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에도 빛난 ‘2002 영웅들’의 클래스
입력 : 2013.08.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정성래 기자= 설기현(34)과 이천수(32), 인천 유나이티드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반짝반짝 빛났던 2002년의 영웅들이었다.

설기현과 이천수는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인천과 FC서울의 경기서 선발 출장하여 치열했던 명승부를 연출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데얀이 후반 추가시간 승부를 가르는 결승골을 넣으며 승부의 주인은 인천이 아닌 서울이 되어 버렸고, 이들은 주연이 아닌 조연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설기현과 이천수는 초반부터 서울 수비진을 종횡무진 헤집고 다녔다. 설기현은 전반 4분 헤딩슛으로 인천 공격의 신호탄을 알렸고, 이천수는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며 인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이 둘은 결국 합작품을 만들어냈다. 전반 20분 이천수가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를 제치고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고, 중앙에 있던 설기현이 다이빙 헤딩슛으로 서울의 골망을 가른 것. 0-1로 뒤지고 있던 인천에 천금과도 같은 동점골이었다.

이천수는 설기현이 자신의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해주며 K리그 통산 32번째 30-30클럽(30골 30도움)에 가입하게 됐고, 설기현은 이천수의 도움을 받아 K리그 클래식 세 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에도 이들의 활약은 계속됐다. 설기현은 중앙에서 서울의 수비진과 몸싸움을 통해 공을 지켜냈고, 측면으로 빠지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천수는 후반 16분 왼쪽 측면 코너킥 상황서 날카로운 킥으로 직접 서울의 골문을 노렸다. 서울 김용대 골키퍼가 깜짝 놀라며 가까스로 쳐낼 정도로 위력적인 킥이었다.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설기현은 후반 29분 이효균과 교체됐고, 번뜩임을 보여준 이천수는 후반 40분 찌아고와 교체됐다. 이 둘은 인천의 공격을 이끌었지만, 더운 날씨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인천 코치진의 판단이었다.

두 명의 고참 선수들이 빠져서일까. 서울을 상대로 막상막하의 모습을 보였던 인천은 후반 추가시간 데얀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2-3의 패배를 맛봐야 했다. 멋진 명승부의 주연이 될 수 있었던 설기현과 이천수는 그렇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조용히 빠져나갈 수 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 김봉길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설기현과 이천수의 활약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참으로서 모범이 되는 경기를 했다. 경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고참들이 솔선수범해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우리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들이다. 기대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천수의 30-30클럽 가입에 대해 “기록은 개인, 팀 모두에게 영광이다. 계속 공격 포인트를 쌓아갔으면 좋겠다”며 제자에게 덕담을 건내기도 했다.

설기현과 이천수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인천의 공격을 이끌었다. 서울과의 경기에서 이들은 ‘컨디션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축구계의 명언을 직접 증명해내며, 자신들이 역사 속의 한 페이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건재함을 뽐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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