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찾은 일본팬, “한일전서도 한국 응원해요”
입력 : 2012.11.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울산] 정다워 인턴기자= 울산 현대를 응원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특별한 팬들을 만났다.

지난 31일 밤 울산 현대와 분요드코르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끝난 후, 선수들이 버스로 이동하는 믹스드존에 낯선 모습의 외국인들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울산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현해탄을 건너온 미유키, 게이 그리고 유키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이근호를 만나기 위해 하염없이 유리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 선수의 열렬한 팬인 이들은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종종 한국을 찾는다고 한다. 서툴지만 떠듬떠듬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한국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었다.

요코하마에 사는 미유키는 “이근호 선수가 주빌로 이와타에 입단했을 때부터 팬이 돼 감바 오사카로 이적한 후에도 꾸준히 그가 뛰는 모습을 지켜봐 왔어요. 오늘도 그를 응원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단지 이근호 한 선수만을 보기 위해 1박 2일의 일정으로 울산을 찾은 것이다. 서울이라고 해도 놀랄 텐데 일본이라니 놀라움이 배가 됐다.

게이와 유키는 치바에서 함께 한국으로 날아왔다. 게이는 가시와 레이솔에서 홍명보가 활약했던 90년대 후반부터 한국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녀는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선수가 가시와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그 때부터 팬이 됐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이들을 보기 위해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2002년 월드컵 경기를 관전했다. 지금은 교토 상가의 선수였던 곽태휘를 응원하고 있다.

유키는 FC 서울의 팬이다. 그는 “작년만 해도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김진규 선수를 응원했어요. 지금은 작년처럼 자주 한국을 찾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서울에 있어요. 오늘은 이승렬 선수를 응원했습니다”라며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들은 한국 선수들의 가장 큰 매력이 ‘일본 선수와는 다른 정신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키는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을 좋아합니다. 파이팅이 넘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나요”라고 치켜세웠다.

가시와의 팬이기도 한 게이는 “16강전에서 울산과 가시와가 만났는데 저는 울산을 응원했습니다”라는 의외의 말을 했다. 일본인이 한국팀을 응원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심지어 한일전도 다르지 않았다. 유키는 "한국이 일본에 0-3으로 패한 삿포로에서 한국의 빨간 상의를 입고 응원했어요"라고 말했다. 패배의 아픔을 같이 한 것이다.

우리로선 이해할 수 없는 사연일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이 가진 한국 선수, 혹은 팀에 대한 애정이 우리의 그것과 비교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다.

사진=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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