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포커스] “단 2패, 잘하고 있다”는 벤투, 약팀-강팀에 맞설 '해법' 찾아야
입력 : 2019.12.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부산] 이현민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동아시안컵에서 숙적 일본을 꺾고 2019년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8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 2019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서 황인범의 환상 중거리 골로 1-0 승리를 챙겼다. 개최국 최초 우승이자 대회 3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8월 벤투 감독 부임 후 한국 축구는 성적과 흥행 모두 탄력을 받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쾌거까지 맞물리며 벤투호는 순풍에 돛을 달았다. 물론 호재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에 패하며 잠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유럽파들(손흥민, 황의조, 이강인, 황희찬 등)이 소속팀에서 맹활약하며 불을 지폈고, 2019 K리그는 역대급 우승 경쟁과 잔류, 승격 전쟁으로 축구팬들을 끌어 모았다.

어느덧 벤투호는 출항한지 1년이 넘었다. 해외파가 빠진 채 K리거, 아시아 권역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해 부산 동아시안컵에 나섰다. 약체인 홍콩(2-0승), 중국(1-0승)을 상대로 보인 경기력과 결정력은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명색이 국제대회인데, 두 경기 합해 만 명도 찾지 않았다.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국 축구 기세가 한풀 꺾이나 싶던 그때, 한일전이 성사됐다. 무관심인 줄 알았던 부산이 서서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사전 예매한 입장권만 2만 장에 달했다. 경기 당일 택시기사에게 아시아드주경기장으로 가달라고 하자 “무슨 대회인지 몰라도 일본은 무조건 이기야지”라고 구수한 사투리로 큰 관심을 드러냈다. 시작 전 경기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숨어 있던 붉은악마들이 집결했다. 주변에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경기 시작 후에도 들어찼다. 공식 2만 9,252명. 소수의 울트라 닛폰을 제외한 모든 관중이 90분 내내 “대~한민국”과 선수 이름을 연호하며 힘을 듬뿍 실어줬다.

이에 벤투호는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전반은 압도했고 후반은 영리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초반 일본의 소극적인 플레이를 간파,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 28분 주세종의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아크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들어 상대가 강공을 펼치자 안정된 수비를 펼쳤다. 때때로 역습을 통해 허점을 파고들었다. 수비는 경기 내내 완벽했다. 한 골밖에 터지지 않았지만, 공격 역시 앞선 두 경기보다 훨씬 나았다. 내용, 결과, 흥행까지 한국 축구의 힘을 발휘된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벤투 감독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는 “긴 여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의 핵심 목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임을 분명히 했다.

올 한해를 총평해달라고 하자 “2018년 8월부터 한국 감독을 맡았다. 25경기를 치렀는데 15승 8무 2패다. 패는 카타르(2019년 1월 25일), 브라질(2019년 11월 19일)두 번뿐이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고 성적 면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1년 동안 우리만의 색, 스타일을 확립했다. 축구를 아시는 분들은 우리가 족적을 남기고 있다는 걸 아실 거다. 축구에서 이길 수도 비길 수도 질 수도 있다. 분명한 점은 어떻게 업적을 이루느냐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남기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동아시안컵에 관해서 입을 열었다. 벤투 감독은 “선수들이 이 대회를 우승시켰다는 게 중요하다. 아시안컵에서 8강에 그쳤던 건 내 책임이다. 이후 결과를 떠나 확실한 우리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고, 결과를 달성했는지가 핵심이다. 이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고, 잘 쉬었으면 좋겠다”는 찬사와 메시지를 건넸다.

앞으로 계획도 밝혔다. 벤투호는 잠시 휴업한다. 선수들은 휴식을 취한 후 각자 팀에 돌아간다. 2020년 3월 투르크메니스탄과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치른다.

“시작한 만큼 확신을 갖고 마무리(월드컵 본선행)할 것이다. 나는 함께하는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다. 꾸준히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팀을 잘 이끌겠다, 내년 3월에 소집되면 팀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벤투 감독은 확신에 가득 차 있고 수장으로 책임감을 역설했다. 잡을 상대를 잡았으니 일단 안심은 된다. 지금까지 행보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내려서는 약팀을 압도하는 법, 전력이 월등한 강팀에 대한 면역력 증진은 필수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본인이 강조했듯 옳은 길을 걸어왔느냐,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준다. 월드컵 진출만이 다가 아니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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