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만큼이나 값졌던 ‘이명주의 발견’
입력 : 2013.06.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서울월드컵경기장] 이두원 기자=근래 A매치 데뷔전에서 이렇게 잘 했던 선수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인상적인 90분이었다. 포항 스틸러스의 프로 2년차 보배 이명주(23) 이야기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행 여부가 달린 우즈베키스탄은 사실 국가대표팀에 처음 승선한 이명주가 감당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압박감과 부담 측면에서 A매치는 분명 프로와는 다른 무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김남일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가운데 대타로 나선 이명주는 90분 쉴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종횡무진 중원을 휘저으며 우즈베키스탄의 역습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가 하면 공격 전개 시에는 날카로운 돌파와 패싱까지 선보이며 최강희호의 허리를 든든히 유지했다.

박종우와의 호흡도 상당히 뛰어났다. 우즈베키스탄전만 놓고 본다면, 박종우-이명주 라인은 ‘유럽파’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기성용(스완지시티)과 맞먹을 만큼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승리했지만 상대 자책골에 편승한, 그 만큼 답답했다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마저도 대표팀 최대 수확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명주였다.

사실 이명주는 처음 대표팀에 호출됐지만 워낙 프로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기에 최강희 감독 역시 계속 발탁을 고민해왔다. 시기가 문제였을 뿐이었는데, 최종예선 3연전에 비로소 대표팀에 합류했다.

비록 레바논전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이명주는 대표팀 자체 청백전에서도 계속해서 눈에 띄는 플레이를 선보였을 만큼 컨디션이 좋았다. 결국 묵묵히 제 차례를 기다린 그는 한국의 월드컵 운명을 가를 최대 승부처에서 보란듯 날아오르며 이명주라는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명주의 발견, 한국으로선 승점 3점 만큼이나 값진 수확이었다.

사진=김재호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