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흑마 타고 등장한 최용수의 '서울스타일'
입력 : 2012.11.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서울월드컵경기장] 배진경 기자= '이것이 바로 서울스타일~!'

FC서울을 우승으로 이끈 최용수 감독이 깜짝 세레머니를 펼쳤다. 진짜 말을 타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25일 전북과의 K리그 42라운드가 벌어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제의 장이었다. 우승 세레머니가 예고된 상황에서 '준비된' 각종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선수들은 몰리나의 선제골이 터지자 자기 진영으로 몰려가 우승 기념 단체 사진을 찍는 포즈를 취해 보였다. 경기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단상에 올라선 선수들이 모두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춘 말춤을 춰보였다. 서포터스석 앞으로 달려가 슬라이딩하는 세레모니로 환호성을 끌어내기도 했다.

요란한 현장에 보이지 않던 최용수 감독은 사회자의 호명과 함께 깜짝 등장했다. 진짜 말을 탄 그의 손에는 평소 즐겨 매는 넥타이가 들려있었다. 채찍 대신 넥타이를 빙빙 돌리며 개선 행진을 벌였다. 최 감독은 "최근 전세계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자고들 하는데, 진짜 말을 데려오고 싶었다"며 영감의 원천(?)을 공개했다.

의욕은 좋았지만 자칫 낙마할 뻔했다. 팬들의 환성과 선수들의 세레머니에 놀란 말이 뒷걸음질하는 통에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최 감독은 "이 분위기에서 말 혼자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 동물이라도 오늘만큼은 같이 즐겼으면 했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또 "태어나 말을 처음 타봤다. 말도 내 눈빛을 피하는 것 같았다"라면서 "말이 도와주지 않았다. 수입산 아닌가?"라며 취재진을 웃음바다로 몰아넣었다.

확인 결과 최용수 감독이 탄 말은 '아폴로'라는 이름을 가진 7살 짜리 국산마였다. 최 감독의 제안에 구단 직원이 수소문해 한국승마교육원의 협조를 받았다. 이날 아침 과천에서 장애물 경주까지 소화했을 정도로 쌩쌩한 말이었지만 최 감독과의 교감(?)에는 실패했다. 아폴로 공수작전은 구단 내 일부 직원들도 모르고 있었을 정도로 보안이 유지됐다.

한편 홈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최용수 감독은 "선수 때, 코치 때와는 또다른 감정이었다. 트로피를 만지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해야한다는 막중한 책임의식이 생겼다"면서도 "기분이 좋았다"며 감격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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