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아부다비] 이승우의 진심, “성용이 형 기다릴게요”
입력 : 2019.01.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 이현민 기자= “(이)승우가 그랬다고요? 저도 그 마음 잘 알죠. 그런데 팀을 위해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 느꼈을 거예요. 잘 타이를게요.”

이승우의 중국전 물병 논란 후 기성용이 꺼낸 이야기다. 피식 웃었다. 과거 본인의 철없는 행동이 순간 떠올랐던 모양이다. 이후 형들이 이승우를 불러 식사 자리와 함께 대화를 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이때부터 대표팀은 축구적으로나 외적으로 뭔가 잘 풀리는가 싶었다. 그런데 기성용이 21일 바레인과 16강전을 앞두고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부상으로 더 이상 팀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별도의 멘트 없이 조용히 떠났다.

경기장 안팎에서 정신적 지주였던 그의 이탈로 선수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리더’ 손흥민을 중심으로 다시 의지를 불태웠고, 16강에서 바레인을 격파했다. 등번호 1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황희찬과 황인범은 손가락으로 숫자 16을 펼쳐보였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승우가 바레인전에서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후반 종료 직전 투입돼 연장 30분까지 소화했다. 당시 이승우는 “형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착실히 준비하면서 기다리니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다. 특히 성용이 형의 조언과 격려가 컸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25일 카타르를 만났다. 이승우는 몸을 풀며 출격을 준비했다. 한국은 경기를 주도했지만, 골문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후반 33분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에 최후방이 뚫렸다. 벤투 감독은 지동원, 이승우는 차례로 투입했다. 이승우는 사력을 다해 뛰었다. 터치 하나 소중히,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기회를 창출하려 애썼지만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이승우는 좀처럼 자리를 못 떠났다. 속상한 듯 계속 땅과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승우의 표정은 어두웠다, “허무하고 속상하다"며 씁쓸해 한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축구선수, 인간으로 정말 많은 걸 느꼈다. 더 노력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한창 말을 이어가던 이승우는 기성용 이야기를 꺼냈다. 기성용은 대표팀을 떠나기 전 아시안게임 멤버들과 따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NS를 통해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이승우도 알았다. 그와 마지막 대회였다는 걸.

이승우는 “성용이 형은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힘이 된다. 좋은 말을 해주는 가장 큰 형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 생활적인 면에서 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한다. 4년 후에도 같이 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기성용이 대표팀에 더 머물길 바라며, “개인적으로 고마운 형이다. 치료 잘 받고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진심을 전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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