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선의 심층분석] 벤투호는 준비된 카타르에 패했다
입력 : 2019.01.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스포탈코리아는 2019 UAE 아시안컵 기간 동안 신문선축구연구소와 함께 ‘신문선의 심층분석’을 연재합니다. ‘신문선의 심층분석’은 분석 자료의 질적 요소를 충족하기 위해 신문선축구연구소 자체 수집 자료를 포함하여, 국내 데이터 분석 업체인 (주)스포츠매틱스 및 AFC 공식자료 등의 정량분석 자료와 신문선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성분석을 가미하여 보다 깊이를 더할 예정입니다.

2019 UAE 아시안컵 (이하 아시안컵) 에서 8강전에서 대한민국은 카타르에게 0-1로 충격패 하며,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의 여정을 실패로 마무리하였다. 카타르는 예상과 다르게 백쓰리(Back Three)를 준비하는 등 맞춤전략으로 대한민국과의 8강전을 준비하였고, 후반32분 하템(6번)의 중거리 슛에 의한 득점으로 4강에 진출하였다.

이번 심층 분석에서는 카타르 전 패배의 원인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카타르의 맞춤 전략 -‘백파이브(Back Five) 같은 백쓰리(Back Three)’

카타르가 대한민국을 맞이해 선택한 수비전술은 백쓰리(Back Three)였다. 카타르는 아시안컵에서 주로 백포(Back Four)를 사용하였으나, 핵심 선수인 마디보(23번)의 경고누적 결장과 대한민국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조별예선 3차전(사우디전)에서 사용하였던 백쓰리(Back Three)로 경기에 나섰다.

카타르는 센터백인 알라위(15번)와 살람(4번) 사이에 기존에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던 쿠키(16번)가 백 쓰리(Back Three)를 형성했고, 좌우측 윙백인 알 알리(18번)와 코레이아(2번)가 사실상 수비로 내려앉아 백파이브(Back Five)의 대형으로 수비에 중심을 두어 대한민국의 공격을 막아내고, 빠른 역습공격을 시도하는 전략을 택했다.

카타르가 수비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수비라인자체는 높게 형성을 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조별예선과 16강전의 10~13%였던 30m이상 패스 비율을 17.3%까지 높이며 수비 뒷 공간을 노렸고, 동시에 크로스 공격을 시도하여 카타르의 수비를 공략했다.

그러나 상대는 대한민국에 크로스를 어느 정도 허용하는 대신 중앙지역의 수적 우위를 통해 대한민국의 크로스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대한민국은 카타르 전에서 총 17회의 크로스를 시도하였으나, 단 하나의 성공(성공률 5.8%)에 그치며 카타르의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부정확한 크로스의 문제는 조별예선과 16강전에서 끊임없이 지적된 사항이었지만, 8강전에도 이를 개선하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카타르가 중앙지역에서 밀집 수비를 한 것은 위의 그림(대한민국 주요 패스 비교)의 스루패스나 키패스 등 주요 패스의 방향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바레인전에서는 측면과 중앙지역에 다소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만, 카타르전에서는 좌우 측면 쪽으로 몰리게 하며 대한민국이 PA지역 내로 공격기회를 쉽게 만들지 못하게 하였다.

카타르의 맞춤 전략 - 중앙지역에서의 주도권 싸움, ‘프리롤 아피프’

카타르의 이전 경기의 공격 패턴과는 다르게 카타르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중앙 중심의 공격패턴을 보여 주었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카타르는 수비에 중심을 두어 대한민국의 공격을 막아내고, 빠른 역습공격을 시도하는 전략을 택했다. 또한, 왼쪽 풀백 핫산(3번)이 경고누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의 왼쪽 공격라인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아피프(11번)에게 프리롤을 부여하여 측면 공격 보다는 중앙 공격에 보다 많은 힘을 실었다. 아피프(11번)는 넓은 활동 범위를 보이며,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 어시스트 1개와 키패스 3회, 스루패스 4회 등 동료 선수들에게 기회 창출을 담당하며 카타르의 공격의 핵심카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카타르가 시도한 공격루트를 보면 측면에서 올려주는 크로스의 빈도가 적어진 반면(조별예선 및 16강 : 평균 11.5회, 8강 : 4회, 출처 : the-afc.com) 중앙 지역에서 PA 안쪽 혹은 아크 지역까지 연결되는 주요 패스들의 빈도가 많았다. 아래 그림(대한민국과 카타르의 주요 패스 비교)에서 대한민국과 비교해 보았을 때도 카타르의 주요 패스 빈도는 대한민국보다 적지만 중앙 지역에 더 몰려 있었다.



주요패스의 빈도가 많은 선수들을 보면, 카타르는 아피프 7회, 알 하이도스 5회, 하템 2회 등 2선 공격수들이 많은 점유를 갖는 반면, 대한민국은 이용 4회, 김진수 4회 등 측면 수비진에 의한 빈도가 높았다.

이는 중앙지역에서 2선 공격수를 중심으로 빠른 역습공격을 시도하는 전략이 주효했으며, 경기의 볼 점유는 대한민국이 앞섰지만, 중앙지역의 결정적인 주도권 싸움에서는 대한민국이 카타르에 밀렸다고 분석할 수 있다.

백(Back) 패스하는 공격수, 낮은 세컨볼 점유

8강전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의 공격은 카타르에 비해 다소 무기력했다. 아래 그림(대한민국, 카타르 볼터치 위치 비교)를 참고하면, 대한민국과 카타르 공격수들이 모두 중앙 지역에 위치하여 공격을 시도하였으나, 대한민국의 2선 공격수들은 카타르 2선 공격수들과 비교하였을 때, 전진패스 비율은 낮고 후방(Back) 패스 비율을 높았다. 특히 손흥민의 전진패스 비율은 4.2%에 불과했고, 주요패스는 단 한 차례도 시도하지도 못하였다.

고전했던 바레인과의 16강에서도 PA 내 슈팅 비율이 37.5%(6/16회) 였으나, 8강전에서는 PA 내 슈팅 비율이 10%(2/10회)에 그치며 위협적인 슈팅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이는 2선 공격수가 볼을 소유하여도 볼을 받아주는 선수들의 ‘오프 더 볼’움직임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패스가 전달되지 못하여 대한민국의 공격 시도가 답답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지난 16강에서 지적했던 경합 후 세컨볼 획득에도 실패하였다. 공중볼 경합 자체의 성공률은 카타르에 비해 높았으나, 이후 세컨볼 획득에 있어서는 카타르에 뒤졌다. 특히, 경기 막판 수비수 김민재를 전방으로 배치하는 등 상대 문전지역에서 발생했던 공중볼경합의 세컨볼 역시 카타르가 주로 소유하면서 롱볼에 의한 공격비중이 높았던 이번 경기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과 벤투 감독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축구는 끝이 아니다. 대표팀은 이제 만들기 시작한 팀이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제공=신문선축구연구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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