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된 '미우새' 박동진, 어떻게 최용수 마음 잡았나
입력 : 2019.03.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구리] 김성진 기자= 올 시즌 FC서울의 눈에 띄는 점은 박동진(25)의 변신이다. 중앙 수비수, 측면 수비수로 뛰던 그가 올 시즌 개막전부터 박주영의 파트너로 투톱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단순히 변칙 전술이 아니다. 최용수 감독은 그를 주전 공격수 중 한 명으로 낙점했다.

서울은 포항 스틸러스와의 개막전 2-0 승리에 이어 성남FC 원정경기도 1-0으로 승리했다. 박동진은 두 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박주영과 함께 서울의 공격을 이끌었다. 단순히 뛰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성남전에서는 고요한의 선제 결승골을 도우며 2016년 K리그 데뷔 후 4년 만에 첫 공격 포인트를 올리기도 했다.

아직 판단을 내리기에는 섣부르지만 분명 박동진의 공격수 변신은 성공적이다. 이 기세가 이어지면 김신욱(전북 현대)처럼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사례로 남을 수 있다.

그런데 최용수 감독과 박동진의 첫 만남은 좋지 않았다. 어쩌면 공격수 박동진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서울의 2연승도 없을 수 있었다.

서울은 16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앞두고 14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최용수 감독은 이 자리에서 박동진의 포지션 변경에 대한 뒷얘기를 전했다.

“첫 만남이 썩 좋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

지난해 10월 서울에 복귀하며 지휘봉을 다시 잡은 최용수 감독은 박동진에 대한 첫 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훈련에 앞서 최용수 감독은 박동진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있었다. 지난해 4월 열렸던 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를 지켜보던 최용수 감독은 왼쪽 측면 수비수로 뛰던 박동진의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지난해 박동진이 왼쪽 윙백으로 나온 슈퍼매치 0-0 무승부 경기를 봤다. 내가 그 경기를 보는데 중요한 경기에서 박동진이 ‘그 위치를 왜 보나?’ 생각했다. 작은 실수가 흐름을 바꾸게 한다. 당시 난 박동진을 잘 몰랐고 예민한 포지션에서 왜 맡기나 생각을 했다.” (최용수 감독)

여기에 부임 후 팬들이 훈련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한 팀 내 자체 경기에서 박동진이 동료 선수를 걷어차는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했다.

박동진의 지난해 출전 기록은 9월 22일 경남FC전 이후 멈췄다. 평소 입버릇처럼 존중과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최용수 감독으로서는 그런 플레이는 용납할 수 없었다. 최용수 감독에게 박동진은 자신의 구상에 없는 선수가 됐다.

박동진으로서는 서울에서 뛸 기회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동계훈련을 앞두고 선수가 부족한 상황이 됐다. 최용수 감독은 1차 괌 전지훈련에 훈련 파트너로 박동진을 데리고 갔다.

몇 달 사이에 박동진은 당시 자신의 실수를 반성했다. 그리고 성실하게 훈련하면서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었다. 최용수 감독도 다시 박동진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던 박동진은 2차 가고시마 전지훈련 때 뜻밖의 기회를 잡았다. 바로 공격수 변신이었다.

“특징을 발견했는데 공격이던 수비던 스피드가 좋다. 내가 지난해 복귀한 뒤 전방의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을 봤다. 그래서 보다가 2차 가고시마 전지훈련에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연습경기에서 기용했다. 본인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용수 감독)



올 시즌 최용수 감독이 서울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키워드는 ‘속도’다. 빠른 움직임으로 경기장을 누비며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서울의 단점은 속도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이 느려 뒷공간을 허용하고, 빠른 공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템포가 끊어지기 일쑤였다.

서울은 예전처럼 거액을 들여 선수를 영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용수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빠른 움직임을 무기로 삼았다. 박동진은 그러한 축구에 부합하는 선수였다.

박동진은 지난 2번의 경기에서 쉴 새 없이 상대 진영을 헤집으며 공격을 풀어갔다. 박동진이 빠르게 움직이며 수비를 흔들고 공중볼을 따내니 박주영과 2선에 위치한 고요한, 알리바예프 등이 상대 진영을 파고들기 수월해졌다. 과거처럼 쟁쟁한 선수들로 전방을 구성한 건 아니지만 속도를 장착한 서울의 공격은 과거처럼 상대를 날카롭게 위협했다.

박동진으로서는 단번에 미운 오리에서 아름다운 백조가 됐다. 그렇다고 박동진이 운이 좋아 기회를 얻은 것은 분명 아니다. 최용수 감독의 마음에 들도록 성실한 자세를 보였기에 지금의 기회를 스스로 만든 것이다.

더구나 공격수로 뛰면서 박동진도 몰랐던 능력을 하나씩 꺼내고 있다. 바로 슈팅이다. 박동진은 포항전에서 감각적인 칩슛으로 골대를 맞히는 슈팅을 했다. 벤치에서 이를 지켜본 최용수 감독은 “슈팅 기회를 열 줄 몰랐다”며 그 모습에 놀랐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좀 더 시간을 길게 보고 준다면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어떤 경기력이 나올지 나도 판단이 안 선다. 그러나 본인의 잠재력과 본인의 큰 꿈을 내가 꺼내야 한다고 본다.” (최용수 감독)

박동진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지만, 최용수 감독은 박동진을 더욱 다그치고 있다. 지난해 연습경기에서 동료에게 거친 플레이를 할 만큼 감정적인 조절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만약 중요한 경기에서 거친 플레이로 퇴장을 당할 수도 있어서다. 최용수 감독이 “1년에 1~2번은 나올 것 같다”며 농담조로 얘기했지만 그 말 속에는 뼈가 숨어있었다.

박동진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내 단점 중 제일 큰 단점이 감정 컨트롤이다. 감독님께서는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해 엄하셔서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감독님 얼굴 한 번 보고 감정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컨트롤 계속 하고 있다.” (박동진)

그래서 더욱 부단한 노력으로 부족한 점을 채워 최용수 감독에게 인정을 받겠다는 자세다. 공격수 변신을 한 만큼 일회성이 아닌 진정한 공격수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포지션 변경 얘기를 들었을 때 고민을 안 한 척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은 의심의 여지 없이 감독님 같은 공격수가 되고 싶다.” (박동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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