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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차입금 달라’는 정정복 전 회장의 수상한 행보

기사입력 : 2020.01.15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포탈코리아=부산] 이현민 기자= “축구를 자신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떻게 회장까지 하신 분이 그럴 수 있나. 수많은 축구인, 축구팬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축구계 정통한 관계자의 말이다. 부산시축구협회 정정복 명예회장(제21대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 입후보자에게 차입금을 요구한 것도 모자라, 제22대 부산시축구협회장 보궐선거에 갑작스럽게 뛰어 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정복 전 회장은 부산시축구협회장(현재 박병찬 부회장 직무대행)으로 부임한 후 침체됐던 부산 축구 활성화를 위해 애썼다. 지역 유일 K리그 팀인 부산 아이파크와 소통했다. 특히 수년 동안 틀어져있던 대한축구협회와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았다.

정정복 전 회장은 부산의 A매치 유치와 축구전용경기장 공약을 내걸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2018년 9월 부산에서 칠레와 A매치가 확정됐다. 칠레 대표팀은 부산 클럽하우스를 훈련장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숙소, 이동 경로까지 확보했다. 급하게 처리하더니 탈이 났다. 가장 기본인 잔디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축구를 할 수 없을 만큼 그라운드 상태는 최악이었다. 결국, 칠레전은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다. 10월 우루과이와 평가전 개최에 도전했지만 또 낙제점을 받으며 망신당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2019년 6월 호주와 평가전이 성사됐다. 부산에서 15년 만에 A매치였다. 당시 정정복 전 회장은 부산시 곳곳에 A매치 유치 현수막을 걸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승승장구 중이었고, 슈퍼스타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포함해 한국을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대거 운집했으니 흥행은 당연했다. 이후 탄력을 받았다. 부산을 축구도시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12월 동아시안컵 개최에도 성공했다. 국제대회 유치에 성공했으니 호평이 잇따랐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6개월 전과 장소(아시아드주경기장)만 같았을 뿐 대표팀 선수 구성, 추운 날씨, 관중 동원 등 많은 게 달랐다. 부산이 앞으로 큰 대회를 열 수 있는 가늠하는 게 핵심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12월 18일 한일전 2만 9,25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경기에서 관중석이 텅텅 비었다. 문제는 축구전용경기장이 아니다보니 몰입도, 현장감이 떨어졌다. 이런 표면적인 문제를 지적하자는 게 아니다. 대회 유치가 확정된 후 정정복 전 회장의 행보다.

정정복 전 회장은 동아시안컵 유치가 결정된 후 부산시축구협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부산시체육회 민선 1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였다. 수장이 떠났으니 부산시축구협회는 후임을 선정해야 했다. 일단 급한 대로 대행 체제를 꾸렸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12월 26일 이전에 차기 회장을 뽑고 인수인계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동아시안컵 기간이라 일손이 없다는 이유로 들며 회장 선거를 차일피일 미뤘다. 이 소식을 접한 부산시체육회에서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거절했다. 대회 유치 플래카드 몇 개 걸고 흥행을 나 몰라라 했던 정정복 전 회장은 동아시안컵 때 ‘명예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모습을 드러냈다. 의전 받기 바빴다.

시일이 흘러 정정복 전 회장은 부산시체육회 회장 선거(2019년 12월 27일 진행)에서 낙선했다. 이어 연기됐던 부산시축구협회장 선거 입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2020년 1월 10일 최종 후보 등록이 마감됐다. 애초 두 명(A 후보, 최철수 부산시 체육회 이사 겸 전 부산시축구협회 수석 부회장)이 선거 출사 의사를 내비쳤다.

최종 입후보 등록 마감 하루 전이던 1월 9일 두 사람에게 안내문이 배달됐다. 부산시축구협회 모 부장으로 ‘부산시축구협회 운영금 차입현황’이었다.

“회장으로 당선될 경우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 2017년부터 2019년 협회운영 차입금 6억 81,880,000원과 ▲ 동아시아대회 운영비 외 2억 3,248,090원으로 총 8억 5,128,090원에 달한다.

차입처는 정정복 회장이 소유한 개인 기업이다.

축구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했던 그가 이 안내문을 보낸 의도는 뭘까. 취재 결과 두 항목 모두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였는지 명시돼있지 않다. 정정복 전 회장의 재임 기간은 약 1년 11개월로 차입금 중 일부는 본인이 회장직은 수행하던 시기가 아닌 2017년 금액이 들어있다. 게다가 동아시안컵을 개최하는데 부산시 차원에서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자리가 위태로우니 차입금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수 축구인들은 “어떤 후보자가 이 큰 금액을 갚으며 부산 축구 발전을 위해 봉사할까 의문이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안내문을 보낸 목적이 궁금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결국, A 후보는 선거 출마를 철회했다. 이 자리를 정정복 전 회장이 잽싸게 치고 들어왔다. 지난 10일 후보자 최종 등록을 했다. 최철수 부산시체육회 이사와 2파전이다. 오는 1월 17일 부산 축구의 미래가 결정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부산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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