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국축구’ 포항을 웃게 하는 ‘투배’ 배천석∙배슬기
입력 : 2013.04.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올 시즌 포항 스틸러스는 ‘황선대원군’과 ‘쇄국축구’라는 새로운 별칭이 생겼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1명도 영입하지 않자 조선시대 말기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지 않고 쇄국정책을 펼쳤던 흥선대원군에 빗대어 표현한 것다. 황선홍 감독은 황선대원군, 포항의 강철축구는 쇄국축구로 바뀌었다.

‘황선대원군’ 황선홍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고 싶어한다. 그러나 줄어든 재정 때문에 포항의 강점인 젊은 선수를 즉시전력으로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2명의 선수가 출전 선수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투배’ 공격수 배천석(23)과 수비수 배슬기(28)다.

배천석은 포철공고 재학시절 U-17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일찌감치 이름을 날렸다. 2011년 6월에는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됐고,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2골을 넣으며 주목 받았다. 그리고 그 해 7월 J리그 빗셀 고베에 입단해 프로 무대에 도전했다.

하지만 양정강이 피로골절로 쓰러졌고 지난해까지 1년 반 동안 4경기 출전에 그쳤다. 배천석은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부상으로 9개월 동안이나 재활을 해 정말 죽을 맛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 기간은 자신을 한 단계 더 강하게 한 계기가 됐다. 그는 “일본 생활은 큰 시련이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지난해 말 우선지명 받았던 포항에 입단한 그는 황선홍 감독의 믿음 아래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전남과의 K리그 클래식 4라운드에는 포철공고 동기인 이명주에게 결승골을 도우며 프로 첫 공격포인트도 올렸다. 그는 “뒷바라지 하신 어머니께 효도를 한 것 같아 기뻤다”며 “올해 팀의 경기 중 절반 이상을 뛰고 싶다. 공격 포인트는 10개 이상 올리고 싶고 국가대표로도 뛰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투배’의 또 다른 멤버인 배슬기는 배천석에 비해 덜 알려진 선수다. 실업팀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병역 해결을 위해 경찰축구단에 들어갔다 오느라 지난해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K리그 클래식 무대에 선 적이 없다. 백업 수비수이기 때문이다.

김광석, 김원일 등 주전 수비수들의 부상, 결장 등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야 나설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언제가 될 지 모를 경기를 준비한다. 그러나 그는 벤치에서 또 다른 역할도 한다. 바로 분위기메이커다.

“경기가 끝나면 목이 쉰다. 아마 내가 우리 팀에서 가장 소리를 많이 지를 것이다”라는 배슬기는 “출전하지 못한다고 시무룩해 있으면 팀 분위기가 죽는다. 벤치에서 동료들을 열심히 응원하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3일 분요드코르 원정경기 때는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포항이 경기 종료 전 2-1로 앞서고 있을 때 배슬기는 “우리도 할 수 있어. 침대축구. 우리는 과학이다”라고 소리질렀다. 이 말에 벤치가 뒤집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침대축구가 페어플레이는 아니지만 그때 정말 침대축구를 해서라도 이기고 싶어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배슬기는 포항 선수단에서 행운의 사나이로 불리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내가 동행한 경기는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일 산프레체 히로시마전에서도 포항에 행운을 부르기 위해 벤치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하지만 프로 선수인 만큼 경기 출전을 바랄 것이다. 그는 “1분이라도 좋으니 한번 뛰어 봤으면 좋겠다. 15경기 정도 출전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사진=배천석-배슬기 ⓒ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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