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8위권 팀들과 경기를 하는 게 더 힘들다. 스플릿의 힘인 것 같다” (FC서울 최용수 감독) “힘들기는 하지만, 좋은 제도인 것 같다” (광주FC 최만희 감독) “감독님은 속이 타겠지만 팬들은 정말 즐거워한다” (경남FC 박문출 홍보팀장)

K리그 사상 처음으로 시행된 스플릿시스템이 쏠쏠한 효과를 냈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0라운드 8경기가 일제히 펼쳐진 26일 저녁, 모든 감독, 선수 그리고 팬들의 관심은 하나였다. 마지막 남은 8강행 티켓의 주인공. 8위를 노리는 네 팀은 A그룹을 꿈꿨고, 나머지 팀들은 제물이 되지 않거나 팀을 추슬러 스플릿 이후를 준비하는 데 골몰했다.

팬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온라인상에서도 8강 진출팀을 예상하는 움직임이 심심치 않게 포착됐고, 직접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많았다. 특히 파죽의 5연승으로 29라운드까지 8위에 올랐던 인천에는 구름 관중이 모여들었다. 14,033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관심도를 증명했다.

경기 내용도 좋아졌다. 광주 최만희 감독은 “창단 2년 차인 우리 팀에게는 조금 불공평한 면도 있다”라면서도 “스플릿을 하면서 아무래도 선수들의 집중도가 올라간 것 같다. 중반으로 가면서 매 경기 수준 있는 경기가 벌어졌다”라고 했다.

특히 여느해와 달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7, 8월에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일정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을 호소한 팀들도 많았지만, 스플릿시스템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했다. 목표가 조금 모호했던 중하위권 팀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줬다. 상워팀들은 라이벌과의 경기보다 중위권팀들과의 맞대결을 꺼릴 정도였다.

8위가 가려지는 30일 경기장 분위기는 엄청났다. 상위 스플릿 진출을 노리는 팀들의 팬들은 각 구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기에 일희일비했다. 슈팅 하나하나에 환호성과 한숨이 교차했다.

주인공은 경남이었다. 경남팬들은 경기가 끝나자 피치위로 뛰어내려가 감독,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경남은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지만, 이날만큼은 거의 우승팀과 같은 분위기 였다. 최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갔다”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아쉽게 A그룹에 올라가지 못한 팀들도 나름의 효과를 거뒀다. 인천과 대구는 팬들에게 매력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 밝은 미래를 예약했다. 대구는 바로 효과를 봤다.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 부임과 스플릿의 영향으로 지난 시즌보다 관중이 37.74%나 증가했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경기 일정이 여름에 몰리는 바람에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팀들은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다음 시즌에는 봄과 가을에 더 많은 경기를 배정해 이런 일을 예방해야 한다.

긴장감이 극에 달하기에 “다음 시즌에는 좀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감독들의 외침도 있으나 감독과 선수들이 애가 탈수록 팬들은 즐겁다.

스플릿은 K리그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전체적으로는 합격점을 받을만한 제도라는데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