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래의 눈] ‘10분 출전’ 박주영, 아스널 잔류 최악 아니다
입력 : 2013.11.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정성래 기자= 위건 애슬레틱 임대를 거절하고 아스널에 남은 박주영의 결정은 최선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악도 아니었다. 박주영은 10분의 출전 시간을 확보해내며 아스널 잔류가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박주영은 지난 달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서 열린 2013/2014 잉글랜드 캐피털 원 컵 4라운드(16강)전 첼시와의 경기서 후반 36분 애런 램지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 9월 25일 웨스트브롬비치와의 캐피털 원 컵 3라운드 경기서 벤치에 앉으며 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국 운동장에 나서지 못했던 박주영은 0-2로 뒤지던 상황서 아르센 벵거 감독의 마지막 선택을 받아 실로 오랜만에 경기에 출전하게 됐다.

그 동안 박주영은 아스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며 전력 외 선수 취급을 받았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나 컨디션 저하로 인해 1군 전력이 약화됐을 때도 벵거 감독은 박주영 대신 어린 선수들을 중용하며 그를 출전시킬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박주영을 눈 여겨 본 것은 바로 위건 애슬레틱이었다. 위건은 지난 시즌 챔피언십으로 강등 당했고, 주전 공격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급히 공격수가 필요한 상황이 놓여 있었다. 경기력 향상과 대표팀 발탁, 월드컵 출전이라는 큰 목표가 있는 박주영의 절박한 상황과 공격수를 필요로 하는 위건의 절박함은 아주 좋은 호흡을 만들어 낼 것만 같았다.

그러나 박주영은 위건 임대를 거절하며 자신의 뜻을 분명히 했다. 아스널서 출전 기회가 거의 없었던 박주영은 자신의 축구 인생을 걸고 아스널서 계속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무모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벵거 감독의 계획에 박주영은 완벽히 없었던 것처럼 보였고, 박주영의 도전 정신은 아집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주영의 도전은 결국 경기 출전으로 보상받게 됐다. 그는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교체 카드로 경기에 투입됐다. 경기 후 벵거 감독은 박주영에 대해 “훈련을 잘해 출전시켰다”며 박주영이 훈련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출전 기회를 준 배경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단지 경기에 나섰다는 것만으로 축포를 터트리기엔 이르다. 박주영에겐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주전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의 엄청난 활약, 루카스 포돌스키와 테오 월컷 등 부상 선수들의 복귀, 니콜라스 벤트너와 야야 사노고 등 후보 선수들과의 경쟁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게다가 아스널이 첼시전 패배로 인해, 박주영이 출전할 기회가 가장 많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캐피털 원 컵서도 조기 탈락하며 출전 시간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첫 출전은 박주영에게 기회였고, 첼시전 패배로 인한 소속팀 아스널의 캐피털 원 컵 탈락은 아쉬움이었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대되는 것이 있다. 모두가 박주영의 경기 출전에 물음표를 나타낼 때, 그는 스스로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며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는 점이다.

박주영의 끝없는 도전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기대된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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