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완-정성훈 의기투합, ''개막전 전북 꼭 이기자''
입력 : 2013.02.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기자= 프로 감독으로 첫 출발을 앞둔 김인완 감독(42), 선수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정성훈(35). 서로에게 끌렸지만 운명의 장난 속에 헤어졌던 두 사람이 돌고 돌아 4년 만에 대전에서 다시 만났다. 이들은 “계사년 올해 새롭게 출범하는 K리그 클래식에서 강등 1순위로 꼽히는 대전의 반란을 지켜보라”며 의기투합했다.

김 감독은 먼저 4년 전 얘기를 꺼냈다. 부산 시절 경희대 후배인 정성훈을 전북으로 2대2 트레이드를 시켰던 그 시기다. 결정권이 없는 코치였지만 그 때의 결정이 못내 가슴에 남았던 듯 했다.

김인완 감독(이하 김)=사실 그 땐 고민이 많았다. 성훈이 넌 부산에 꼭 필요한 선수였는데 워낙 수비가 없었거든. 할 수 없이 전북과 트레이드를 추진했는데 그 쪽에서 널 원하더라. 이요한 임상협을 받고 너와 (김)승현이를 내주면서 손해 보는 장사라고 생각했지.
 정성훈(이하 정)=손해보는 장산데 왜 보내셨어요. 부산이 내 팀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전에 운동을 마치니 트레이드 통보를 받았죠. 오후에 바로 짐싸서 나왔어요. 선생님(김 감독)이 인사는 하고 가라고 하셨는데 그땐 그럴 마음이 안 들었어요.
 =그렇다고 술 먹을 때마다 “왜 보냈냐”고 전화해서 항의하는 건 좀 심했잖아(웃음). 그리고 내가 보냈으니 아시아챔피언스리그도 나가고 잘 됐지 않나?

정성훈의 원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간절했던 재회가 대전에서 이뤄진 까닭이다. 당시를 떠올린 그는 “선생님이 대전에 부임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꼭 데려가달라고 애원했다”며 “아내 앞에서 세 가지 약속까지 했다”고 껄껄 웃었다.

 =저 술 끊었습니다. 선생님이 집 사람 앞에서 확인하셨잖아요. 저 술 마시면 보따리 싸서 나간다고 했어요. 술만 끊었나요. 팀에 오면 최고참이니 모범을 보이라고 하셨죠. 여기에 두 자릿수 골까지 넣으라고 하셨는데…. 약속이 참 많네요.
 =내가 그래서 물어봤지? ‘진짜 잘할 자신이 있냐?’고. 널 데려오기가 쉽지 않았다. 전남과 계약기간이 남아 이적료도 있었고, 니 연봉도 높았지. 다행히 이적료는 전남에서 도와줬고, 연봉은 니 스스로 깎았지만 널 데려오려면 이 정도의 약속은 받아놔야 했어. 솔직히 넌 기교로 축구하는 선수는 아니잖아. 힘으로 하는 축구인데 술마시고 힘 빠지면 어떻게 하니. 그래도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듬직하고 고맙다. 빨리 몸만 만들어주렴.

정성훈은 6년 만에 대전에 복귀하자마자 최고참이 됐다. 이젠 그를 ‘삼촌’으로 부르는 선수가 있을 정도다. 김 감독은 “삼촌으로 불려도 좋다. 오래오래 선수생활을 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전에 와서 깜짝 놀랐어요. 어린 선수가 너무 많더라고요. 저랑 같은 방을 쓰는 조규승이란 친구는 띠 동갑이에요. 이 친구가 절 삼촌으로 부른다니까요. 노장과 고참이란 두 단어를 제일 싫어했는데 이젠 포기해야겠죠?
=노장이 꼭 나쁜 게 아니다. 팀의 기둥이 될 수 있거든. 단 경기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성훈이 너가 벤치에 앉아있으면 노장이 나쁜 의미가 되지. 난 성훈이 니가 이대로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강한 임팩트를 보여주고 끝내야지.

둘의 올해 목표는 ‘생존’이다. 그러나 그 목표에 앞서 첫 번째 단추를 잘 끼고 싶다고 했다. 바로 전북과 개막전이다. 김 감독에게는 감독으로 첫 경기이고, 정성훈에게는 또 다른 친정팀이다. 그는 지난해 중순 전북에서 전남으로 팀을 옮기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 목표는 잔류죠. 그러려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합니다. 전북전을 벼르고 있어요. 제 아내도 전북전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죠(웃음).
=설움을 많이 당했니? 나도 전북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잘해서 이기면 상승세를 타는 것이고, 이기지 못하더라도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잖아. 우승 후보를 처음부터 만나는 게 나쁜 건 아니지.
=그래도 선생님의 시작이 전북이라는 게 아쉬운 것도 있어요. 너무 부담이 크잖아요.
=부담을 얘기하자면 끝이 없지. 프로라면 이런 부담은 이겨내야 한다. 못 이겨내면 이 자리에서 내려오면 되지. 그런 선수인 너도 마찬가지야. 난 대전에서 지도자로 좋은 시작을 보이고 싶고, 넌 화려한 마무리를 원하지 않니. 둘 다 새로운 터전인 대전에 자리를 잡아보자. 파이팅.

사진=구마모토(일본) |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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