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만렙] 꼼수 부린 최강국 중국, 그 자존심 뭉갠 유승민
입력 : 2019.11.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은경 기자=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 4강전.

준결승 대진표는 중국의 왕하오-왕리친, 그리고 한국의 유승민과 스웨덴의 얀-오베 발트너로 결정됐다.
당시 기량에 물이 올라 있던 유승민은 발트너를 4-1로 격파하고 결승에 선착했다.

그리고 치러진 또 다른 준결승전. 상대전적에서는 왕리친이 왕하오를 월등하게 앞서고 있었다. 당시 26세 왕리친은 이미 이전 올림픽인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경험했고, 세계선수권 대표로 나선 경험이 많았다.
반면 갓 21세의 왕하오는 아테네올림픽 전년도인 2003년에 첫 세계선수권 메달을 딴 신성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왕하오가 왕리친을 4-1로 꺾고 결승에 오른 것이다.

당시 한국 대표팀에서는 중국 탁구대표팀이 왕하오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당시 기록상 유승민과의 상대전적이 왕하오가 훨씬 좋았다. 왕하오는 아테네 올림픽 전까지 유승민을 상대로 6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물론 중국은 그 어떤 공식적인 루트로도 ‘왕하오가 결승에 가도록 만들었다’는 내용을 말한 적은 없다.

다만 올림픽 남자 단식 준결승전, 그것도 세계 최강인 중국 선수끼리의 대결이라 하기에 이때의 왕리친-왕하오 준결승전은 뭔가 힘이 빠진 느낌의 졸전이었다.

왕리친은 2005년 4월 중국 ‘인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왕하오와의 준결승전에서 왕하오는 경기를 못 했다. 문제는 내가 더 못했다는 것이다. 첫 2세트를 내리 내준 후 나는 패배를 직감했다. 21점제가 없어진 이후 2세트를 연달아 내주면 뒤집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결승에서 왕하오는 한국의 유승민에게 패했다. 그때 준결승과 결승전은 양상이 똑같았다. 준결승에서는 내가 왕하오와의 상대전적에서 압도적으로 앞섰고, 결승에서는 왕하오가 유승민에게 상대전적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 상대전적이 좋지 않은 쪽이 이겼다. 상대전적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쪽이 심리적으로는 부담이 더 크게 마련이다.”

묘한 여운이 남는 인터뷰다.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전은 한국 탁구가 21세기에 이뤄낸 가장 큰 쾌거였다. 무엇에 쫓기는 듯 다급하고 위축된 듯한 표정의 왕하오와 상대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맹수의 눈빛을 한 유승민의 싸움은 결국 4-1, 유승민의 완승으로 끝났다.

시상식에서 가장 표정이 어두웠던 이는 은메달리스트 왕하오가 아닌 동메달의 왕리친이었다. 그는 결국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단식 금메달은 따지 못했다. 중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탁구 선수로서 완벽한 피지컬과 기술을 갖췄다는 찬사를 받았던 왕리친은 올림픽 단식에서는 노골드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국대만렙’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자랑스러운 성공 스토리를 담은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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