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슈퍼매치가 부르는 'The winner takes it all'
입력 : 2012.08.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서울월드컵경기장] 류청 기자= 노래 가사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줄 때도있다.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28라운드 경기도 그랬다. 50,787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 33개의 슈팅이 나왔다. 홈팀 서울은 그 중의 24개의 슈팅을 날리며 수원의 골대를 3번이나 때렸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결국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가진다(The winner takes it all)”라는 말이 사실이었다.

경기 전까지는 서울이 모든 부분에서 앞섰다.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올 시즌 홈에서 13경기 연속 무패(11승 2무)를 기록하고 있었다. 데얀은 18골로 득점 선두였다. 수원은 부진의 늪에서 완벽하게 헤어나오지 못했었다. 4위까지 순위가 떨어졌고, 서울전에는 주전 5명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장에서는 축제가 벌어졌다. 50,787명의 관중이 축구를 즐겼다. 경기는 서울이 주도했다. 전반 7분만에 페널티킥을 내주며 끌려가면서도 계속해서 수원을 몰아붙였다. 그런데 슈팅이 번번이 골대를 외면했다. 에스쿠데로가 저돌적인 돌파로 몇 번이나 좋은 기회를 만들었음에도 수원 골문을 열지 못했다.

수원은 달랐다. 윤성효 감독이 경기전 인터뷰에서 “서울전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라고 말한 게 허언이 아니었다. 경기력 자체는 서울보다 떨어졌지만 이기기 위해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체격적인 우위를 십분 활용하면서 서울 수비를 흔들었다. 몸을 날리는 수비로 기회를 노리다가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전형적인 서울전 시나리오가 이번에도 통했다.

경기가 끝나자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서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고, 수원 선수들은 얼싸 안았다. 서울 팬 중 일부는 경기 막판에 자리를 박차고 경기장을 떠났고 나머지도 아쉬운 패배에 목소리를 죽였다. 수원 원정팬들은 선수들과 함께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축제를 즐겼다.

인터뷰 자리에서도 온도 차이가 느껴졌다. 승장 윤 감독의 인터뷰와 패장 최용수 감독의 이야기는 다른 곳을 향했다. 선수들은 더했다. 수원 선수들은 믹스트존에서 웃으며 인터뷰에 응했고, 서울 선수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버스로 향했다. 김진규만이 인터뷰를 했다. 그는 “선수들이 이번 경기를 빨리 잊었으면 좋겠다”라며 “다음에는 꼭 이길 것”이라고 했다.

과정은 중요하다. 경기 내용도 중요하다. 그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프로는 결과로 평가 받는다. 모두 알고 있었기에 분위기가 완벽하게 갈린 것이다. 좋은 경기를 하고도 결과물을 얻지 못한 서울은 아쉬운 밤을 보냈고, 어려움 속에서도 승리를 얻어낸 수원은 축제를 벌였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졌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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