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폭염 심술에 K리그 KO 일보 직전
입력 : 2012.08.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대전] 홍재민 기자= 강팀은 그라운드나 경기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폭염을 원망하지 않고 넘어가기가 어렵다.

1일 저녁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선 대전과 제주의 FA컵 8강전이 열렸다. 준결승행 티켓을 놓고 두 팀이 사력을 다해 싸웠다. 결국 제주가 2-1로 이겼다. 그러나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양팀 선수들은 너나할것없이 그라운드에 대(大)자로 ‘뻗었다’. 폭염 속의 90분간이 겨우 끝난 것이다.

이날 서울에는 폭염경보가 발령되었다. 경기가 열린 대전도 살인적 더위를 피할 수 없었다. 한낮 최고 기온이 35.7도까지 치솟았다. 기상청 관측 자료에 따르면, 경기가 시작된 저녁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유성구 노은1동은 33.2도, 불쾌지수 83이 기록되었다. 가만히 앉아있기도 힘든 무더위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가운데 선수들은 힘들어했다. 당연히 경기력이 떨어졌다. 패싱 축구의 대명사 제주는 특유의 맛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수들이 공간으로 뛰어들어가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 탓이었다. 대전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부쩍 좋아진 경기 내용으로 대전은 시즌 후반기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선수들의 발이 너무 무거웠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제주의 플레이메이커 송진형도 고충을 토로했다. 송진형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한번 폭발적으로 뛴 다음에 재정비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라는 경험을 밝혔다. 경기력 저하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체력 소모가 많다 보니 경기의 박진감도 떨어지고 약간 루즈한 경기가 되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샤워를 끝낸 송진형이었지만 여전히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져 있었다.

패장(敗將) 유상철 대전 감독은 걱정이 더 심했다. 유상철 감독은 “더운 날씨가 체력이 떨어져 우리 같은 시도민구단은 경기에 나올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두텁지 못한 스쿼드가 폭염 앞에서 크게 흔들린 셈이다. 유상철 감독은 “시도민구단은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차가 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더우면 주전의 체력이 떨어지고 부상도 나온다. 하지만 대신 뛸 선수가 마땅치 않다”며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대전은 6월27일부터 이날 경기를 포함 8경기에서 승리가 없다. 무더위에 선수들 체력이 바닥나있는 상황이지만, 나흘 뒤 K리그에서 1위 전북을 원정에서 상대해야 한다. 웃음이 나올 수가 없다. 제주도 답답하다. 이날 경기를 끝냈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다음 일정이 4일 상주와의 K리그 원정인 탓이다. 2일 천안축구센터에서 회복훈련을 갖고 이틀 뒤 바로 경기다. 그리곤 사흘 뒤인 11일 제주 홈에서 강원을 상대한다. 모든 팀이 스플릿 상하위 그룹 결정까지 사력을 다해야 한다. 박경훈 감독조차 이겨도 웃을 수가 없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