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색했다. 국내 최초의 축구전용구장이자 매주 각본없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스틸야드를 활용하는 방안이 바로 포항이 내놓은 새로운 아이디어다.

포항은 지역의 가장 큰 관광자원 중 하나인 포항제철소 체험 프로그램과 포항 스틸야드 견학 프로그램을 하나로 묶었다. 하루에도 수 백명씩 제철소를 찾는 초.중.고등학생이 포항 프런트의 눈에는 잠재적 포항 팬, 나아가 K리그와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팬으로 보였다.

포항은 포항교육지원청과 손잡고 K리그가 펼쳐지는 홈 경기 당일 포스코를 견학하는 학생들이 경기장까지 체험할 수 있는 '포스코 견학 연계 스틸야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몰려든 5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포항 제철소를 둘러보고 스틸야드에 발도장을 찍었다.

지난 22일 인천과의 K리그 22라운드 경기 당일에도 포항 인근 지역 초,중학생 200여 명이 제철소를 둘러보고 스틸야드로 향했다. 학생들은 경기장 안팎을 둘러보느라 분주했고, 포항과 인천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덤이었다. 포항 구단측은 학생들을 위해 직원을 배치하고 간단한 간식을 제공하는 등 어린 팬심을 잡느라 분주했다.

실제로 포항의 경기장 체험 프로그램에 학생들을 이끌고 참가한 문충초등학교 교사 배인우씨는 "아이들이 제철소에 이어 스틸야드의 안팎을 돌아봤다. 기념 사진을 찍으며 모두 기뻐했다"며 "스틸야드 견학과 경기 관람을 통해 값진 문화적 체험을 얻게 되어 교사로서 기쁘다. 좋은 프로그램이 더욱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포항의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물론 포항이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을 EPL 유명 클럽의 그것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EPL 구단은 연중 상시 경기장 견학 프로그램과 일정 규모 이상의 자체 박물관을 구비하고 있다. 포항은 아직 단체 견학 프로그램만이 마련되어 있다. 재정적 규모, 수요 정도를 감안하면 포항 뿐만 아니라 국내 일부 클럽을 제외한 대다수 클럽들의 현실상 'EPL급'은 아직 무리다. 하지만 포항의 꿈은 그 어느 클럽 보다 가장 높은 이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가장 현실에서 진일보했다.

포항 홍보팀 관계자는 "맨체스터를 찾는 관광객이 반드시 올드 트라포드를 찾는다. 포항과 포스코를 찾는 이들에게 스틸야드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을 거듭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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