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초조-환호…정조국의 슈퍼매치 드라마
입력 : 2012.11.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평면적인 이야기는 재미없다. 굴곡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릴 수 있다.

4일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정조국(28, 서울)도 그랬다. 정조국은 기다림으로 경기를 시작해 초조함을 넘어 환호에 다다랐다. 서울의 수원전 7연패(FA컵 포함) 사슬을 끊었던 장면은 특별했다.

정조국은 프랑스 리그에서 K리그로 복귀한 후 예전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1경기에 출전해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정조국을 명단에서 제외한 뒤 “기회를 줄만큼 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조국은 선발이 아닌 후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출전을 기다려야 했다. 전반에 한 골을 허용하자 최 감독은 후반 18분쯤 정조국을 불렀다. 대기심은 몰리나의 번호인 11번을 들어올렸다.

기다림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몰리나가 벤치를 향해 두 팔을 들어올리며 더 뛰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마침 프리킥 상황이 나왔고, 최 감독은 정조국을 다시 워밍업존으로 보냈다. 정조국은 후반 22분에야 그라운드에 들어설 수 있었다.

정조국은 경기장에 들어간 후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골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 29분에 나온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면서 정조국은 물론 팀까지 초조해졌다. 정조국이 경기가 끝난 후 “솔직히 말하면 ‘또 이렇게 끝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을 정도다.

포기는 없었다. 정조국은 기회를 찾아 다녔고, 후반 40분에 수원 수비의 틈을 파고들었다. 오프사이드를 살짝 피하면서 하대성이 넘겨준 공을 받았고, 정성룡과 맞선 상황에서 키를 넘기는 슈팅으로 수원의 골문을 열었다. 자신의 올 시즌 첫 골이자 서울의 올 시즌 수원전 첫 골이었다.

한 골의 가치는 생각보다 컸다. 서울 선수들은 지긋지긋한 수원전 연패의 늪에서 빠져 나왔다. 최 감독은 “승점 3점보다 더 값진 1점”이라고 했다. 정조국은 자존심을 지켰다. 그는 경기장을 찾은 아들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었다.

정조국은 단 한 방으로 자신이 주인공인 드라마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바꿨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반전에 성공한 정조국은 환호를 넘어 해피엔딩으로 시즌을 마무리 하길 바란다.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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