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이 만든 '무책임' 성명...'25년史' 드래곤즈 맞나
입력 : 2020.02.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서재원 기자=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25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남드래곤즈가 맞나 싶다.

3일 전남이 발표한 성명이 K리그를 발칵 뒤집었다. 전남은 "신뢰와 동업자 정신을 져버린 대전하나시티즌의 비도덕적인 바이오 영입 추진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 구단이 다른 구단을 저격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K리그 역사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전남이 해당 성명을 발표한 이유는 바이오 영입건 때문이었다. 대전은 3일 브라질 출신 외국인 공격수 바이오 영입을 발표했는데,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전남에서 뛰면서 16경기 10골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

전남은 2020년에도 바이오와 동행을 확신했다. 조청명 전남 대표이사가 12월 초 한 대학 강연에서 바이오를 완전 영입했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확신에 근거는 우선협상권에 있었다. 전남은 바이오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가지고 있었고, 지난해 11월부터 그의 원소속팀 포투포랑겐지와 협상을 진행해왔다.

전남과 바이오의 원소속팀의 협상 과정을 보면, 이적은 꽤 진전을 보였다. 전남은 11월 말 바이오 영입을 위해 원소속팀에 30만불의 이적료를 제안했다. 그러나 포투포랑겐지는 이적료 40만불에 선수 재이적시 이적료 50% 권한을 원했다. 전남은 이를 받아들인 뒤, 이적료를 두 차례 나눠 지불하겠다는 입금일까지 명시하며 최종적으로 의사를 확인했다.

양 구단이 이적료에 대한 합의까지 끝냈으니, 전남이 영입을 확신할 법도 했다. 그러나 양 측의 합의에는 가장 중요한 선수 본인의 의사가 배제돼 있었다. 지난해까지 전남에 잔류한다는 뜻을 내비쳤더라도, 어떠한 서명도 받지 않은 채 영입을 확신한 건 전남의 실수였다.

브라질 공격수를 찾고 있던 대전이 바이오 측과 접촉한 건 1월초였다. 바이오의 현지 에이전트가 대전에 연락을 취해오면서, 전남이 아닌 대전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대전이 안드레 루이스를 영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이오 측이 관심을 보였다.

대전이 바이오를 하이재킹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전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급히 바이오 측에 연락해 한국에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구단 간 합의만 믿고 선수와 계약체결을 간과한 전남은 결국 바이오를 빼앗겼다. 모든 게 전남의 무능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전남의 무능은 바이오 영입 실패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최근에 경남FC로 이적한 닉 안셀과 계약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전남은 지난해 8일 안셀과 재계약을 발표했는데, 며칠 뒤 경남이 그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경준 감독이 뒤늦게 안셀과 계약해지를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전남이 얼마나 콩가루 집안처럼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무능은 무능으로 끝냈어야 했다. 자신들의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무책임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더욱 망신을 사게 됐다.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오랫동안 준비한 성명이었다. 전남은 바이오 영입 실패에 대한 팬들의 반발을 우려해 1월 중순부터 대전에게 화살을 돌릴 성명을 준비했다. 대전이 바이오 영입을 발표할 때만 기다렸고, 이에 맞춰 성명을 공개한 것이다.

공개된 전남의 성명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 새로 창단한 대전의 임원들이 한국프로축구연맹출신임을 강조하면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비도덕적이고 신뢰와 동업자 정신을 해치는 행위'라고 했다. 또한 대전의 행위를 '새치기'라 말하며 '상식선을 벗어난 치졸한 행위'라는 원색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K리그 역사에서 이런 성명은 또 없었다. 무능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의 과오를 다른 구단의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누구를 위한 성명인지 의문이 든다. 더 나아가 대전의 구단주 KEB하나은행의 기업 이념까지 언급하는 치졸함의 극을 보여준다.

반대로 묻고 싶다. 전남의 이번 성명이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추구한다는 포스코의 경영이념과 일치하는지 말이다. '겸손과 존중의 마인드로 배려할 줄 아는 인재'를 지향한다는 그들의 인재상과 일치하는지도 돌이켜봐야 한다.

전남은 K리그를 대표하는 전통 명가였다. 전남 지역 유일한 프로 구단으로서 도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구단이다. 25년의 역사에서 노상래, 김태영, 김도근, 김남일 등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고, 유스시스템을 통해 김영광, 윤석영, 지동원, 김영욱, 이종호, 이슬찬, 허용준, 한찬희 등을 키워내며 전남을 넘어 한국 축구의 산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전남의 영광스러운 역사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모기업의 관심이 멀어진 뒤 방만한 경영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특정 에이전트와 유착 관계, 사무국 내 알력 싸움, 이해할 수 없는 낙하산 인사 등 현재 전남을 둘러싼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능과 무지, 무책임함. 이 모든 게 담겨있는 전남의 성명을 보면, 그들이 왜 찬란한 역사를 뒤로한 채 K리그2에 머물러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남드래곤즈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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