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스카우트(15)] 영남대 김경준, 2016년 여름을 집어삼켰어
입력 : 2016.08.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충주] 홍의택 기자= 막 꽃피우려는 친구들 하나둘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연재.

'뭐야, 얘네'. 한 번 오르기도 어렵다는 전국 대회 결승에 두 번씩이나 올랐다. 그것도 한 달도 안 돼 연속으로. 지난 7월 태백에서 열린 '제47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우승한 영남대는 지난 24일 치른 'KBSN 제13회 추계 1, 2학년 대학축구대회'에서 다시 한 번 왕좌에 올랐다.

영남대가 재평가를 받기 시작한 건 김병수 감독의 부임과 맞물린다. 이어 포항 스틸러스판 화수분 축구의 촉매제가 되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명주, 김승대, 손준호 등 알짜 자원이 해마다 끊임없이 배출했다.

아마추어, 프로를 망라한 FA컵에서도 꾸준히 어필했다. K리그 클래식 소속 성남 FC와 3년 연속 내리 격돌하는 진기한 풍경까지 연출했다. 체격, 체력 등 기본 요소에서는 모자랐을지라도, 끈끈하게 상대를 괴롭혔다. 꽉 물고선 쉽사리 놔주지 않는 집요함. '영남대'란 이름에 한 번 더 눈길이 갔다.




이 중심에 김경준(19)이 있었다. 1996년생 2학년. 완전히 무르익기엔 조금 일렀어도, 팀 에이스를 자처했다.

7월 대회 결승전에서는 경기대를 만나 세 골을 폭발했다. 조별리그 포함 무려 9골을 때려 박았다. 경기당 1골이 넘는 수치. 주말 리그가 아닌, 전국 대회 득점왕을 처음으로 거머쥐며 "나 자신에게 놀랐다"며 얼떨떨해했다.

한 번은 그럴 수 있다. 본인도 몰랐던 잠재력이 짧게나마 터져 나오는 그런 시기가 있다. 하지만 한 달 뒤 열린 이번 대회에서도 어김없이 골 행진을 벌였다. 김경준은 8강전부터 2경기 연속 멀티 골을 쏘며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며칠 쉬지도 못한 채 8월 대회에 임한 영남대가 김경준의 원맨쇼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결승전 상대 사이버한국외대마저 격파했다. 낮 최고 기온 34℃까지 치솟았던 8월 말의 충주. 양 팀 모두 처졌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던 그 날씨, 김경준이 상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골대로부터 30m 이상은 족히 떨어졌던 거리에서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찍어 찬 것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센스는 돋보였으나, 0-0 답보 상태를 흔들지는 못했다.

분루를 삼킨 뒤 기어코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23분, 측면 오버래핑에 나선 이상기가 낮고 빠른 크로스를 배송했다. 이어 김경준이 상대 수비보다 한발 앞서 잘라먹었다. 이 골에 영남대는 1-0 승리, 또다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2개 대회 연속 우승, 2개 대회 연속 득점왕. 김경준은 그렇게 2016년 여름을 집어삼켰다.




결승전 현장에서 만난 모 프로 팀 스카우트가 열변을 늘어놨다. 평소 대학 축구를 꿰뚫어 온 그가 남긴 말. "그래도 영남대에서는 8번(김경준), 25번(전석훈)이 제일 볼 만해".

김경준, 신갈고 시절부터 골 넣는 재주는 자자했다. 기막히게 득점하던 그 감각, 후천적으로 가르쳐서 될 게 아니었다. 이런 유형이 한 번 터지는 날이면 상대로선 답이 없다. 두 손, 두 발 묶인 채 얻어맞는 일밖에 안 남았다.

180cm 언저리의 신장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주력 역시 치명적으로 빠른 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무기를 쥐고 있었다. 볼 받기 전의 움직임, 순간적으로 타이밍을 빼앗아 나가는 속도가 괜찮았다. 수비가 곤욕스러워할 루트를 곧잘 찾아 들어갔고, 평온하게 마무리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FC 바르셀로나의 루이스 수아레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양분해 온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판도에 새바람을 일으킨 인물이다. 지난 시즌 35경기에서 40골을 쏟아내며 라 리가 No.1으로 떠올랐다. "쉬는 날 수아레스 영상을 즐겨보며 배우려 한다"던 김경준은 그 맛을 간헐적으로 풍겼다. 볼을 오래 만지지 않고도, 군더더기 없이 '탁' 때려 넣는 파괴력이란.

김병수 영남대 감독의 평가도 후했다. 피지컬, 수비 가담 능력 등에 대해 아쉬움을 표해왔던 그지만, "골 넣는 득점력만큼은 고교 시절부터 워낙 좋았다"며 치켜세웠다




영남대 선수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대학교 와서 축구를 다시 배웠어요. 지금까지 했던 건 축구가 아니었어요".

김경준도 해당 케이스 중 하나. 고교 졸업 후 만 2년이 안 되는 동안 상당한 부분을 채워 넣었다. 스스로 자신 있었던 일대일 능력에 결정력과 수비력까지 보완하려 애쓴 결과, 몇 단계는 향상된 모습이었다.

"감독님도 현역 시절 엄청 좋은 선수셨잖아요.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 프로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알려주세요. '공을 잡아둘 때는 이렇게 해놔라' 등등 상세하게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세요. 득점 찬스에서는 늘 '100% 집중하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저 스스로 수아레스 영상을 많이 보기도 하지만, 감독님도 그런 비디오를 엄청 보시거든요. 세계적인 선수들이 갖는 움직임이나 슈팅 모션에 대해 많이 알려주세요."

"제가 고등학교 때는 수비를 안 했거든요. 그런데 영남대 와서 팀으로 수비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개인이 아닌 단체로 움직이는 방식이요. 대회든 리그든 계속 경기를 뛰잖아요? 이제는 질 것 같은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경기장 들어갈 때마다 이긴다는 생각으로 하게 돼요."


2학년을 마쳐가는 현 시점, 프로에 대한 도전 욕구도 점점 커진다. 숨 막히는 경쟁에 치일 일도 많을 터. 그러면서도 김병수 감독의 손을 거쳐 또 어떤 역작이 탄생할지.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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