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축구 版!] 'FA컵 우승' 포항의 숨은 원동력
입력 : 2012.10.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포항 스틸러스가 2012 하나은행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전북, 제주 등 강호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고, 지난 2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숙적’ 경남 FC를 맞이해 연장 접전 끝 1-0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은 눈물을 흘리며 우승의 감격을 누렸고, 선수단 역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환호는 라커룸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 공격진에서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었던 아사모아가 DJ역할을 하며 국적 불문의 춤을 췄다. 선수들은 흥에 겨워 함께 축제의 밤을 보냈다. 시상식 후 경기장 바로 옆에 위치한 포스코 포항 본사에서 축하 파티가 열렸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선수들의 휴대폰이 일제히 울렸다. 장성환 사장이었다.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킨 감동적인 축구 드라마의 결말은 포항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중략)…포항의 새 역사를 장식한 ‘강철 전사’ 여러분 사랑합니다”

올 시즌 초 부임한 장성환 사장의 진심이 담긴 장문의 문자였다. 선수들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의외의 문자는 아니었다. 부임 후 장 사장은 매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선수들에게 직접 휴대폰 문자를 통해 마음을 전했다. 직접 전화로 한 마디씩 격려를 하고 싶지만 자칫 부담스러워 할 선수들을 생각해 문자로 대신했다.

지난 3월 장성환 사장 처음 보냈던 문자는 당시 한 통의 문자에 불과했지만 7개월이 지난 현재, 선수단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됐다. 신화용은 FA컵 우승 후 문자를 받고 “스포트라이트는 코칭스태프 이하 선수들이 받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위해 손과 발이 되어주는 장성환 사장님 이하 구단 직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남은 시즌에도 굳건한 믿음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믿음의 고리는 감독을 거쳤다. 포항은 시즌 초반 수비 불안과 킬러의 부재라는 문제점을 동시에 노출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했고, 국내 선수들도 불안했다. 팬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부는 황선홍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선홍 감독은 “내가 믿는다. 믿으면 될 것이다. 기다린다”며 자신의 신념과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고수했다. 당장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성급한 일부 팬들은 감독의 퇴진론을 꺼냈다. 선수들에게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스스로 방패가 되었다. “여전히 믿는다. 책임은 내가 진다”고 선언했다.

결국 포항은 황선홍 감독의 말대로 잠깐의 기다림 후 상승세를 탔다. FA컵 우승으로 다음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했다. 황선홍 감독의 믿음이 선수들의 발을 움직였고, 성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FA컵 우승 후 눈물을 흘렸던 황선홍 감독에게 선수들이 속내를 드러냈다.

”제가 힘들어 할 수록 더 큰 믿음을 주신 감독님.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황지수
“감독님, 소원을 드디어 성취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우승을 일궈내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만큼은 더 강한 채찍으로 선수들을 단련시켜 주세요” – 신화용
“감독님, 결승 무대까지 끝까지 저를 믿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기대에 보답하는 선수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실망시키지 않고 최선을 다 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김대호
“항상 믿어주셔서 그리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득점왕이 되는 날까지 계속 도와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박성호

우승 후 눈물을 흘린 것은 황선홍 감독 뿐만이 아니다. 극적 결승골의 주인공이었던 박성호, 주장으로 묵묵히 팀을 이끌었던 황지수, 엄청난 선방을 선보인 신화용, 부상으로 경기 중 그라운드를 내려왔지만 끝까지 공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김대호까지 모두 얼싸안고 기쁨을 함께했다.

포항이 FA컵에서 보여준 모습은 ‘팀(TEAM)’이었다. 시즌 중 선수단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장 신형민이 해외 이적해 한 차례 위기가 왔지만 특유의 끈끈함으로 상황을 극복했다. FA컵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후반기 상승을 이끈 황진성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해 전력에 큰 차질이 있었지만 신진호가 빈자리를 잘 채웠다. 경기 중에는 후반 41분 공격과 수비에서 활약을 펼친 김대호가 부상으로 아웃되어 수비 공백이 생겼지만 끈끈한 조직력으로 버텨냈다.

눈빛만 봐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개인이 아닌 모두를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팀’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기 후 포항 선수들에게 ‘선수들이 뽑은 MVP’를 물었는데, 이들이 ‘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축구협회는 FA컵 결승전 MVP로 포항의 주장 황지수를 선정했지만 선수들은 하나같이 경고 누적으로 결승에 나서지 못한 황진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비록 결승은 뛰지 못했지만 준결승까지 너무 큰 활약을 한 황진성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 신광훈
“결승골을 넣은 (박)성호 형님이 MVP입니다. 만약 한 명 보탤 수 있다면, 오늘 경기에 함께 하지 못한 후배 (황)진성이에게 영광과 감사의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 신화용
“(황)진성 형의 활약이 없었다면 우승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 김원일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결승 진출까지 포항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로 활약한 황진성이 진정한 MVP입니다” – 김광석

장성환 사장으로부터 시작된 믿음의 고리는 마치 쇠사슬이 엮여 내려오듯 황선홍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단까지 이어졌다. 스스로를 ‘강철 전사’라고 부르며 믿음이라는 이름의 뜨거운 용광로에서 만들어진 포항의 쇠사슬은 FA컵 우승을 일궜고, 이제 더 큰 꿈을 그린다.

황선홍 감독은 “FA컵 우승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포항의 구성원 모두가 변함없는 믿음을 가지겠다”며 “목표한 것을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하겠다. 느낌이 좋다”며 전진을 약속했다. 내년으로 창단 40주년을 맞이하는 포항의 비상이 기대된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