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영의 축구산업②] 통계조사의 필요성, 2008 KFA 총 조사 회고
입력 : 2019.05.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필자는 대한축구협회 기획실 출신으로, 일반 기업 경영 후 다시 축구계로 돌아와 프로축구단 마케팅 총괄을 경험했습니다. 현재 축구산업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칼럼을 통해, 10년 이상 축구계에 몸담으며 겪은 한국 축구의 근원적 부분과 나아갈 방향을 팬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최근 들어 정치권 설문조사 및 통계자료 진의와 효용성에 관한 여러 의구심,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과거 축구산업에서 통계조사를 최초로 실시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2000년대 후반 축구산업의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진행됐던 산업 통계조사와 관련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2006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이 ‘Big Count’라는 전 세계 축구에 관해 통계 자료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각 회원국 축구협회의 인구와 축구협회 등록 인구수를 기반으로 연령별, 성별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였다. 협회 기획실에서도 2002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한국축구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산업의 기본적인 틀을 구분할 수 있는 통계 자료를 생성, 일선에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1/4분기부터 기획해 조사 대행업체를 선정, 2/4 ~ 3/4분기를 거쳐 전체 조사를 실시했다. 3/4분기에 통계 전집을 편집 및 디자인해 출간하기에 이른다.

당시 KFA 총 조사는 체육복표 경기단체 수익금을 사용하여 사업을 진행했다. 스포츠토토 총수익금의 일부는 경기주최단체에 환원돼 경기력 향상 및 산업 발전을 위해 쓰인다. 요즘 이 수익금 일부를 활용해 통일관련 사업에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 문제는 차후 국내 체육복표의 문제점에서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중요한 건 알토란같은 체육복표 수익금이 정말 적절하게 사용된 모범과 같은 사업이었다.

기본적으로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선수, 지도자, 심판원, 축구팀 수와 지역별 분포도를 기반으로 지난 3~5년간의 변화 추이를 비교하려 했다. 그 외에 지역별 축구관련 시설물 현황, 축구중개인 수, 각종 미디어 수, 축구장비 관련 제조업체 수 등 그 당시 파악할 수 있는 산업 내 종사자 및 업체를 다 파악하려 신경 썼다.

이러한 노력으로 KFA 총조사가 탄생했다.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최초 단일종목 단체가 자신들의 산업을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그 정보를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자체로 의미가 컸다. 실제 산업종사자들이 현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의견을 전해 들었다.

한 가지로 예로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초중고 리그를 갓 시작한 상태라 참가자들의 다양한 피드백이 필요했다. 그렇게 초중고 리그에 대한 이해관계자, 참여자들의 의견과 만족도를 조사할 수 있었다. 이를 반영해 유관 정부 기관과 협회의 협력을 통해 개선된 정책 수립이 가능했다.



이렇듯 산업 통계 조사는 기업들 혹은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산업에 참여하기 전 사전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면서 본인들의 사업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목표 달성과 향후 전략을 수립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자료로 쓰인다. 모든 전략 컨설팅의 기본은 유의미하고 유효한 관련 통계자료를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면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만약, 그 통계자료가 조작 혹은 오염됐다면? 잘못된 정보를 통해 전략 수립이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설정되면 큰 위험이 따른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발행하는 각종 경제 통계자료는 너무 그 숫자가 작위적이다. 미국-유럽-일본 등의 선진국 경제에서는 거의 인용하지 않는다. 특히 기업들이 투자 조사를 위해 사용하기에는 리스크가 높다. 사용 하더라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 만큼 정확한 통계자료는 산업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수집되고 편집된 2008년까지의 한국축구산업의 모습은 문체부 및 중앙정부기관, 각 지방자체단체, 각 시도 교육청, 국공립 사립대학 도서관, 관계 단체 등에 배포됐다. 이후 수많은 정책 수립 과정에 차용, 축구 및 체육관련 연구 자료에도 쓰였다. 숫자 통계에 관한 지속적인 확인 점검은 모든 산업의 중요한 기준이다. 그래야 문제점 파악이 용이하고,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평가할 수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브랜드 ‘딜로이트’의 영국 사무소에서는 매년 딜로이트 연간 축구파이낸스 리뷰 (Deloitte annual review of football finance) 라는 책자가 발간된다. 유럽 5대 리그를 중심으로, 각 리그의 매출, 수익 구성, 주요 선수 등 아주 세분화 된 축구 산업 통계 조사를 발간하고 있다. 2000년도 초반부터 발간이 시작, 20년이 됐다. 리그별 분석만으로는 모자랐는지, 딜로이트 풋볼 머니 리그 (Deloitte football money leagu) 라는 20~40여개 주요 축구클럽들의 성적과 연결해 매출, 순익, 비용 (선수 영입 등)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재무 지표를 분석하여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어느 기업이든 유럽 축구 리그 및 클럽에 투자를 하기 위한 분석 및 전략 수립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투자은행이 유럽 축구단 인수를 위해 필자가 축구 산업과 관련한 자문을 할때에 사용했던 자료이기도 하다. 산업 내 구성원이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2008년 이후 축구산업의 지형도가 많이 달라졌다. 대표적으로 미디어 환경이다. 종편도, 케이블 채널도 많이 생겼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체육계 숙원사업이었던 박근혜 정부의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통합이다. 이로 인해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돼있던 3~4만 인구가 단숨에 30~40만 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대한민국 내의 단일 종목 중 가장 많은 회원 수를 가진 단체로 등극했다. 이후 다양한 산업의 생태계가 재탄생, 재조직 돼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때문에 산업 발전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 단체가 산업 통계 조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아마 협회 구조상 내부 사업 결과의 몇 가지 지표는 통계 자료를 만들어 간헐적인 보고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금부터라도 축구 산업의 발전을 위해 2008 KFA 총 조사를 기반으로 2019년부터 다시 축구 산업 통계를 재개해야 한다.

[최호영]
전)부산아이파크 축구단 홍보마케팅 실장
전)사단법인 대한축구협회 기획실
리버풀대학교 축구산업대학원 축구MBA
인디애나대학교 경영학과

글=최호영
정리=이현민 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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