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의 추억', 박지성의 챔스리그 골이 그립다
입력 : 2012.10.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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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집에서 챔피언스리그를 보는데 문득 지성이가 보고 싶어졌다.” 지난 9월 차두리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꺼낸 말이다. 이는 차두리 뿐 아니라 수많은 한국 축구 팬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일 것이다.

한국축구 팬들은 박지성이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떠나 퀸즈파크레인저스로 이적했고, 박주호의 바젤이 대회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며 10년여 만에 한국 선수가 없는 UEFA 챔피언스리그를 지켜보게 됐다.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펼쳐지는 축구제전 챔피언스리그는 여전히 뜨겁지만 허전한 맛을 지울 수 없다.

유럽 축구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는 박지성 외에도 이영표, 이천수, 송종국, 설기현, 박주호 등 여러 선수들이 경험했지만 별 중의 별로 우뚝 선 박지성의 족적은 특별하다. ‘스포탈코리아’가 축구사에 불멸의 역사로 남을 박지성의 챔피언스리그 명승부 5선을 되새기며 그리움을 달래보려 한다.

▲ 2004/2005: 퍼거슨을 매료시킨 PSV 돌풍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이영표, 박지성이 이룬 4강 신화는 2004/2005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재현됐다. 재정적 문제로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던 네덜란드 명문팀 PSV는 조별리그 E조에서 아스널에 골득실로 뒤진 2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올랐고, 모나코와 리옹을 차례로 물리치며 4강에 올랐다. 4강 상대는 우승후보 AC 밀란이었다.
밀라노 원정 1차전에서 공수 양면에 걸쳐 경이로운 플레이를 펼친 박지성은 전 이탈리아 대표 미드필더 젠나로 가투소로부터 “모기 같다”는 칭찬을 받았다. 안방에서 치른 2차전에서 짜릿한 선제골을 터트려 뒤집기의 신호탄을 쐈고 끝내 3-1 승리를 이끌었으나 원정골 원칙에 의해 아쉽게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박지성의 헌신과 득점 장면은 전 유럽의 극찬을 받았고, 이 경기를 지켜본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 영입을 결정했다. 당시 활약으로 리버풀과 첼시도 박지성 영입에 뛰어들었다는 후문이다.



▲ 2007/2008: 바르셀로나 중원을 찢어놓다
프랑크 레이카르트가 지휘하던 FC 바르셀로나는 2005/2006시즌 우승을 차지한 유럽 최고의 명문팀이었다. 현재 세계 축구를 평정한 슈퍼팀이 기지개를 펴던 시점이다. 맨유는 8강에서 로마를 꺾꼬 4강에 올랐는데, 로마 원정에서 이미 수비형 윙어라는 신개념을 보여준 박지성의 전술적 가치는 유럽 전역의 관심을 모았다. 박지성은 준결승 바르사 원정에서도 리오넬 메시가 이끈 바르사를 경이로운 운동량으로 괴롭혔다. 경기 주도권은 바르사가 가져갔으나 박지성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아름다운 축구를 저지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박지성이 바르사의 중원을 찢어놨다”고 보도하며 박지성을 숨은 공신으로 치켜세웠다. 결국 맨유는 결승전에서 첼시를 꺾고 통산 세 번째 유럽 정상에 올랐다. 박지성은 아쉽게 결승전을 뛰지 못했으나 이 결정이 전 세계 언론의 화제가 될 만큼 바르사전의 활약상이 큰 인상을 남겼다.

▲ 2008/2009: 아스널의 악몽이 되다
2008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결승전에 뛰지 못한 박지성은 더욱 강한 의욕으로 무장해 2008/2009시즌을 맞이했다.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도 아스널을 상대로 결정적인 골을 넣어오던 박지성은 이 시즌에 맨유 유니폼을 입고 첫 챔피언스리그 득점에 성공한다. 또 한번 4강이었다. 홈에서 치른 아스널과 4강 1차전에 1-0 신승을 거둬 불안한 상황에서 원정 2차전을 치른 맨유는 전반 8분 만에 터진 박지성의 골로 승기를 잡았다. 박지성의 과감한 문전 쇄도에 아스널 수비수 키어런 깁스가 미끄러졌고, 박지성은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박지성의 득점 이후 호날두가 두 골을 더 추가해 3-1 완승을 거뒀는데, 박지성은 득점 장면 이외에도 맨유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수훈갑으로 꼽혔다. 그는 바르사와 결승전에 선발 출전했으나 팀의 0-2 패배를 막지 못했다.



▲ 2009/2010: 센트럴 팍, 피를로를 지우다
퍼거슨은 박지성을 가장 잘 활용한 감독이었다. AC 밀란과 16강전, 박지성은 1차전 밀라노 원정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깜짝 출전해 밀란 공격의 심장인 안드레아 피를로를 밀착방어하며 패스 줄기를 끊었다. 이어 2차전에는 직접 득점에 성공하며 4-0 대승에 기여했다.
피를로는 유로2012 대회에서 이탈리아의 준우승을 이끌며 재평가 받았는데, 덩달아 박지성도 재평가 받았다. 맨유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는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8강전을 본 뒤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피를로는 완벽한 축구 마스터다. 하지만 박지성이 산시로에서 맨마킹의 진수를 보여줬지. 그때 피를로는 꿈에서도 박지성을 봤을 것”이라며 박지성의 맹활약을 추억했다.

▲ 2010/2011: 첼시를 침몰시킨 환상골
이 골이 박지성의 별들의 전쟁 마지막 골이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여전히 빅클럽과 빅매치에 강한 박지성 답게 화려한 경기에서 성과를 냈다. 맨유는 리그 라이벌 첼시와 8강전에서 만났다. 1차전은 루니의 골로 1-0 신승을 거뒀다. 2차전은 홈에서 열리지만 4강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반 43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골로 맨유가 승기를 잡았다. 박지성은 자신의 약점이 슈팅이라는 지적을 일축하며 시원스런 슈팅으로 후반 32분 쐐기골을 작렬했다. 루니와 에르난데스, 박지성은 맨유의 다이나믹 트리오였다. 박지성은 2010/2011시즌 공식 경기 8골로 맨유 입단 후 한 시즌 최다골을 기록했다. 2년 만에 오른 결승전의 상대는 바르사였다. 박지성 역시 선발로 나서 분투했으나 결과는 또한번 패배였다. 하지만 아시아 축구 역사상 전인미답의 활약이었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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