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몰리나의 긴박 ‘4분’, FC서울의 감동 ‘90분’
입력 : 2013.11.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너무나 아찔했고 긴박했던 몰리나의 부상 순간 4분. 이 시간이 지나가고 FC서울의 90분은 감동의 시간이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또 한 번 그라운드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뻔했던 순간이었다.

몰리나는 24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에서 전반 2분 만에 수비수 김응진과 헤딩 경합 과정중 머리끼리 충돌해 잠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긴박한 순간이 이어졌다.

공격수 데얀은 급하게 의료진을 불렀고 김진규와 부산의 이정호는 몰리나의 혀가 말려들어가는 것을 막은 뒤 의료진이 응급처치를 빠르게 실행했다. 이후 그라운드에 구급차까지 들어왔지만 다행스럽게도 병원에 이송되기 전에 몰리나가 의식을 회복했다.

이 과정에서 몰리나의 충돌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본 부산 팬들은 몰리나의 이름을 연호했고 이어 서울 팬들도 큰 목소리로 몰리나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놀란 최용수 감독과 윤성효 감독도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나 몰리나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격려했다. 이후 몰리나는 전반 11분 고요한과 교체돼 아무 탈 없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팬들, 구단 관계자들, 선수들 모두 놀랐지만 가장 놀란 것은 경기장을 찾은 몰리나의 가족들이었다. 몰리나가 걸어 나오는 상황에서 카메라는 몰리나의 아들 알레한드로 군을 잡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러나 자신의 눈으로 직접 아버지의 무사함을 확인한 그는 팬들의 박수에 손을 들어 화답하기도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몰리나를 위해 서울 선수들은 더욱 힘을 냈고 전반 25분 데얀이 선제골을 터트린 하 가장 먼저 벤치에 앉아있는 몰리나를 향해 달려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후 김진규, 아디를 비롯한 서울의 선수들이 몰리나와 감동적인 포옹을 했고 가슴 벅찬 장면을 만들었다.

경기 후 데얀은 “몰리나가 부상을 당하면서 넘어지는 것을 가장 앞에서 봤다. 의식이 없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고 위험한 상황이었다. 골을 넣고 몰리나 선수가 가장 먼저 생각났고 같이 하고 싶었다. 몰리나는 우리 선수들이 가장 믿는 선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전반을 마친 몰리나는 곧바로 양천구 목동에 있는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겨져 CT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에 대해 최용수 감독은 “다행히 별다른 이상은 없다. 몰리나가 경합 상황에서 상대와 부딪히면서 의식을 잃었고 혀가 말려들어갔다.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김진규가 혀를 잡고 있어 위기를 넘겼고 일어나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며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몰리나는 마지막 홈경기라는 생각에 팬들을 위해 더 뛰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최용수 감독의 생각은 단호했다. 그는 “몰리나는 홈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고 슬펐다. 당시에는 나쁜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치기도 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몰리나의 부상을 걱정한 것은 서울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부산의 선수들은 가장 먼저 몰리나의 응급처치를 시도했고 윤성효 감독도 몰리나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며 격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부산의 팬들도 몰리나의 이름을 뜨겁게 연호했다.

경기 후 윤성효 감독은 “저희 선수든 서울 선수든, 누구나 그런 상황이 발생되면 지도자로서 선수를 아껴줘야 하고 격려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하며 몰리나의 쾌유를 바랬다.

몰리나의 긴박했던 4분이 지나간 후. 서울과 부산은 모두 한 마음으로 몰리나를 응원했고 이날 90분간의 경기는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정지훈 기자
사진= FC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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