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 자유로운 라커룸 분위기, 새역사의 원동력?
입력 : 2012.08.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경기 전에는 이등병의 편지, 경기 후에는 강남 스타일’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역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한 올림픽대표팀의 자유로운 라커룸 분위기가 화제다.

올림픽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4일 새벽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영국 단일팀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준결승에 진출했다. 홍명보호는 페널티킥을 두 개나 내주고도 승리를 거두는 저력을 보여줬다.

경기가 끝난 후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다. 승부차기에서 선방을 한 이범영은 경기 전 라커룸에 누군가 ‘이등병의 편지’를 틀어놨었다는 것과 경기가 끝난 후에는 싸이이 ‘강남 스타일’을 틀어놓고 한바탕 춤판을 벌였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등병의 편지는 병역혜택에 대한 생각을 불러오는 노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범영의 발언을 더듬어보면 올림픽대표팀이 라커룸에서 노래를 듣는다는 사실과 선수들에게 선곡권이 있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홍명보호의 자유로운 라커룸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라커룸 분위기는 무거웠었다. 특히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더욱 그랬다. 올림픽대표팀과 국가대표팀을 두루 거친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라커룸에서 가벼운 농담도 주고 받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홍명보 감독도 최 감독과 함께 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홍 감독도 자유로운 라커룸 분위기를 많이 겪어보지는 않았을 터였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은 선수들의 자율성을 높여 주는 게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 감독은 “시대가 바뀌었다. 좀 더 자율적으로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라며 “나도 우리 라커룸에서 강남 스타일을 많이 들었다. 그런 밝은 사고가 경기에서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할 것이다. 홍 감독은 동기부여에 능하기에 그런 부분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K리그 라커룸 분위기는 매우 화창하지 않은 편이다. 서울도 얼마 전에 음향기기 사용권과 선곡권이 선수들에게 넘어왔다. 울산 현대와 대구FC 그리고 전북 현대를 거친 하대성은 “다른 팀에서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했는데 서울에서는 경기 전에 분위기를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보다 축구문화가 긴 외국에서는 라커룸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쓴다. 밝은 기분을 연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팀 마다 음악 담당이 따로 있을 정도다. 자유롭고 흥겨운 분위기가 경기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차이를 보여주는 이들은 다름을 간직하고 있다. 홍명보호가 4강 진출을 이룬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자유로운 라커룸 분위기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경기 전 음악으로 긴장을 풀고 하나되는 홍명보호의 다음 발걸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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