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인터뷰①] 신태용이 '인니'를 택한 이유...''성장, 클럽팀과 다른 매력''
입력 : 2020.02.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치앙마이(태국)] 서재원 기자= 중국 또는 일본 클럽 팀과 이야기도 있었지만 신태용 감독의 최종 선택은 인도네시아였다. 힘든 길이다. 때문에 모두가 의아해했다. 하지만 축구 발전과 성장에 의미를 둔 그는 당장의 안위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원했다. 자신의 한계를 정하지 않은, '난놈'다운 선택이다.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 발전을 위한 본격 시동을 걸었다. 신 감독 이하 코치진(김해운 수석코치, 공오균 코치, 김우재 코치, 이재홍 피지컬 코치)은 계약 직후부터 바삐 움직였다. 지난달 13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19세 이하(U-19) 대표팀 59명을 소집해 5일에 걸쳐 옥석을 가렸고, 28명의 선수를 데리고 20일부터 태국 치앙마이에서 2주 동안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신 감독에게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은 2021년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다. 대회까지 약 1년 5개월이 남았다.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U-19 대표팀부터 A대표팀까지 전 연령대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기에 더욱 시간이 부족하다. 신 감독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만들어야 했고, 첫 전지훈련에서도 1분 1초의 시간을 아껴가며 쉴 틈 없이 달렸다.

FIFA랭킹 173위라는 현실적인 지표가 말해주듯이 처음 본 인도네시아 U-19팀은 신 감독이 "도망가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치른 첫 자체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은 20분 만에 체력이 고갈되는 모습을 보였다. 기본적인 스텝도 갖춰지지 않았다. 때문에 신 감독은 하루에 세타임씩 훈련을 진행할 정도로 고강도의 훈련을 강행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U-19팀 선수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일 뿐이었다. 기본 스텝과 체력 훈련부터 차근차근 훈련을 진행한 심 감독의 처방은 정확했고, 선수들과 팀은 짧은 시간 내에서도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연습경기에서 경희대에 0-2로 패한 뒤, 성남FC(0-4 패), 부산아이파크(1-5 패), 성남FC(1-4 패) 등 프로팀에 연이어 큰 점수 차 패배를 당했지만, 지난달 29일 열린 경희대와 두 번째 연습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 스스로도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경희대와 연습경기에서 승리한 인도네시아 U-19팀 선수들 모두 대회에서 우승한 것 마냥 기뻐했다. 전지훈련 내내 팀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처음에는 힘든 훈련에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재미를 느껴한다"고 전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신 감독은 분명 인도네시아 축구를 하나씩 바꿔가고 있었다.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U-19팀은 1일 부로 모든 전지훈련 일정을 마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돌아간다. 다행히 지난 29일 전지훈련지에서 잠깐의 시간을 내서 신 감독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 인도네시아 팀을 이끌고 첫 전지훈련을 가졌다. 직접 훈련을 지휘한 느낌이 어떤가.

신태용: 선수들이 재간은 있는 것 같은데 기본적인 체력이 너무 안 좋았다. 코어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같이 병행했다. 오전에는 체력훈련, 오후에는 연습경기를 하는 강행군을 가져왔는데, 지금은 밸런스와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처음엔 '저런 체력으로 축구를 할 수 있을까'는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 훈련을 하루에 세 번씩을 한다. 보통 전지훈련에서 많이 해야 두 번이다. 두 번도 선수들이 힘들어 한다. 굳이 세 번씩 하는 이유가 있는가.

신태용: 처음 소집 후 자체 연습경기를 시켰는데, 선수들이 20분 뛰고 걸어 다니더라.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이 친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체력이라고 생각했다. 동남아시아 선수들 특유의 쉽게 포기하려는 멘탈적인 부분도 바꿔야 했기에 훈련 강도를 높였다. 선수들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 선수들이 훈련 초기에는 버티지 못했다고 들었다. 멘탈적인 문제가 컸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

신태용: 선수들이 순하다. 같이 생활해보니 정말 순진하고 순박하다. 그래서 서로에게 싫은 내색을 안 한다. 골이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서로를 탓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선수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경기 할 때는 집중하면서 서로에게 잘못된 부분도 이야기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태용: 조금만 힘이 들면 쉽게 포기하려는 근성도 있다. 지리적으로 더운 지역이기 때문에 악착같은 깡도 없다고 한다. 매일 같이 5km 도로 달리기 훈련을 시켰는데, 아마 처음 경험했을 거다. 힘든 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기르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선수들이 훈련을 제대로 따라오는 것 같은가.

