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이동국] ‘막고, 막힌’ 79년생 우정의 수중전
입력 : 2012.10.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전주] 류청 기자= “아니 어떻게 그걸…”

가끔은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보여줄 때가 있다.

27일,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7라운드’ 경기에서 나온 전북 직원의 혼잣말도 그렇다. 양팀이 1-1로 맞서던 상황에서 나온 이동국의 감각적인 발리슛을 김용대가 몸을 날려 막아내는 순간이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양 팀 사이의 승점 차이(7점)도 그대로 유지됐다. 서울의 우승 가능성은 커졌고, 전북의 역전 가능성은 작아졌다.

이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1979년에 태어나 각급 대표팀에서 같이 활약했었던 이동국(전북), 김용대(서울)의 엇갈린 운명이다. 한 친구는 막혔고, 또 다른 친구는 막았다. 하나는 땅을 쳤고, 다른 하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리는 비 속에서 두 사람의 표정은 극명하게 갈렸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날 이동국은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이동국은 팀이 뒤지던 후반 14분에 헤딩으로 김용대를 한 번 무너뜨렸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것은 김용대였다. 이동국은 그라운드 위에서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밝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승부에 우정도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게 어느 한쪽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을 나서는 이동국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을 잡지 못한 것과 결정적인 슈팅이 막힌 것을 언급했다. 그는 “(김)용대가 너무 잘 막았다”라며 “오늘은 전체적으로 서울에 운이 더 따랐던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막은 자는 조금 더 여유로웠다. 김용대는 라커룸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다가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무조건 막겠다는 생각이었다”라며 “(이)동국이가 워낙 발리슛을 잘하는 선수다. 몸을 날려 막아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손끝에 공이 걸리면서 바깥으로 나갔다”라며 은은한 미소를 보였다.

두 친구는 마지막까지 엇갈렸다. 한 쪽은 운신의 폭이 커졌고, 다른 한 쪽은 “일단”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김용대는 “아직 우승가능성은 예측 못하는데 전북에 승점 3점을 안 줬기에 우승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이동국은 “일단 지켜봐야 되겠지만 우리가 먼저 해놓고 결과를 바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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