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스페인 대표팀을 챔피언으로 만든 비밀
입력 : 2012.10.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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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우승팀을 뜻하는 영어 ‘champion’의 어원은 프랑스 북동부의 샹파뉴(Champagne)로부터 유래한다. 이 지방에서는 고대부터 수많은 전쟁이 발발했는데 전쟁의 승리로 샹파뉴를 얻는 자를 뜻하는 말이 바로 지금의 ‘champion’이 된 것이다. 축구는 흔히 전쟁에 비유된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champion’의 칭호가 부여된다.

지금으로선 스페인 대표팀이 세계에서 ‘champion'이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팀이다. 그들은 유럽 정상에 올랐고, 월드컵을 가져갔다. A매치 35연승 기록을 세웠다. 어느 팀을 만나든 경기력은 압도적이고 결과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리더의 역할이다. 프랑스는 나폴레옹을 앞세워 유럽을 정복했고 칭기즈 칸의 몽골은 세계를 누볐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강력한 리더가 군림하던 시대가 지나면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의 리더들은 위대하다. 이 책 <스페인 대표팀의 비밀>(브레인스토어, 미겔 앙헬 디아스 지음, 한준, 고운이 역)이 밝히는 첫 번째 비밀은 루이스 아라고네스와 비센테 델 보스케, 두 감독의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 미겔 앙헬 디아스는 아라고네스 감독을 ‘주변 사람 모두의 마음을 얻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선수들과 자신을 부부 관계에 비유하며 결코 다른 사람이 그들의 관계를 해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감독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회피하지 않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갖췄다. 평소엔 선수들과 친밀하면서도 훈련에선 엄격하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그는 스페인을 유럽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그와는 다르게 델 보스케는 부드러운 개성을 갖춘 감독이다. 신중하고 조용하면서도 정확할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벌을 내리기보다는 설득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선수들과 나눴다. 공감대를 형성하며 감독과 선수들이 갖춰야 할 전형적인 자세를 형성했다. 성공적으로 지휘봉을 이어받은 델 보스케는 유럽 챔피언 스페인을 세계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그 옛날 대항해 시대에 바다를 지배했던 ‘무적함대’의 지휘자 아바로 데 바산에게 ‘캡틴’ 자리를 이어받은 메디나 시도니아는 영국함대에 무너졌지만 델 보스케는 그렇지 않았다. 선장은 바뀌었지만 선원들과 전략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더 강해졌는지도 모른다.



저자 디아스가 누설하는 스페인의 비밀 또 한 가지는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세계 최고의 두 팀을 보유한 스페인엔 스타들이 즐비하다.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만나면 문제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특히 레알과 바르셀로나라는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감안하면 양 팀 선수들이 어우러진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스타군단 앞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우리 속담도 무의미하다.

이 책에는 스페인 대표팀의 역사를 말해주는 사진들이 여러 장 담겨 있다. 사진 속 스페인 선수들에게서 ‘라이벌 의식’이라는 것은 결코 느낄 수 없다. 다만 하나 되어 어우러진 ‘무적함대’ 전사들의 끈끈한 전우애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챔피언’, 스페인의 앞에는 수많은 도전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17세기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누리며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친 스페인도 프랑스를 비롯한 영국, 포르투갈 등에 의해 쇠퇴하기 시작했다. 21세기의 ‘무적함대’가 과거 스페인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강력한 ‘챔피언’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글=정다워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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