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LEGEND] 퍼거슨의 작품 그리고 남겨진 유산
입력 : 2013.09.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야심작인 ‘퍼거슨의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퍼거슨 감독은 자신이 키운 유망주를 믿고 기용했고, 이들은 우승으로 퍼거슨 감독에게 보답했다.

유망주 알아본 퍼거슨 감독의 혜안
라이언 긱스,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개리 네빌, 필립 네빌, 니키 버트. 이들이 바로 퍼거슨 감독과 함께 맨유의 영광을 함께한 ‘퍼거슨의 아이들’이다. 이들은 1992년 FA 유스컵에서 우승하며 일찌감치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긱스는 1990년 프로 계약을 맺은 후 1991년 3월 에버턴전에서 프로 데뷔도 했다. 퍼거슨 감독은 이들의 놀라운 성장세를 주목했고, 1995/1996시즌을 앞두고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 최고의 스타들이었던 폴 인스와 마크 휴즈, 안드레이 칸첼스키스를 각각 인터 밀란과 첼시, 에버턴으로 보내며 유망주들이 뛸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의 야심 찬 계획은 첫 경기부터 어긋났다. 애스턴 빌라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이를 지켜 본 BBC의 축구 해설가 앨런 한센은 프리미어리그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Match of the day’를 통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서는 승리할 수 없다”며 퍼거슨 감독의 팀 운영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센의 예상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맨유는 리그컵과 UEFA컵에서 탈락하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12월까지 맨유는 뉴캐슬에 승점 10점차로 뒤져 있었고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퍼거슨의 아이들은 젊은 패기의 무서움을 보여줬다. 뉴캐슬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고 1996년 들어 단 두 번의 패배를 기록하며 뉴캐슬을 제치고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맨유는 1995/1996시즌 FA컵도 우승, 시즌 2관왕을 이루며 퍼거슨의 아이들 시대가 도래한 것을 만천하에 알렸다.

훗날 퍼거슨 감독은 자서전을 통해 “한센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 역시 어린 선수들을 완전히 믿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그는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여 성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올드 트라포드에선 이미 ‘버스비의 아이들’이라는 예외가 있었다. 우리는 지금 또 다른 유망주 중심의 팀을 보게 되려는 참이다”며 ‘버스비의 아이들’의 성공이 그의 팀 운영 방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베컴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2003년까지 함께 뛰며 프리미어리그 6회, FA컵 2회,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하지만 베컴의 이적 이후 니키 버트와 필립 네빌이 2004년과 2005년에 뉴캐슬과 에버턴으로 이적하며 맨유에 퍼거슨의 아이들은 긱스, 스콜스, 개리 네빌만 남게 되었다.



‘퍼거슨의 아이들’ 시즌2
맨유의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한 퍼거슨의 아이들 중 몇몇이 팀을 떠나면서 퍼거슨 감독은 다시 한번 팀을 재정비하게 된다. 그는 지속적으로 유소년 팀의 발전에 신경을 썼고, 웨스 브라운, 존 오셰이, 조니 에반스, 톰 클레벌리 등을 발굴해 내며 꾸준히 유소년 선수들을 키워냈다. 하지만 이들은 선배들보다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에 퍼거슨 감독은 뛰어난 유스 시스템에 전세계적인 정보력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그는 맨유의 스카우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어린 선수들을 관찰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나 다름없는 어린 선수들을 영입한 뒤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유도해 보석으로 만들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표적인 선수다. 그는 18세의 나이에 포르투갈의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맨유로 이적했다. 당시 호날두의 이적료는 1,240만 파운드였다. 가능성만 믿고 지불하기엔 큰 이적료였지만 퍼거슨 감독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호날두는 2006/2007시즌 영국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한 ‘올해의 영 플레이어상’과 ‘선수들이 뽑을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며 그의 능력을 보여주었고, 2007/2008시즌에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3회, FA컵 1회,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을 이뤄내며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퍼거슨의 탁월한 선수 발굴 능력이 다시 한번 빛났던 순간이었다.

하파엘 다 실바와 파비우 다 실바 쌍둥이 형제 역시 퍼거슨 감독이 이뤄낸 또 하나의 작품이다.브라질 플루미넨세에서 뛰던 쌍둥이 형제들은 홍콩에서 열린 청소년 대회에서 맨유 스카우트의 눈에 띄었고 2008년 맨유로 이적하여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팀을 떠나지 않았던 퍼거슨의 아이들이 조력자의 역할을 했다. 긱스, 스콜스, 게리 네빌은 시즌 2의 훌륭한 도우미 역할을 해냈다. 이들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해 새로운 퍼거슨의 아이들이 맨유의 승리 본능을 익히는 것을 도왔다.



여전히 남아있는 퍼거슨의 유산
퍼거슨 감독은 믈러났지만 그의 유산은 여전히 맨유에 남아 맨유를 지탱하는 뿌리가 되고 있다. 스콜스는 맨유를 위해 은퇴를 번복하고 2012/2013시즌까지 경기장을 누볐다. 그는 은퇴 후 맨유 유소년팀 코치를 맡을 예정이다. 긱스는 2014년까지 계약을 연장해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이어간다.

맨유를 떠났던 ‘퍼거슨의 아이들’도 연어가 자신의 고향을 찾아 돌아오듯 맨유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에버턴에서 뛰었던 필립 네빌은 코치로 맨유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버트는 이미 2군 팀에서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퍼거슨의 아이들’은 이제 그들이 축구를 배웠던 곳으로 돌아와 퍼거슨의 손자들을 키우고 있다. 퍼거슨 감독의 철학을 익힌 퍼거슨의 아이들은 그들이 지도할 다음 세대의 선수들에게도 퍼거슨 감독의 승리 본능을 전할 것이다.


글=정성래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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