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ZOOM-IN] 울산 호랑이굴에 양탄자 깔렸다... 19년 만에 잔디 교체
입력 : 2020.02.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선수들이 전보다 나은 환경에서 경기력 향상과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울산시설공단 관계자의 이야기다. 울산 현대 보금자리인 호랑이굴에 양탄자가 깔렸다.

울산이 2020시즌 사계절 내내 푸르고 건강한 잔디에서 뛴다. 울산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울산종합운동장을 홈 경기장으로 썼다. 문수축구경기장이 잔디 교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수개월간 공사 끝에 문수축구경기장 그라운드가 자태를 뽐냈다.

울산은 11일 오후 7시 30분 새로운 잔디 위에서 FC도쿄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F조 1차전을 가진다.

경기 전날(10일) 김도훈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이 새 단장한 문수축구경기장을 공식 훈련을 소화했다. 푸른 잔디가 눈에 들어왔다.

문수축구경기장은 2001년 완공됐다. 개장 후 19년 만에 잔디 교체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김도훈 감독, 선수들, 구단 관계자 모두 엄지를 세울 만큼 최고의 그라운드로 변신했다.



울산시설공단 김재후 차장은 ‘스포탈코리아’를 통해 “기존 잔디는 국내 실정에 다소 맞지 않은 페레니얼 라이그라스와 켄터키 블루그라스가 섞여 있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위해 문수축구경기장이 조성됐을 때(메뉴얼에 빨리 자라는 라이그라스 혼합 적용)부터 지난해까지 이 잔디를 계속 썼다. 여름이 지나면 잔디가 죽는 현상이 발생했다. 8월이면 그라운드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20년 동안 쓰다 보니 안 좋은 균들이 번식하고 잔디가 자라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울산은 2016년 5월부터 문수축구경기장 관중석, 편의 시설 등 시설 교체 및 보수 공사를 순차적으로 진행, 12월 말 완공했다. 2017년부터 파란색으로 뒤덮인 호랑이굴로 재탄생했다. 이 사업은 총 19억 2,100만 원 사업비(국비 5억 7,000만 원, 시비 13억 5,100만 원)가 들어갔다. 남은 건 잔디였다. 울산 구단과 울산광역시가 교감을 나눴고, 힘을 모아 지난해 실행에 옮겼다. 연구와 노력 끝에 최상의 그라운드가 탄생했다.

김재후 차장은 “켄터키 블루그라스는 미국과 유럽산이 있다. 특히 미국에서 국내로 많이 들여온다. 이번에 켄터키 블루그라스(100%)로 완전히 바꿨다. 1년 반 이상의 기간이 있었다면 파종을 할 수 있었지만, 넉넉지 않았다. 예를 들어 대한축구협회가 이전할 천안에 파종으로 잔디를 키우고 있다. 문수축구경기장은 파종할 시간이 부족해 뗏장(국내 업체가 수입한 잔디를 시설공단이 구입 후)으로 했다. 하부에 토사 50cm 정도를 깔았다”고 밝혔다.

현재 문수축구경기장, 전북 현대의 홈 경기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도 켄터키 블루그라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 잔디를 쓰는 이유는 우리나라 토지와 기후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우리는 페레니얼 라이그라스를 사용하는데, 한국은 왜 켄터키 블루그라스를 쓰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김재후 차장은 “한국 기후에서는 페레니얼 라이그라스 잔디가 못 버틴다. 특히 여름 혹서기, 무더위에 취약하다. 여름에 잔디색이 변하고 생육할 수 없다. 켄터키 블루그라스가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견디는 힘이 있다”는 이유들 들었다.

최근 축구계에 정식으로 도입된 하이브리드 잔디에 관해서도 전해들었다. 김재후 차장은 “하이브리드는 천연 잔디와 인조잔디를 함께 쓴다. 장단점이 분명하다. NFC(파주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지난 가을에 파종해 1면이 들어섰다. 아직 상용해서 쓰는 곳은 없다. 국내 실정에 맞는지 여부를 조사했는데, 모험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에 적용한 믿을 만한 데이터가 없어 하이브리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잔디뿐 아니라 골대, 스프링클러 등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재후 차장은 “현재 전북이 쓰는 골대와 같다. 일반적인 축구장 골대는 디귿 형태다. 골대 양쪽 하단(기둥)을 박는 형식이라 설치 과정이 힘들다. 캠핑용 지지대 같은 도구로 박고 세워야 한다. 그물 태도 안 살고, 잔디도 손상됐다”면서, “새로 도입된 골대는 하단에도 기둥이 있다. 잔디 아래에 길게 박혀(골라인을 따라) 있다. 안전하다. 잔디 손상도 덜하고, 그물도 깔끔하게 설치 가능하다”는 장점을 설명했다.

이어 “기존 스프링클러는 각도 조절이 안 돼 물이 관중석으로 향하기도 했다. 이 역시 각도 조절이 가능하게 설계했다. 경기장 배수 시스템도 최신식으로 개선했다”며, “이번 사업에 국비와 시비를 합쳐 10억 원을 지원 받았다. 잔디를 바꿨으니 선수들이 잘 사용하는 일만 남았다. 여름이 지나도 건강히 자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에 걸맞게 우리가 관리도 잘해야 한다. 울산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경기력 향상과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사진=스포탈코리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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