신태용: 너무 열심히 따라온다. 꾀피우는 선수도 별로 없다. 배우려고 하는 열정도 좋다. 자신들이 느끼니까 열심히 하더라.

- 훈련을 지켜보니, 선수들에게 기본 스텝부터 가르쳐주더라.

신태용: 선수들의 몸은 좋다. 그런데 운동선수들에게 필요한 잔 근육이 없다.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는 근육이지, 축구선수에게 필요한 근육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 턴 동작 같은 경우 코어와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데, 처음엔 턴 동작하면서 넘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가르치고 있다.

- 선수들이 새로운 훈련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감독님과 코치진 모두가 이 선수들에게 적응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 특히 종교나 문화적인 부분이 한국과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신태용: 처음부터 올 때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자카르타에 이슬람으로 개종하신 박사님이 계신다. 그분을 초청해 3시간 정도 이슬람 문화에 대해 들었다. 이슬람 문화에 있어서 지켜야할 것, 그중에서도 꼭 지켜야할 부분에 대해 배웠다. 로컬 코치들과 선수들에게 종교와 기도 시간만큼은 존중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너무 좋아하더라. 본인들도 특정 시간의 기도는 앞당겨서 하겠다고 말하면서 타협점을 찾았다. 훈련하는데 전혀 불편함 없이 너무 잘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의 전 연령대를 맡았다.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는가.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에서 내년 U-20 월드컵에 보다 집중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와서 보니까 유소년 축구에 있어서 전혀 체계화돼 있지 않았다. 시스템이 없었다. 지금 U-19팀은 기본기부터 가르치고 있다. 볼만 찰줄 알지 기본을 모른다. 로컬 코치들이 하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좋은 지도자가 없다고 했다. 좋은 지도를 못 받아서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4년 계약하는 동안 U-19팀부터 A대표팀까지 전 연령대를 맡지만, U-16팀까지 관여하면서 황금세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 처음에 했어야 했던 질문이었지만, 왜 하필 인도네시아였나. 사실 오퍼가 들어온 팀이 많았다.

신태용: 프로팀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있고, 중국 클럽에서도 작년 4월부터 이야기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최종 선택은 인도네시아가 됐다. 제가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면서 클럽을 이끌 때와 다른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클럽보다 대표팀에서 무언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작년에 태국 대표팀 이야기도 있었는데 마지막에 잘 안됐다. 계약 직전에서 발을 뺐다. 이번에도 마지막까지 중국 클럽과 인도네시아를 고민하다가, 대표팀을 선택했다.

- 주변에서 너무 멀리 돌아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사실 힘든 길이다.

신태용: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차라리 프로에서도 2부나 밑에 있는 팀에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그런 막연한 생각이 있기에 인도네시아까지 오게 된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중국이나 일본 클럽을 쉽게 택했을 거다. 하지만 밑에 있는 팀을 내실을 다져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 2017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나고 지휘봉을 잡을 때도 많은 이들이 만류했다. 더 이상 한국 축구에서 좋은 지도자가 상처받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독일전 이후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돌이켜봤을 때 정말 상처였나.

신태용: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독일전은 제 지도자 커리어에서 훈장이자 행복이었다. 하지만 과정을 들여다보면, 마음고생도 많았다. 두 번 다시 한국에서 축구를 못하겠다는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처음 감독직 복귀를 생각했을 때 한국 클럽은 관심 밖이었다. 해외로 나가자고 생각했다.

- 그 선택이 후회되진 않는가.

신태용: 후회되지 않는다. 슈틸리케 감독님이 카타르전 패배 후 경질되면서 제게 제안이 왔다. 당시 열에 아홉은 말렸다. 독이 든 성배라고 하면서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제가 안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대표팀을 맡은 뒤에도 걱정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4~5일 있으면서, 밤마다 '여기서 지거나 잘못되면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까'는 걱정을 했다. 혼자 배타고 들어가야 하는 지까지 생각이 들더라.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됐을 때, 제 축구인생이 어떻게 될지도 걱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예선을 통과는 했는데, 갑자기 거스 히딩크 감독님 이야기가 나오면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 감독으로서 경기에 집중하고, 지략을 짜고 전술을 만들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외적인 부분에서 감독이 흔들리다보니, 선수들도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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