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현 놀라게 한 대전 팬들의 축구사랑
입력 : 2013.01.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정지훈기자] 지난 29일 오후 2시 일본 사가현 도스역에 위치한 베스트 어메니티 스타디움. 사간도스(일본)와 대전 시티즌의 연습 경기가 열리는 이곳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지난해까지는 옆에 있는 보조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렸지만 팬들의 요청에 따라 올해부터는 정식경기장을 개방했다.

평일 낮에도 경기장 메인스탠드는 벌써 만석. 500여명이 훌쩍 넘는 팬들의 열기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그러나 여기엔 일본인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관중석 한 구석엔 대전을 응원하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대전 파이팅”이라는 구호가 쉴 새 없이 경기장을 울려 퍼졌다.

고작 5명에 불과한 이들이 일본 팬들을 압도했다. 이날 원정 응원을 주도한 김준태 씨(27·여행카페 운영)는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선수단에 힘을 불어 넣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불과 10살의 나이에 원정 응원에 동행한 이강민 군(버드네초 4)도 “우리들이 힘 있는 목소리로 응원하니 굳어 있는 선수들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고 활짝 웃었다.

단순히 응원만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것은 아니었다. 한때 축구특별시로 불렸던 대전의 축구 열기를 살려내기 위한 공부가 이들의 또 다른 목적이다. 인구 7만781명(2012년 기준)의 도스 시가 연고지인 사간도스가 경기당 평균 관중 1만1991명에 달하는 비결을 알아내려는 것이다.

연습경기 중 관중석을 유심히 살핀 김준태 씨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경기장을 찾는다. 연습경기를 보기 위해 점심을 경기장에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걸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니아 문화에서 가족적인 문화로 바뀌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 지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함께 일본행을 결심한 김신웅 씨(26)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 부분을 놓고 다른 팬들과 함께 논의하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축구를 즐기고 싶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복안도 이미 세운 듯 했다. 팬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팬즈 데이’를 만들겠다고 했다. 작년 대전 구단이 ‘추억의 매치’로 옛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면 이번엔 팬들이 직접 일종의 ‘팬 파티’를 만들어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구단의 든든한 지지도 힘이 됐다.

지난해 5월 대전 사장으로 취임한 전종구 사장이 일본 J리그를 벤치마킹해 ‘경기 전과 경기 후를 합쳐 6시간을 즐기는 컨텐츠를 완성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김준태 씨는 “구단의 전향적인 움직임이 반갑다. 우리도 힘을 보태고 싶다. 재작년 대전의 인디 밴드들이 대전의 응원가를 만들어 ‘포 시티즌’이라는 자체 공연을 했다. 당시엔 시즌을 고작 1주일 앞두고 공연을 해 선수들의 참석이 없었지만, 올해는 구단과 충분히 협의해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사진=일본 사가현=공동취재단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