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 '제주가 있는 곳 어디든 간다' 日 축구팬 유카와, 그녀가 K리그 찾는 사연
입력 : 2019.10.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 "유카와 타마미 아세요?"

최근 '제라진 팬'을 선정하고 있던 제주유나이티드(이하 제주) 관계자로부터 낯선 일본인 이름을 들었다. '제라진 팬'은 굉장한, 놀라운, 훌륭한 등의 의미를 나타내는 제주 방언 '제라진'에서 착안해, 제주를 사랑하고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팬을 찾아 구단이 기념하는 프로젝트다. 아무리 스포츠에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홈원정을 가리지 않고 일본에서 제주를 찾아 응원하는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지난 9월 28일 대구-제주전이 열린 DGB대구은행파크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직접 착용하고 있던 윤일록 유니폼에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17년 동안 일본 J리그 요코하마 F. 마리노스를 응원한 축구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유카와는 한해 동안 평균 50경기 정도 경기장을 직접 찾는 열성팬이다.윤일록은 지난 시즌 FC 서울을 떠나 요코하마로 이적했다. 첫 대화 역시 윤일록과의 추억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월 윤일록 선수가 요코하마에 입단하자 어떤 선수가 새로운 가족이 되는지 궁금해서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슈퍼 플레이가 많았어요. 굉장한 선수가 온것 같아서 관심이 커졌죠. 2013년 한국에서 열린 EAFF 동아시안컵 한국-일본전을 관전했을 때 한국 선수가 슈퍼골을 넣은 것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선수가 윤일록 선수였다고 하니 더욱 충격에 빠졌죠. FC 도쿄와의 프리시즌 매치 데뷔전 인상도 강렬했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매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윤일록 선수의 플레이를 몇 번이나 지켜봤죠. 지금도 매 경기마다 윤일록 선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있어서 즐겁네요.(웃음)"

자신의 '최애' 선수인 윤일록이 한 시즌만에 제주로 임대와서 아쉽지는 않을까. 하지만 괜한 우려였다. 어떤 유니폼을 입든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최고의 플레이를 선사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전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해박한 축구지식으로 일본 J리그에서 강렬한 임펙트를 남기지 못했던 윤일록을 변호(?)하는 '축잘알'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팀 시스템이나 전술적인 야이기에 대해서는 제가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어려워요. 하지만 지난해 윤일록 선수는 일단 팀에서 사이드 윙 포지션으로 사이드라인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미지였기 때문에 오프더볼로부터 많이 움직이고 연동성이 좋은 윤일록 선수에게 어떨까라는 물음표가 있었어요. 보는 사람 입장에선 너무 답답했죠. 지금은 제주에서 항상 공격의 중심에 있고 수비 가담까지 더해져 지난해 일본 J리그에서 볼 수 없었던 플레이를 보고 있어서 정말 즐거워요. 이제 요코하마에서도 이런 플레이를 볼 수 있다면 최고겠지만..."

제주 사랑의 시작은 윤일록이었지만 더욱 빠지게 만든 또 다른 Pick도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안스타' 안현범이었다.

"안현범 선수는 2016~2017년 사이에 알게 됐고 바로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했어요. 계속 경기장에서 보고 싶었던 선수였기 때문에 지난 8월 제주에 복귀하고 나서 몰래 응원하고 있어요. (응원) 처음 제주 경기를 볼때만 해도 윤일록 선수외에는 제주 선수들을 잘 몰랐는데 이제는 얼굴과 포지션을 익히면서 더욱 애정이 생겼죠. 앞으로 새롭게 좋아할 수 있는 선수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생각하는 제주 만의 매력을 무엇일까.

"아직 제주 직관을 시작한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첫인상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처음에 제주월드컵경기장에 왔을 때 관중들이 모두 친척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따뜻한 홈 분위기였죠. 어느새 제주 팬이 됐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할 때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미안합니다. 앞으로 더 제주의 매력을 알아가도록 할께요."



어느새 제주에 빠져 홈 경기뿐만 아니라 원정 경기까지 직접 관전하는 유카와. 최근에는 요코하마 경기보다 제주 경기를 더욱 챙겨볼 정도다. 제주가 강등 위기에 빠지면서 더욱 열심히 응원하게 됐다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을 때도 벌써부터 파이널 B그룹 첫 일정인 19일 상주 원정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원래 J리그 관전이 우선이었지만 현재 제주 순위를 보면... 팀이 힘들 때는 가능한 경기장에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요코하마 경기보다 제주 경기를 가는 것을 제일로 삼고 있죠. 아쉽게도 파이널 B그룹 5경기를 전부 볼 수 없지만 못 가는 경기는 일본에서 응원할 예정이에요."

이만하면 '프로 직관러'가 아닐 수 없다. 너무 축구에 빠진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 하지만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경기장에서 나오면 일도 가족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진짜' 프로였다.

"주말에 경기를 보러가는 게 당연한 생활이라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죠. 생활이 어렵거나 경조사가 있지 않다면 이제는 직관이 거의 식사를 하는 것과 같은 감각이에요.(웃음) 회사에서도 주말 취미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에 차질없이 열심히 근무하고 축구를 즐기고 있어요. 가족들은 "조심히 다녀와"라거나 지면 "응원이 부족하다"고 말해요. 주변에 같은 응원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부정적인 시선은 없어요."

사진을 요청하자 돌아오는 답이 의외였다. 경기장에서 거의 인증샷을 찍지 않는다고. 오직 축구 그자체로 완전 연소된 그녀는 경기 후 경기장 주변 명소나 맛집을 직접 수소문해 찾으며 자신의 기억을 추억에 담고 힐링한다. 현재 시국이 좋지 않지만 일본인에 대한 인상이 나빠지지 않도록 항상 어디서든 매너를 지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 여행 중에 모르는 게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알아보기 전에 먼저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소통하려고 노력해요. 한국 사람들은 모두 정말 친절해요. 그래서 저도 항상 제대로 인사하고, 일본인에 대한 인상이 나빠지지 않도록 매너를 꼭 지켜요. 식사는 보통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요. 한국에서는 무엇을 먹어도 맛있지만 제주도의 돼지고기 맛에 정말 놀랐어요. (웃음) 한국에서도 제주도를 가장 좋아해요. 일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산다면 제주도에서 살고 싶어요."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을 뒤로하고 마지막 인사를 부탁했다. 역시 그녀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윤일록 선수를 비롯해 제주 선수들은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이제 5경기가 남았는데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지겠지만 남은 시간과 경기 그 자체를 즐긴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팀이 힘들 때 일수록 응원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팀도 서포터스도 모두 다함께 마지막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마지막에는 모두가 웃으며 시즌이 끝날 수 있기를 믿어요. NEVER GIVE UP!"

사진=유카와 타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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