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성급하게 판단할텐가? 판 할은 원래 슬로우 스타터다
입력 : 2014.08.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경식 인턴기자=명장 루이스 판 할 감독의 부임으로 기대를 모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시즌 개막전에서 스완지 시티에 덜미를 잡히며 기대와는 다른 우울한 첫 발을 내딛었다. 비시즌 동안 치른 평가전에서 전승을 거둔 맨유이건만 정작 판 할의 공식 데뷔전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한 수 아래의 스완지를 상대로 안방에서 당한 패배이기에 쓴 맛은 더 컸다.

지난 시즌 데이비드 모예스의 악몽이었을까? 후폭풍도 제법 거세다. 맨유 팬들을 비롯해 월드 베스트 클럽인 맨유를 지켜보던 언론마저 마치 지난 시즌의 데자뷔처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첫 경기로 과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너무 성급하다. 여우 중 여우로 소문난 판 할 감독이다. 판 할 감독은 최고의 슬로우 스타터다. 판 할 감독으로부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향수를 느끼고 있고 지난 시즌 최악의 좌절감을 맛본 팬들이라면 지금 판 할 감독의 덤덤함에 더 큰 기대감을 걸고 있을 것이다.

이미 영국의 언론들은 알고 있었다. 지난달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17년간의 클럽 감독으로 활약한 판 할 감독은 시즌 초반을 조용히 보낸 뒤 시간이 지나면서 놀라운 성적을 내는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 다"고 밝히며 판 할 감독이 시즌 초반 활약부터 맹위를 떨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기록을 봐도 그렇다. 아래 기록을 보자.

각 팀 별 판 할 감독의 시즌 성적

바르셀로나
97/98 시즌- 14경기 이후 2위로 상승 / 최종, 리그 우승
98/99 시즌- 14경기까지 10위권 유지 / 최종, 리그 우승
02/03 시즌- 03년 1월까지 12위 / 최종, 리그 6위

AZ알크마르
05/06 시즌- 13경기 이후 3위로 상승 / 최종, 리그 2위
06/07 시즌- 13경기 이후 3위로 상승 / 최종, 리그 3위
08/09 시즌- 개막 2연패, 11경기 이후 4위 상승 / 최종, 리그우승

바이에른 뮌헨
09/10: 13경기 후 7위로 상승 / 최종, 리그 우승
10/11: 13경기 후 8위로 상승 / 최종, 리그 3위

기록을 보자면 패색이 짙어 짐에도 판 할 감독이 무표정하게 수첩에 적어 내리던 스완지전 표정이 이해가 갈 것이다.

판 할 감독은 단기 토너먼트인 월드컵에서 보여준 초반 강렬한 인상 대신 클럽의 감독으로 나선 리그에서는 초반 평이한 성적을 보인 다음 리그 중반으로 접어들 때 쯤 팀을 선두권에 올려놓는 패턴을 보였다. 바르셀로나 시절을 비롯해 AZ알크마르와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던 시절에도 '슬로우 스터터'의 성격이 짙게 나타났다.

이런 기록을 봤을 때, 현재를 지난 시즌과 이어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판 할이 쥐고 있는 맨유의 폭발적인 페이스는 리그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극복해야 할 문제도 있다. 맨유의 에드 우드워드를 비롯한 보드진이 역사상 최고의 지원을 약속함에도 판 할 감독에 필요한 선수 단 한 명도 영입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시즌 첫 경기 참패를 당하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스널이 메수트 외질이라는 초대박 영입을 터뜨렸듯, 첫 경기서 자신이 추구하던 팀의 모습에서 부족한 실력을 보인 선수들이 완벽하게 드러났기에 슈퍼스타 영입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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