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수의 蹴球正道] 아름다운 꽃 피울 女축구 위해
입력 : 2015.04.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지난 27일(한국시간), 저 멀리 잉글랜드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한국여자축구의 간판스타인 ‘지메시’ 지소연이 런던 그로스베너하우스에서 열린 PFA 올해의 선수 시상식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자로 호명된 것이다.

지소연은 에니올라 알루코(첼시 레이디스), 캐런 카니(버밍엄시티 레이디스), 루시 브론즈(맨시티 레이디스), 제스 클라크(노츠카운티 레이디스), 켈리 스미스(아스널 레이디스) 등과 함께 올해의 선수 후보에 올랐으며, 이들을 따돌리고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지소연의 수상 의미가 남다른 이유는 지소연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명의 후보가 모두 잉글랜드 선수였고, 또한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이 뽑아 수상을 하는 것이 바로 PFA 올해의 선수상이기 때문이다.

시상에 앞서 선정한 올해의 팀에서도 미드필더 부문에 이름을 올린 지소연은 한국여자축구 사상 처음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리그에서 최고의 선수자리에 오르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이는 살아있는 한국축구의 전설이라 불리는 차범근이나 박지성도 현역 때 이루지 못한 쾌거로, 지소연의 수상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이지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 나이로 이제 25세인 그녀는 아직도 현역생활을 이어갈 날이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여자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해도 무방할 듯하다.

지소연의 올해의 선수상 수상은 한국여자축구에 있어서도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그 동안 대중의 관심이 덜 했던 한국여자축구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세계에서 약체로 평가 받던 한국여자축구의 발전을 만천하에 공포했다는 점에서 전환점이 될 중요한 일이었다.

어려움 속에서 봉우리를 맺은 한국여자축구
축구 역사에서 여자축구는 16세기에 이미 영국에서 남자축구 못지않게 성황을 누리며 나날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1920년에 여자축구사에서 최초의 국제경기인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경기가 잉글랜드에서 개최될 만큼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이후 잠시 시들해졌으나 1990년대를 기준으로 하여 각종 국제대회가 개최되면서 다시금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세계에서 이렇게 여자축구가 인기를 더해가고 있을 때 한국여자축구는 어려움 속에서 봉우리를 맺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자축구가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선을 보인 대회는 1949년 6월 28~29일 이틀 동안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렸던 전국여자 체육대회였다.

첫 등장을 알린 한국여자축구는 빠른 성장을 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당시 학부모들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조신한 여성상만을 강요하던 그 시절에 여자가 축구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며 성장의 속도를 더디게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한국전쟁 발발이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이제 막 시작을 알린 여자축구를 지속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앞서 언급한 대회를 통해 등장을 알렸던 한국여자축구는 전쟁이라는 물리적 폭력 앞에 그 지속성을 잃었고, 어두운 나라사정과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자축구의 봉우리는 꿋꿋이 살아남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훗날을 도모하며 잠시 동안의 잠에 빠져들었다.



갖은 노력으로 꽃을 피우다
깊은 잠에 빠졌던 여자축구의 봉우리를 깨운 건 바로 고(故) 김화집 선생이었다. 김화집 선생은 한국여자축구의 부흥을 이끌기 위해 대표팀 창단을 결심하게 되는데, 1985년 4월 12일에 여자축구대표팀을 창단하였지만 무관심과 지원의 부족으로 인해 1년도 가지 못해 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김화집 선생은 1988년에 다시 한 번 여자축구대표팀을 창단하였고, 이듬해에 일본을 상대로 첫 선을 보였지만 1-15라는 충격적인 점수 차이로 대패를 하며 우려를 낳게 됐다. 이후에도 좋지 않은 성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여자축구대표팀은 결국 다시 한 번 해산되고 만다.

하지만 한 번 잠에서 깬 여자축구의 봉우리는 다시 잠들 줄 몰랐고, 꽃을 피우기 위한 노력은 서서히 결실을 맺게 된다. 여자축구대표팀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다시 창단되게 되는데, 당시 중국이 여자축구를 정식종목으로 삼으려 하였고 이에 호응하기 위해 급하게 여자대표팀이 다시 창단된 것이다.

