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캡틴' 이한샘 ''다시 군대에 온 마음...수원FC, 우승 이끌겠다''
입력 : 2020.02.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촌부리(태국)] 서재원 기자= 다시 군대에 온 마음이라고 했다. 수원FC '뉴 캡틴' 이한샘의 새 시즌 포부는 남달랐다.

이한샘의 축구 인생은 내리막이 익숙했다. 2012년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한 광주FC에서 프로 1년차 만에 강등의 아픔을 겪었다. 2013년 경남FC로 이적하며 빛을 보는 듯 했지만, 두 시즌 만에 두 번째 강등을 경험하게 된다. 프로 데뷔 3년 만에 두 번의 강등.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올까'는 자괴감에 휩싸였다.

참 풀리지 않았다. 2015년 강원FC로 이적해 주전 수비수로 도약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2016년에는 41경기나 출전하면서 팀의 승격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승격의 기쁨은 잠시였다. 승격 후 '팀 리빌딩'이라는 이유로 강원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 베스트11에 선정될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그였기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팀이 수원FC였다. 그러나 몸과 마음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이었다. 수원FC 이적 후 부상이 반복됐고, 그라운드와 멀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1년 동안 리그 9경기 출전에 그친 그는 자신감이 추락했고, K3리그 이적까지 고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끊임없이 추락하던 이한샘에게 전환점의 계기가 된 사건은 군입대였다. 박동혁 감독의 호출로 아산무궁화FC에서 군복무를 할 수 있게 됐는데, 그때부터 축구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2018년 FA컵 16강에서 멀티골을 기록, 전북현대 탈락의 이변을 만든 주인공으로 유명세를 타더니, 한 달 뒤에는 승부조작 제안 자진신고로 'K리그를 구한 영웅'이라는 칭호도 얻게 됐다.

군생활을 통해 새 사람, 새 선수로 다시 태어난 이한샘이 수원FC로 돌아온 건 지난해 8월이다. 문제는 전역 직전 당한 부상이었다. 그라운드로 돌아오는 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팀은 추락의 끝을 보여주고 있었고, 이한샘은 팀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이한샘이 2020시즌을 앞두고 다시 이를 악문 이유다. 수원FC에서 좋은 기억이 없는 게 사실이지만, 가장 힘들 때 자신을 받아준 팀을 위해 무언가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프리시즌에 임하고 있다. 지난달 태국 촌부리에서 만난 이한샘의 얼굴은 간절함과 처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 태국 전지훈련을 마쳤다. 전지훈련의 성과와 분위기를 설명한다면.

태국 전지훈련은 체력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올해 프로 9년차지만 이번 태국 전지훈련이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강조 높았던 것 같다. 선수들도 눈에 보이게 체중과체지방이 많이 빠질 정도였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훈련 중인데, 선수들 모두 체력적인 부분이 올라와 있다고 느끼고 있다. 힘든 훈련 속에 선수들 서로가 의지하면서 이겨내고 있다. 새로 들어온 선수들도 많은데, 서로 의지하면서 일원이 되는 느낌이다.

- 김도균 감독 부임 후 첫 프리시즌이다. 과거 감독들과 차이가 있는가.

감독님도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시다.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인성적인 면을 강조하신다. 개인보다 함께, 서로 같이 가야한다고 말하신다. 과거 수원FC는 선수들의 개인 성향에 의지를 많이 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김도균 감독님은 조직력에 초점을 두면서, 개인플레이보다 팀플레이를 먼저 생각하신다.

- 수원FC 축구가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고 들었다. 김도균 감독이 만드는 축구는 무엇이 새로운가.

한마디로 거미줄축구다. 끈끈함을 기반으로 세밀하고 촘촘한 간격을 유지해야만 가능한 축구를 배우고 있다. 11명 선수 전원이 공수에 모두 가담해야만 하는 공수전환이 빠른 축구를 선호하신다. 올 시즌 수원FC의 새로운 축구를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

- 수원FC의 주장으로 선임됐다. 본인이 주장으로 선임된 배경은 무엇인가.

