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인터뷰] 홍명보 감독, 동메달 여정을 되돌아보다
입력 : 2012.08.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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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홍재민 기자=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의 쾌거를 올린 홍명보 감독이 영광의 3년 여정을 되돌아봤다.

홍명보 감독은 22일 축구회관 1층에서 런던올림픽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시작해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이어진 3년간의 여정을 천천히 되돌아봤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성원해주시는 국민의 힘이 고스란히 선수단에 전해져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라며 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박종우의 3/4위전 직후 세리머니 논란에 대한 대한축구협회의 대처에 대해선 “일본에 먼저 해명했어야 했는지에 대해선 국민과 같은 생각”이라며 앞서간 조치에 큰 아쉬움을 표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선 “일단 쉴 생각”이라며 다양하게 제기되는 소문들을 일축했다.

이하는 홍명보 감독의 인터뷰 정리요약.

런던올림픽 소감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서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얻었다. 우리만 잘해서 이루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과 미디어도 우리 팀에 좋은 역할이었는데, 항상 긍정적인 부분을 보여줬다. 결정적인 순간에 잘 지적해주셔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 여기 있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향후 거취는?
3년 6개월 이상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내 생활을 가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갖고 있던 에너지와 경험, 지식이 소진된 상태다. 정신적, 경험적, 지식적인 면을 재충전해야 한다. 어떻게 내 머릿속에 새로운 걸 채워 넣어야 할 지를 고민 중이다. 대학원 석사 과정 논문이 남아있다. 쉬는 기간 동안 정리를 잘해야 한다.

박종우 세리머니 논란에 대한 의견은?
시상대에 올라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 선수는 어느 선수보다도 우리 팀에 많은 공헌을 했다. 박종우는 충분히 자격이 있는 동메달리스트라고 생각한다. 행정적인 문제는 그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끝나고 이곳에 도착을 했을 때, 모든 만찬에 참석할 수 없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실망감을 안 느낄 수 없었다. 처음과 끝을 같이 하고 싶어서 그날 저녁에 박종우에게 꼭 참석하라고 직접 전화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감독으로서 선수에게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일이었다고 생각해서 판단했다.

앞으로 나아갈 선수들에 해주고 싶은 말은?
도전은 언제나 좋다. 과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걸 인식해야 한다. 무조건 빅클럽이나 금전적으로 선택하는 것보다는 아직 경험해야 할 시기에 있다. 운동장에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게 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운동장에서 모습 보여줄 수 있는가가 해외 진출의 첫 번째 조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본인 스태프 이케다 세이고 트레이너는 괜찮은가?
세이고 상도 많이 안정을 찾은 것 같다. 평소 때와 같이 크게 흔들림은 없는 것 같다. 세이고 상이 백서처럼 남기려고 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굉장히 좋은 일이다. 다음 세대에 우리 선수들을 관리할 수 있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위한 지침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매 순간 어려웠다. 한번이라도 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한 단계씩 넘어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고, 압박감도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우리 모든 스태프들, 선수들, 모두가 위기의식을 느껴서 넘겨왔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절대로 혼자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주위 모두가 같이 이뤄낸다.
매 경기,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준비했다. 경기 시작 15분간 경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10분 남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철저하게 선수들에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올림픽을 끝내고 나서, 개인적으로 보면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시간이었다. 초보 감독이란 꼬리표를 뗐다기보다 분명히 여기에 대해서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준비가 잘 되었다.

K리그 감독직을 고사했다고 들었는데?
아직까지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또 다시 감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아직 하진 않는다. 올림픽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채우는 게 중요하다. 거기에 대해서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축구 감독에 대해선 다시 생각할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접적으로 오퍼가 들어온 것도 전혀 없다. 있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한 가정의 아버지, 남편으로서 역할을 더 충실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영국 유학설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어느 정도 휴식을 끝내고 나면 경험을 해야 한다. 축구도 중요하지만, 외국에서의 언어, 국제적 감각도 중요하다. 영국을 고집하진 않는다. 이번 연말까진 어떤 일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것이다. 재충전이 된다고 생각되면,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할 계획이다.

사실 브라질전 후반전에 다소 포기하는 듯한 인상이 있었는데?
그 시각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 경기에서 포기했다면 김기희 등을 넣었을 것이다. 3-0, 4-0이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체력적으로 고민했다. 구자철과 기성용이 많이 뛰었다. 특히 구자철의 체력은 아주 밑바닥이었다. 다음 경기 대비가 아니라 선수 체력을 생각한 부분이었다. 포기해서 선수 교체를 한 것은 아니었다.

국가대표팀 감독 기회가 온다면?
최강희 감독님도, 나도 누차 말해왔다. 지금은 월드컵 예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가장 중요한 경기가 남아있다. 최강희 감독이 아주 잘하고 계신다. 대표팀 거론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고, 최감독에게 대해서 예의도 아니다. 휴식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3/4위전이었다. 한일전은 선수 시절, 많이 경험했다.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 선수들에게 감독으로서, 선수 시절에 경험한 한일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했다. 우리 선수들도 아주 중요한 순간에 한일전을 많이 해왔다. 만약 3/4위전에서 다른 팀을 만났었으면 쉽지 않은 경기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동메달을 꼭 따야 한다는 것 위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승부 근성이 필요하게 되었다. 일본은 정말 축구를 잘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정말 강하다. 그게 이번 올림픽에서 성패를 갈랐다.

전술적으로 실수가 있었다면?
일본과 할 때, 김기희에게 들어가서 시간 남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하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한 포지션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구자철을 뺐는데, 자기가 어디에 서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어디 포지션에 서야 하는지 물어보더라. 순간 당황했다. 전술적 실수였다.

박종우 논란에 대해서 일본에 먼저 해명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했던 부분은 카디프에서 이동하는 버스에서 처음 얘기 들었다. IOC 결정이 났다고 해서, 그 상황에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FIFA 직원이 와서 참석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우리 팀에는 일본인 코치도 있다. 의도적으로 준비했다거나, 의도적으로 했다면 감독으로서 못하게 했을 것이다. 일본인 스태프도 있으니까 용납할 수 없다. FIFA가 현명한 판단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한일 축구 관계는 경기 자체를 떠나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올림픽 참가에 있어서 J리그의 많은 협조를 받았다. 선수들도 일본에서 많이 뛰고 있다. 일본축구대표팀 감독이 J리그 한국 선수들은 7월 2일에 소집하는데 왜 자기 (일본)선수들은 14일 합류해야 하느냐는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로 협조를 잘해줬다. 하지만, 그런 공문은 조금 더 신중하게, 정확하게 판단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본에 먼저 보냈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모든 사람들과 생각이 똑같다.

이 열기가 K리그로 이어지려면?
서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대표팀과 K리그가 아니라 축구가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만들어가야 한다. K리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대표팀에서 쉽게 자원을 쓸 수 없다. 해외에 나간 선수들도 K리그를 거쳐서 나간 선수들이다. 팬들이 조금 더 축구에 공헌을 해줬으면 한다. 인터넷 댓글이 아니라 축구장에 직접 찾아가서 공헌을 해줬으면 좋겠다.

아시안게임 직후 자신을 ‘빵점짜리 감독’이라고 했다. 지금은 몇 점일까?
이번 올림픽 나가기 전에 개인적으로 메달 따고 성적 내고가 중요했지만, 올림픽 끝나고 절대로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 선발도 그렇고, 누구 데려갔어야 하는데 식의 후회를 0.1프로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만족스러운 부분은 동메달 딴 부분보다, 한 점의 후회도 없다는 게 가장 키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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