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손흥민+에릭센', 평일 새벽 아스널전을 봐야 할 이유
입력 : 2015.09.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61분(선덜랜드전). 68분(카라바흐전). 79분(크리스털 팰리스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홋스퍼 감독은 손흥민(23)이 뛰는 시간을 차근차근 늘려갔다.

이번엔 아스널이다. 토트넘은 24일 새벽 3시 45분(한국시각) 아스널을 영국 런던의 화이트하트레인으로 불러들여 캐피털 원 컵 32강 경기를 치른다. 풀타임 뛰며 혹사당한 것은 아니기에, 또 토트넘 공격진 중 가장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기에 출장은 무난할 듯싶다.

데뷔전 선덜랜드전을 망쳤거늘(첫 경기였음은 감안해야 한다). 불과 며칠 새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발 몇 번 맞춰봤다고 어쩜 그리 확 달라졌는지도 궁금은 하다. 다음 상대 카라바흐의 중앙 수비가 상당히 취약하기는 했으나. 한 번쯤 부침이 오고 굴곡이 생길 때도 있겠으나. 현 페이스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기죽지 않고 본인을 증명해 보인 이 청년은 시쳇말로 난놈은 난놈이었다.

두 경기에 세 골을 몰아친 모습에 문득 박지성이 떠올랐다. 현 토트넘과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위치는 확연히 다르다. 뛴 위치, 맡은 바 임무 등에서 손흥민과 박지성이 놓인 처지도 같지 않다. 단, 만사 제쳐놓고 '득점'이란 잣대만 들이대본다면. 박지성은 입단 후 12월 버밍엄 시티전이 되어서야 첫 골을 뽑아냈다. "맨유에서의 첫 골이 터지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당시를 회상한 박지성을 보면 손흥민의 골 소식은 더욱 반갑다. 부담을 안고 싸우는 공격수 입장에서 두 경기 만에 첫 골을 쐈다는 데 선수로서 지닌 복도 간과할 수 없다.

포체티노 감독도 보통 배짱은 아니었다. 손흥민의 첫 경기가 마뜩잖았으나, 곧장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에 선발 카드로 내세웠다. 물음표가 난무했던 현지 분위기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것도 종전의 윙어가 아닌 원톱으로. 팰리스전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10번)로 두며 또 한 번 다른 옷을 입혔다. 시즌 초반 흐름이 더없이 중요함에도 그 변화는 격렬했다. 손흥민도 화답했다. 결국 지도자로서, 선수로서 갖는 뚝심이 버무려지며 결과를 냈다.



팰리스전에서 맡은 10번 역할은 준수했다. 상체를 먼저 움직여 상대 수비를 등지고 섰다. 덕분에 동료는 슈팅을 날렸다. 좁은 진영에서 볼을 조심스레 다루며 슈팅 타이밍도 포착해냈다. 위치는 2선 공격진의 가운데였으나, 난타전 속 드러난 공간으로 자유롭게 독주할 일도 많았다.

9번(최전방 공격수)도, 10번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기대되는 건 후반 20분 에릭센의 투입 이후 형태다. 샤들리를 뺀 포체티노 감독은 해리 케인 원톱에 손흥민-에릭센-라멜라 2선을 꾸렸다. 패스 줄기를 쥔 인물이 있는 것과 없는 차이는 역시나 컸다. 에릭센이 들어가자, 볼을 받아둔 뒤 각지로 배달하는 작업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손흥민의 결승 골도 이러한 맥락에서 터졌다.

좋은 패서(Passer)는 속도를 살린다. 특정 시점에 변속 기어로서 기능하며 상대 골문으로 쳐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볼을 정지시키지 않고, 재빨리 돌아 다음 동작을 이어나갈 리시버(Receiver)의 동작도 중요하나, 그 전제 조건은 양질의 패스다. 사람을 향하는 패스가 나와야 할지, 아니면 공간을 찌르는 패스를 뿌려야 할지. 이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고 머릿속 구상대로 볼을 보낼 전문가가 있다면 경기는 훨씬 쉬워진다.

토트넘이 에릭센의 부상 복귀를 갈망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플레이메이킹의 주 업무는 에릭센에게 맡긴 뒤 손흥민은 본인이 더 잘할 수 있는 위치에서 해결하는 것이 팀 차원에서 훨씬 효과가 클 터다. 속도를 붙인 상태에서도 양발 안 가리고 슈팅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손흥민의 재능은 에릭센과 어우러졌을 때, 한층 배가될 것이다.

팰리스전 골은 속도를 붙인 공격 상황에서 터졌다. 하지만 '손흥민+에릭센'의 조합은 지공 상황에서도 꽤 쏠쏠하리라 보는 편이다. 슈팅 모션이나 스윙이 다소 크다는 점은 손흥민 스스로 보완해가야겠으나, 동료와의 좋은 움직임과 적기의 패스라면 밀집 진영을 부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속도를 내 직선으로 내달리는 방법도 있지만, 교묘하게 돌아 뛰어 득점 가능한 지역에 더욱 손쉽게 들어갈 패턴도 있다. 두 가지가 잘만 섞인다면 '완전체' 손흥민을 볼 수도 있다.

아스널은 손흥민이 EPL 입성 후 만난 상대 중 가장 강한 팀이다. 힘 있고, 빠른 수비수와 맞붙어볼 기회. 본인의 현 위치를 가늠해보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부풀어 올라 붕 뜬 분위기를 꽉 한 번 눌러줄 묵직함을 기대해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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