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옥서 탈출한 두 사나이의 8강 진출기
입력 : 2012.08.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경남] 류청 기자= “정말 힘들었습니다” (최진한 감독) “재활하는 동안 지옥 같았습니다” (최현연)

기록은 차갑지만, 조금만 잘 살펴보면 뜨거운 이야기가 도사리고 있다. 26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0라운드에서 광주FC를 잡으며 스플릿시스템의 A그룹으로 올라선 경남FC도 마찬가지다.

경남은 짜릿한 2-1 역전승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10위였지만, 8위와 9위였던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구FC가 모두 승리하지 못하면서 8강의 마지막 주인공이 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골을 터뜨린 두 선수가 모두 교체 투입됐다는 것. 최진한 감독도 경기가 끝난 후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경남의 ‘8강 진출기’의 두 주연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지옥’에서 탈출한 사나이다. 지옥의 양상은 조금 다르지만, 어려움을 딛고 일어난 것은 같다.

첫 번째 주인공은 최진한 감독이다. 최 감독은 오랜 코치 생활을 끝내고 지난 시즌부터 경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시즌에 8위 성적을 거두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올 시즌에는 주축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구단이 흔들리면서 입지에도 영향을 받았다. 그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시도민구단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사실 최 감독은 구단이 흔들리고 여러 가지 소문들이 흘러나오자 사직서를 내려고 했었다. 그는 축구계 선배들에게 조언을 받고 자신을 따르는 선수들을 위해 끝까지 달리기로 했다. 물론 녹록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올 시즌에는 정말 힘들었다”라며 “30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천당과 지옥을 몇 번씩 오고 갔다”라고 했다.

결승골을 터뜨렸던 최현연은 축구계를 떠나려 했었다. 울산대를 졸업하고 2006년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 2009년 까지 4시즌동안 80게임에 출전, 6골을 기록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0년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는 5게임 출전에 그쳤다. 디스크가 그를 괴롭힌 것이다. 최현연은 “디스크가 심했다. 디스크가 돌출돼 수술을 해야 했다. 주위에서는 수술하면 축구를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결국 수술을 했다”라고 말했다.

2011년, 수술을 마친 최현연은 홀로 복귀를 준비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몸을 만들었다. 그는 “재활하는 게 지옥 같았지만 아내의 도움으로 버텼다”라고 했다. 그 때 손을 내민 것이 경남과 최 감독이었다. 최현연은 열심히 노력했고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터뜨렸다.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갚았다”라는 이야기까지 할 수 있었다.

최현연은 최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지만, 최 감독은 반대였다. 최 감독은 “최현연의 연봉이 얼마인지 아느냐? 2,000만원이다. 구단도 어려운 상황이라 많이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열심히 노력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과정은 썼다. 두 사람 모두 축구와 멀어지려고 했다. 결과는 달았다.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돼 K리그 스플릿시스템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겼다.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지옥’에서 한 철을 보냈던 두 남자가 K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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