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결산③] 슈틸리케도 철학-준우승-새 얼굴 있었다, 벤투는?
입력 : 2019.01.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 이현민 기자=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에 있어 딱히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름이다. 중국으로 떠난 뒤에도 한국에 쉼 없이 비판을 가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꺼내야겠다.

한국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허무하게 막 내렸다. 조별리그 3전 3승, 16강에서 난적 바레인을 연장 끝에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25일 이번 대회에서 가장 센 화력을 자랑하는 카타르와 만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의도한 대로 주도하고, 몰아치고. 문제는 넣지 못하니 강력한 한 방을 얻어맞고 쓰러졌다. 0-1 패배. 59년 만의 우승 한은 헛된 꿈으로 끝났다.

냉정히, 한국은 중국과 조별리그 3차전을 제외하고 시원시원한 경기가 없었다. 사실, 중국전도 한국이 잘한 게 아닌 중국이 약한 팀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이란과 8강에서 하는 걸 보니. 어찌 됐든 한국은 8강에서 떨어졌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벤투 감독이 그토록 추구하는 ‘빌드업’. 여기에 지난해 여섯 차례 평가전에서 보여줬던 강한 전방 압박과 몰아치면서 주도했던 역동적인 축구가 이번 아시안컵에서 종적을 감췄다. 꾸역꾸역 억지로 짜 맞추듯 겨우 골을 넣고 8강에 올랐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전이 끝나고 “기존 스타일을 잘 유지한 건 만족한다”고 평가했지만, 납득이 안 간다. 아시아 대회에서, 그것도 우승에 도전했던 팀이, 결과보다 과정에 무게를 두고 있으니.

정확히 4년 전.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이 수장으로 있을 때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는 ‘늪 축구’로 새 지평을 열었다. 자기 진영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안정을 가져가되 상대 허점을 단번에 파고드는 전략이었다. 물론 탄탄한 수비가 기본이 돼야 가능한, 일종의 실리축구였다. 보는 입장에서 재미없었지만, 그의 확고한 뚝심이 값진 결과까지 만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에서 실패한 지도자로 낙인 찍혔지만, 어떤 식의 축구를 할 거라는 명확한 메시지는 전달됐다. 게다가 이정협이라는 공격수를 발견했다. 반면, 대회 내내 벤투 감독은 특정 선수들에게 의존, 4-2-3-1 포메이션에 얽매였다. 철학보다 고집에 가까웠다. 타이틀은커녕 새로운 얼굴도 발견 못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과정이라고 하나 아시아 무대에서 명함조차 못 내밀었다. 과연, 벤투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어떤 축구를 구사하려 했던 걸까.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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