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돋보기] 스플릿 묘미 ‘제대로’ 보여준 인천 불꽃 축구
입력 : 2012.08.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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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인천] 홍재민 기자= 스플릿 그룹의 확정을 알리는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인천 선수들은 푸른 잔디 위에 쓰러졌다. 남아있던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부었지만 결국 골득실에서 밀려 A그룹에서 탈락했다. 너무 잘했기 때문에 너무 아쉬웠다.

올 시즌 인천은 암울 그 자체였다. 새 유니폼 디자인 잡음, 초반 부진, 허정무 감독의 퇴진 등 최악이었다. 30라운드의 절반이 지날 때까지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사령탑 교체 후 인천은 달라졌다. 지지만 않아도 다행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이기기 시작했다.

원정팀의 무덤이라는 부산 원정에서 이겼고,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로 서울을 꺾었다. 울산과 전북을 원정에서 연속 제압했다. 그야말로 폭풍 질주였다. 최하위에서 인천은 스플릿 A그룹인 8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25라운드부터 29라운드까지 파죽의 5연승을 팀 최다 연승 타이 기록까지 세웠다. 그러나 스플릿의 여신은 인천을 외면했다. 제주와의 30라운드 무승부로 9위가 확정되었다. 경남에 골득실에서 밀렸다.

스플릿은 일반적인 승강제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시즌 도중에 우열이 한번 더 가려지는 덕분이다. 시즌 막판이 되어야 벌어지는 생사의 갈림길이 도중에 등장한다. 심지어 순위표의 허리에서 희비가 갈린다. 스플릿의 묘미를 시즌 도중 ‘미친’ 연승을 이어간 인천이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승강제가 일반화된 유럽 리그를 다년간 경험한 설기현은 “선수들에겐 정말 힘든 제도인데 경기를 보는 팬들에겐 큰 재미를 주는 것 같다”라며 국내에서의 첫 스플릿 경험을 설명했다.

그러나 인천은 스플릿의 어두운 면도 동시에 보여줬다.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다가 마지막 순간에 B그룹으로 밀린 탓이다.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던 만큼 선수들이 당할 심리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김봉길 감독은 이날 이후 선수들에게 일주일 특별휴가를 부여했다. 스플릿 때문에 지친 몸과 마음을 모두 쉬라는 차원의 배려였다. 선수들을 이끌어야 할 설기현 역시 “지금 이 자신감과 분위기를 얼마나 잘 이어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인천은 2주일 뒤 시작되는 스플릿 일정에서 B그룹에 속해 나머지 14라운드를 치른다. A그룹에 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스플릿 A그룹 진입 일보 직전까지 다가갔다는 자신감도 크다. 우승과 강등이 결정될 시즌 막판 사투의 재미를 8월의 여름밤 팬들에게 선사해준 인천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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