태국에서 감독님과 고참들이 함께 미팅을 가졌다. 선배들과 동료들의 추천을 통해 주장직을 맡게 됐다. 이후 감독님께서 따로 부르셔서 "올해 고생 좀 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감독님께서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주셨다. 그만큼 감독님께서 팀을 우선시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주장으로서 새 시즌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다면.

무엇보다 한 팀의 주장이다. 그만큼 경기장에서나 생활적인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올 시즌은 내 자신을 내려놓고 팀의 성적으로 말하고 싶다. 우리 팀에는 경험이 많고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배들도 있다. 선배들과 소통을 통해 동료들의 고충을 함께 나눌 것이다. 어린 선수들도 팀의 애착을 갖고 그라운드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끌고 가는 리더십이 아닌, 모든 선수들이 긴 여정을 함께 가는 리더십을 보여주겠다.

- 주장으로 봤을 때, 올 시즌 기대되는 선수가 있다면.

마사 선수가 기대된다. 훈련할 때나 생활적인 면에서 정말 모범이 되는 선수다. 저도 옆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그라운드에서도 일본 선수답지 않은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놀라울 정도다. 올해 마사 선수가 자신의 커리어에 정점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 지난해 제대 후 뒤늦게 팀에 합류했다. 한 시즌 동안 수원FC의 안과 밖을 모두 경험한 선수로서,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는가.

밖에서 볼 때는 너무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느꼈다. 2019시즌은 상위권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시즌 초반에 연승을 달리기도 해서, 전역 후 복귀가 기대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역 후 팀으로 복귀해 경험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팀'이라는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이 우선이었고, 믿음과 인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성적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 사실 이한샘 선수 본인에게 수원FC에서 좋은 기억은 많지 않다. 오히려 타 팀에 있을 때 이름을 날렸다. 본인의 어떤 점이 문제였고, 새 시즌에는 그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인정한다. 2017년도에 강원에서 수원FC로 이적 후 부상으로 인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9경기라는 기록만 남기고 군대에 갔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 그땐 축구에 대한 열정이 부족했고 발전하려는 마음가짐이 없었다. 프로 선수가 가져야 할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군대에 가서 느꼈다. 수원FC에서 내가 보여준 모습들이 실력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다시 돌아갈 때는 성장해서 돌아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이제 한 차례 경험을 했고 올 시즌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새 시즌은 다시 군대로 돌아온 느낌으로 준비 중이다. 축구에 대한 열망은 물론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몸관리 또한 철저히 하고 있다. 먹는 것부터 자는 것까지 신경 쓰면서, 몸무게를 4kg 뺐다. 체지방률 체크까지 꼼꼼하게 하는 중이다. 내 스스로도 올 시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축구만 잘하는 게 중요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낀다. 개인 몸 관리부터 철저하게 해야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새 시즌에는 내 자신에게 부끄러움 없는 내가 되고 싶다.

- 지난 시즌이 끝나고 팀을 떠날 수도 있었다. 수원FC에 남게 된 이유는.

시즌이 끝나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만 들었다.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라는 말들이었다. 나도 기대가 컸다. 선수한테 좋은 일이라는 게 다른 건 없다. 좋은 연봉에 좋은 대우를 받는 팀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게 사실이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을지 몰라도 속으로는 많이 힘들었다. 마음도 쉽게 잡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을 앞두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내 실력이 부족하니 그런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은 새로운 감독님을 만나게 됐고 축구에 대한 열정을 다시 갖게 됐다. 올 시즌 내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또 팀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할 것이다.

-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인 목표는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다. 또 마지막에 꼭 우승 트로피를 들고 싶다. 아들에게 내가 뛰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 팀의 주장으로서, 아빠로서, 올 시즌은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 수원FC 팬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올 시즌 팬분들이 저희 경기력을 보시고 축구장에 꼭 와야겠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수원FC 팬분들이 팀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저희가 경기장에서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 선수들 뒤에서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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