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부자’ 김재호, 양손 장갑 끼고 승승장구한 사연
입력 : 2019.11.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은경 기자= ‘주말 골퍼’ 중에도, 프로 골퍼 중에도 양손에 모두 장갑을 끼고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통 오른손잡이는 왼손에, 좌타 골퍼는 오른손에만 장갑을 낀다.

2019시즌부터 ‘양손 장갑’을 다 끼는 것으로 변신한 주인공이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김재호(37)다. 올해 KPGA 코리안투어에서 양손 장갑을 다 끼고 나온 선수는 김재호가 유일했다.

김재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 때부터 양손 장갑을 꼈다”고 말하면서 “티샷은 물론 어프로치 샷을 할 때도 양손 장갑을 그대로 착용한다. 퍼트할 때만 장갑을 벗는다”고 했다.

골프 선수 대부분은 퍼트할 때 장갑을 벗는다. 미세한 손의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손 장갑을 착용하는 이유에 대해 김재호는 “손에 땀이 많은 편이다. 샷을 하기 전에 수건으로 손을 닦고 그립을 닦는 과정이 어느 순간 굉장히 신경 쓰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프로 선수를 위한 양손 장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김재호는 “장갑을 지원해주는 용품사가 오직 나를 위해 미국에서 특별 주문해 후원해주고 있다. 정말 고마운 마음”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2008년 KPGA 코리안투어에 공식 데뷔한 김재호는 올해 가장 알찬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15개 대회에 출전해 11개 대회에서 컷통과에 성공했다.

시즌 개막전 ‘제15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고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은 공동 4위를 기록하는 등 제네시스 포인트 21위, 제네시스 상금순위 26위에 올랐다. 올 시즌 획득한 1억46,37만8,059원은 김재호가 한 시즌 가장 많이 벌어들인 상금이다.

김재호는 “확실히 양손 장갑을 착용하면서 그립을 잡는 데 편안해 졌다. 샷을 하기 위한 불필요한 사전 동작이 줄면서 집중력도 좋아졌다”고 말한 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장갑을 끼지 않은 손만 갈라지거나 트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도 없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올 시즌 만족할 만한 성적을 냈지만 우승이 없어 아쉬운 마음이 있다”라며 “내년 시즌에도 양손 장갑을 착용하면서 첫 우승뿐 아니라 2승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K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