그러나 급하게 꾸려진 여자축구대표팀은 6개 팀 중 5위에 그칠 만큼 좋은 성적을 낼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차츰 여자축구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91년부터 본격적으로 고교팀, 대학팀, 실업팀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2001년에는 대한축구협회 산하로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설립되어 본격적인 한국여자축구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며 성장의 속도를 더해가고 있는 한국여자축구는 2009년 4월 20일 여자축구 실업리그인 WK리그 출범하며 본격적인 여자축구리그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여자축구의 저변확대와 한국여자축구의 세계적 위상 강화라는 목표를 앞세워 리그의 질을 다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올해는 홈 앤드 어웨이 제도를 도입하여 연고제 정착의 기초를 다지는 첫 해로 삼기로 했다. 지난 3월 16일 개막해 인천현대제철, 이천대교, 서울시청, 대전스포츠토토, 부산상무, 수원시설관리공단, 화천KSPO 등의 7개 팀이 11월 9일까지 기나긴 대장정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대표팀도 나날이 성장해가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힘을 내지 못하던 여자축구대표팀은 2008년 11월에 뉴질랜드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에서 FIFA주관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이뤄내더니, 2010년 9월에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U-17월드컵에서 FIFA주관 대회에서 한국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내는 업적을 달성하게 된다. 이는 남녀를 통틀어 한국축구역사에 있어 최초의 업적이다.

이전까지 아시아에서도 변방으로 취급 받던 한국여자축구는 2010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4 아시안게임 동메달의 성과를 이뤄내며 점점 성장의 속도를 더해갔다. 현재는 2003년 이후 12년 동안 진출하지 못했던 성인 월드컵 대회 진출권을 획득하여 올해 6월 6일에 캐나다에서 개막하는 여자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을 목표로 착실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한국여자축구는 본격적인 역사가 30여 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속에서 서서히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완벽한 형태의 꽃을 피웠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의 한국여자축구는 충분히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언젠가 활짝 피게 될 꽃을 위해
이러한 한국여자축구 발전의 노력은 개인의 노력과 합쳐져 지소연이라는 살아있는 전설의 본격적인 등장을 알리며 그 결실을 더해가고 있다. 지소연의 성장은 한국 여자축구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좋은 촉매제가 될 것이다.

지소연이 대중의 스타로 등극함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에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많은 여자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동안 남자축구에서는 차범근부터 가까이로는 박지성, 이영표와 같은 레전드들이 많은 유망주들의 롤모델이 되며 그들의 발전에 있어 목표가 되어왔다. 유망주들은 가까이에 있는 한국축구의 레전드를 롤모델로 삼으며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점차 그 실력을 키워나가 한국축구의 질적 향상에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바로 이러한 효과를 여자축구에서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자축구에서는 냉정히 말해 이렇다 할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선수가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나날이 더해가는 무관심 속에 여자축구는 그들만의 축제가 되어가고 있었고, 심지어 많은 축구부들이 해체를 하며 그 저변마저 위협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의 국제대회에서의 성과와 지소연이라는 걸출한 선수의 등장으로 인해 여자축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소연의 플레이에 열광을 하고 있으며 그녀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찾아보며 다가올 월드컵에서의 한국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한국여자축구의 발전에 필요한 많은 조건들은 점점 갖춰지고 있다. 스타의 등장부터 리그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 대표팀의 국제대회에서의 성과까지, 발전을 위한 퍼즐 맞추기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조건들을 갖추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직까지도 열악한 WK리그의 질적 향상과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여자축구의 발전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유망주의 육성에도 체계적인 시스템의 도입으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발전에 도취되어 현실에 안주해버리면 역사가 짧고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한국여자축구의 불안요소로 인해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 그러한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여자축구연맹의 모든 직원들과 WK리그의 모든 구단들과 여자축구의 뿌리역할을 하고 있는 초,중,고,대학팀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여자축구의 100년 대계를 이을 수 있는 장기적인 발전 계획 수립에 모두가 힘을 쏟아야 한다.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한국여자축구, 우리 여자축구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30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역사 속에서 그간 이뤄낸 것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보다 더욱 세계 속의 강한 여자축구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힘이 그들에게는 있다. 모두가 진정으로 여자축구를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줄 때 서서히 피고 있는 여자축구의 아름다운 꽃은 그 향을 사방으로 흩날리며 아름답게 활짝 피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꽃내음을 풍기는 여자축구라는 꽃이 싱그러운 미소를 우리에게 보일 그 날을 기대해본다.

글=황경수 객원기자
사진출처=PFA 홈페이지, 한국여자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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