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진짜' 스마트 축구, 졌지만 가능성 보였다
입력 : 2013.08.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두원 기자='슈퍼매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수원이기에 첫 패배에서 느껴지는 감정이야 아쉬움이 먼저겠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통 스트라이커들의 부재 속에 선보인 수원의 축구는 팬들에게 쏠쏠한 재미와 아기자기한 맛을 선사했다.

수원은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에서 서울에 1-2로 패했다. 전반 29분과 후반 8분 아디와 김진규에게 잇따라 헤딩골을 내준 수원은 후반 35분 조지훈이 한 골을 만회했지만 1-2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2010년 8월 정규리그에서 4-2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9경기에서 7승2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둔 수원은 이로써 10경기 만에 서울전 첫 패배를 안았다.

그러나 이날 수원의 축구는 경기력 면에서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했다. 서정원 감독은 지난 부산전(2-0, 승)과 마찬가지로 정통 스트라이커 없이 서울을 맞았다. 그 동안 수원의 간판 노릇을 했던 스테보와 라돈치치가 떠난 가운데 정대세마저 부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힘과 높이의 축구를 버린 수원이 택한 건 '만들어가는' 축구였다.

서정원 감독은 취임 초부터 패싱축구를 하겠노라고 말했지만 힘과 높이에서 우위를 보인 스테보와 라돈치치가 최전방에 있다 보니 이것이 제대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는 조율자 역할을 담당하는 김두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더 심화됐다.

그러나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테크니션 산토스의 합류는 단시간 내 힘과 높이의 축구에서 정교한 축구로의 스타일 변화를 가능케 했다.

서정진과 홍철이 버티는 측면 뿐만 아니라 산토스가 가운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겸 섀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원할히 해주면서 공격력이 배가됐다. 이날 서울전에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내준 2번의 실점 장면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특히 수원은 후반 35분 조지훈의 만회골 이후에도 급한 크로스에 의존하기보다는 만들어가는 플레이를 펼치며 몇 차례 서울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이전과는 분명이 다른 느낌의 수원이었다.

물론 빠르고 아기자기한 것으로 대변되는 수원의 스마트 축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완성됐다고 보기엔 아직도 정교하지 못한 부분이 많고, 마무리에서도 약점을 드러냈다. 이것이 패배를 불렀다. 하지만 지금의 옷이 조금 더 가다듬어지고 익숙해진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서울전은 비록 졌지만 그 가능성을 확인한 한 판이었다.

사진=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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