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은퇴' 설기현의 뇌리에 남은 '장면 3'
입력 : 2015.03.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두원 기자= "이탈리아전 골은 의미도 의미지만 선수로서 가장 큰 골이 아니었나 싶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중 하나인 '설바우도' 설기현(36)이 4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역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2000년 벨기에를 시작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활약하는 등 오랜 기간 유럽 무대를 누볐던 설기현은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기억에 남는 3가지 장면을 꼽기도 했다.

첫 번째는 유럽 진출의 첫 무대였던 벨기에 안트워프 시절의 기억이었다. 설기현은 광운대를 졸업한 뒤 곧바로 벨기에 1부리그 안트워프에 입단하며 유럽 생활을 첫 발을 내딛었다. 그는 "당시 벨기에가 어디에 있는 곳인지도 잘 몰랐다. 그저 유럽에서 뛸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안트워프에 처음 갔을 때 기억에 남는 게 공항에 도착한 첫 날 굉장히 우울한 날씨였다. 월요일이 입단식이어서 일요일에 공원에 잠깐 나갔는데 어느 시민분이 왜 여기서 운동을 하느냐 묻더라. 그래서 안트워프에 입단한다고 하니 대답이 왜 거기에서 뛰냐고. 못하는 팀인데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며 웃어보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4강 신화를 썼던 2002한일월드컵의 기억도 빠지지 않았다. 설기현은 특히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후반 막판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전 국민을 열광시켰다. 설기현의 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한국은 안정환의 골든골이 터지며 극적인 8강행을 이뤘고 4강 신화를 써냈다.

그는 당시 골에 대해 "이탈리아전 골은 정말 제가 넣어본 골 중에 의미도 의미지만 선수로서 가장 큰 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훌륭한 감독님,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했다는 점에서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지성과 이영표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세번째로 밟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기억도 포함됐다. 설기현은 안더레흐트를 거쳐 2004년 울버햄튼으로 이적했고, 이후 2006년 승격한 레딩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섰다.

설기현은 "프리미어리그 첫 경기 때가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상대가 미들스보로였는데 전반 20분 만에 2골을 먹고 0-2로 뒤지게 됐다. 그렇게 지는가 했는데 이후 3골을 넣고 역전승을 거뒀다. 그날 정말 기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경기는 레딩이 135년 만에 1부리그에서 거둔 승리였기에 설기현으로서도 더 의미가 깊었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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