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서울 ‘수호신’의 이유 있는 5분간의 침묵
입력 : 2013.08.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FC 서울의 서포터즈 ‘수호신’의 이유 있는 5분간의 침묵은 ‘슈퍼매치’에서도 어김없었다.

K리그 최고의 축제이자 전쟁. FC 서울과 수원 블루윙즈의 ‘슈퍼매치’가 3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경기로 치러졌다. 이날 66번째 ‘슈퍼매치’의 주인공은 서울이었고 아디와 김진규의 연속골에 힘입어 감격적인 2-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슈퍼매치’는 서울의 9경기 연속 무승(2무 7패) 탈출이라는 결과와 함께 많은 것들을 남겼다. 특히 양 팀의 서포터즈는 경기 시작 전부터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고 총 43,681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K리그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모두의 리그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날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서울 ‘수호신’의 5분간의 침묵이었다.

그동안 ‘수호신’은 어떤 경기라도 경기가 시작되면 ‘사자후’라 불리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응원을 펼쳤고 상대의 기를 누르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최고의 라이벌 매치이자 치열한 응원전이 펼쳐지는 ‘슈퍼매치’에서 경기 시작 후 5분간 일제히 침묵했고 응원가 대신 어떤 문구가 쓰여 있는 현수막을 들어올렸다.

‘수호신’이 들고 있는 문구는 명확했다. 그들은 “징계를 잊은 연맹에게 미래는 없다”, “범죄자를 위한 리그는 없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일제히 침묵했다. 정확히 5분간이었다. 이 순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수원 팬들의 함성으로 뒤덮였고 서울 팬들은 안방에서 조용히 경기 시작을 지켜봤다.

5분간의 침묵. 이유는 있었다. 최근 승부 조작 사건 가담자들의 징계를 경감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향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정확한 5분 후 서울 팬들의 ‘사자후’는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고 뜨거운 응원전이 시작됐다.

‘수호신’은 5분간 수원 팬들에 내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응원에 열중했고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결국 ‘슈퍼매치’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수호신’의 5분간 침묵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연맹의 결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글=정지훈 기자
사진=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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