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아게로의, 아게로에 의한, 아게로를 위한 '시티 극장'
입력 : 2014.11.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3샷 3킬'. 아게로가 곧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였다. 26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5차전에서 맨시티가 바이에른 뮌헨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CKSA 모스크바가 극적인 동점골로 AS로마를 걸고넘어진 데 이어(1-1무) 아게로는 해트트릭을 더하며 진흙탕 싸움을 시작했다. 승자승, 득실차, 다득점까지. 계산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5라운드 현재 E조 순위]
1위 바이에른뮌헨 : 승점12 / 4승 1패 / 득실+9 / 6R=모스크바전(홈)
2위 AS로마 : 승점5 / 1승 2무 2패 / 득실-4 / 6R=맨시티전(홈)
3위 CSKA모스크바 : 승점5 / 1승 2무 2패 / 득실-4 / 6R=뮌헨전(원정)
4위 맨체스터시티 : 승점5 / 1승 2무 2패 / 득실-1 / 6R=로마전(원정)



▲ 적지 맨체스터에서도 이어간 뮌헨식 축구

전반 7분 24초 노이어의 골킥 이후 시작된 볼 소유는 10분 4초 로번의 슈팅으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뮌헨이 시도한 패스 53개 중 패스 미스는 단 3개(맨시티의 가로채기는 일회성 터치에 그침). 빠르게 전환하는 패스웍에 드리블까지 가미하며 수비가 족히 8~9명은 되는 상대 진영을 침착히도 넘나들었다. 전반 11분 중계 화면에 표기된 점유율은 '맨시티(29%) vs 뮌헨(71%)'까지 벌어졌다.

볼을 냅다 걷어낼 후방에서도 짧게 풀어 나왔다. 보아텡-베나티아와 노이어는 백패스, 횡패스가 발생해도 재차 양질의 전진 패스를 제공할 만큼 발기술이 좋았다. 상황을 인지한 뒤 결정하고, 실행하는 속도가 상대의 압박 템포를 앞질렀기에 가능한 장면. 동료가 공간을 만들고 준비를 하는 동안 볼을 지키는 능력도 뒷받침됐다. 맨시티 역시 이와 비슷하게 후방 빌드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결과는 상이했다.



▲ 아게로가 건드린 뮌헨의 코털, 순식간에 벌어진 폭격 두 방

경기를 주도한 뮌헨엔 뒷공간 노출이라는 치명적인 약점도 존재했다. 아게로는 그간 분데스리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 원톱과는 무게감 자체가 달랐다. 발이 빠른 데다 골을 넣는 천부적인 재능까지 장착한 것. 전반 20분 발생한 PK실점, 베나티아의 퇴장도 여기에서 기인했다. 아게로는 후방에서 패스가 넘어오기 직전 이미 상대 중앙 수비 사이에 머물며 달릴 준비를 마쳤고(상단 캡처 참고), 뒤늦게 따라간 베나티아가 몸으로 경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무리한 백태클을 유도했다.

놀라운 것은 뮌헨이 한 명 부족한 상황에서도 팀 철학을 끈끈하게 유지했다는 점이다. 긴급 투입됐음에도 이질감 없이 녹아든 중앙 수비 단테는 뮌헨의 팀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알론소를 축으로 한 삼각 대형 구축에 쉼 없이 볼을 주고받은 결과, 점유율은 줄곧 60%대를 웃돌았다. 알론소가 전반전 45분 동안 성공한 패스 횟수 60회는 상대 미드필더 밀너, 램파드, 페르난두를 모두 합친 55회보다도 많았다.

다만 볼 소유 및 패스 성공 횟수가 슈팅을 보장하지는 못했다. 상대 중앙 수비 중 한 명을 끌어내고 흔들어야 했던 상황. 전반 39분 레반도프스키는 세밀함이 떨어지는 망갈라로부터 파울을 얻어냈고, 알론소는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작렬한다(하단 캡처 참고). 잘 버티며 전반전을 마무리해야 했던 맨시티는 도리어 폭삭 무너진다. 뮌헨은 중앙 수비 보아텡이 더 넓게 움직이며 공격 과정에 참여했고, 크로스를 받은 레반도프스키가 또 한 골을 보탰다.



▲ 두 방 맞았으니 두 방 더. 계산은 정확하게

펠레그리니 감독은 밀너를 측면으로, 나스리를 중앙으로 옮긴 뒤 램파드-페르난두 조합을 구성한다. 한 명 적은 뮌헨에 체력적 부담을 주기 위해서는 운동장을 넓게 쓰는 것도 방법이었다. 옆줄, 끝줄 가까이 볼을 보낼수록 상대는 끌려 나오게 되고, 이때 골문을 향한 볼 투입이 유효하게 이뤄져야 했다. 노출한 뒷공간이 로번과 리베리를 군침 돌게 할 수도 있었으나, 후반 막판을 내다본다면 앞쪽으로 볼을 차 넣고 뛰어들며 라인을 올리는 편이 더 나았다.

하지만 볼은 여전히 뮌헨이 오래 갖고 있었다. 죽기 살기로 압박해 윗선에서 볼을 빼앗는 것 말고는 묘수도 없었다. 후반 21분, 밀너 대신 요베티치를 투입한다. 엔진을 하나 줄이더라도 공격적인 성과를 낼 자원을 넣겠다는 의도였을 터다. 램파드를 뺄 수도 있었으나, 크게 벌려주는 패싱력과 2선 침투에 이은 득점포를 포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어 사발레타를 투입해 나바스와의 측면 연계 역시 노린다. 평소 측면 밖으로 크게 돌거나, 안쪽으로 가로지르던 파괴력을 기대했다.

뮌헨은 슈바인슈타이거로 중원을 보강하고, 샤키리로 후방을 노리며 경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상대 좁은 진영을 예리한 칼날로 찢어놓던 다비드 실바가 더없이 그리운 시간. '수비 실책'이라는 행운이 깃든다. 후반 40분 아게로는 알론소의 치명적인 실수를 통해 동점골을 만들어낸다. 후반 48분에는 보아텡의 볼 처리 실패를 틈타 또 한 방을 날린다. 소름 돋을 정도로 침착했던 피니쉬, 날이면 날마다 연출되는 흔한 골 장면이 아니었다.


글=홍의택
사진=UEFA, SPOTV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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