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목소리] 박인혁 ''부진은 모두 제 탓...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
입력 : 2020.02.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남해] 서재원 기자= 박인혁(대전하나시티즌)이 '황새' 황선홍 감독의 지도 아래 다시 태어날 것을 다짐했다.

박인혁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였다. 영등포공고 시절부터 '박인혁'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경희대 시절에도 활약은 계속됐고, 그 사이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주요 자원으로 활용되곤 했다. 2015년 독일 호펜하임이 그를 영입할 때만해도, 한국 축구에 또 한 명의 대형 스트라이커가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독일은 기회의 땅이 아니었다. 호펜하임 입단과 동시에 FSV프랑크푸르트(2부)로 임대됐는데, 5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적응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FC코페르(슬로베니아), FK보이보디나(세르비아) 등으로 임대를 전전하면서 조금씩 잊혀져갔다.

유럽에서 실패를 경험한 뒤 돌아온 곳이 대전이었다. 떠날 때는 '금의환향'을 꿈꿨지만, 돌아온 곳이 K리그2였으니 자존심에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도 생각했다. 3년 동안 제대로 뛰지 못해 몸 상태가 엉망이었음에도, 자존심만 높았다. 그러니 경기가 풀리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K리그 데뷔 첫 시즌에 7골 3도움.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박인혁이라는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했다. 본인이 더 그렇게 느꼈다. 그러다보니 마음만 급해졌다. 그 결과 지난 시즌 기록은 3골로 뚝 떨어졌다. 박인혁 본인도 "최악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다시 잡았다. 경남 남해에서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는 박인혁은 "올해가 마지막이다"는 심정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8일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그는 "감독님이 부임하시기 전부터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황선홍 감독님을 만났는데, 제가 득볼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이 경험하신 부분을 제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어린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는데 기대만큼의 성장을 하지 못했다.

누굴 탓할 게 아니라, 전부 제 탓인 것 같다. 제가 노력을 안 하고 안주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올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전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어야 했다. 올해는 누구보다 간절하고 절실하게 할 생각이다.

-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작년 때문이다. 공격수가 경기 수에 비해 포인트가 없다보니,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누구나 새 시즌에 앞서 새롭게 준비하는 마음을 갖지만, 저에게는 더 특별하다. 시작부터 단단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 팀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빠른 시간 안에 기업구단으로 변모했다. 마음이 여유로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건 구단의 일이다. 제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분별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 고종수 감독은 박인혁 선수에게 '가진 게 많은 선수인데, 노력을 더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왔다.

데뷔 첫 해나, 지난 시즌이나 합리적이지 못한 자존감이 높았던 것 같다. 올해는 제 자신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 심판에 대한 항의 때문에 경고를 자주 받았다.

그러면 안 된다고, 하지 말자고 매일 생각하는데, 경기에 들어가면 잘 고쳐지지 않았다. 올해는 그냥 입을 다물고 축구만 하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경고를 받아 놓친 경기가 2~3경기 된다. 팀 입장에서도 안 좋은 일이다. 올 시즌에는 경고를 하나도 안 받는 게 목표다.

-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모든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포인트는 생각 안하고 있다. 지금처럼 열심히, 낮은 자세로 경쟁하다보면 출전 횟수도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올해는 경기장에 많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승격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

- 대전에서만 3년째다. 처음 왔을 때 이렇게 오래 있을 줄 알았나.

사실 첫 해 끝나고 이적하려고도 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꼬이면서 팀에 남게 됐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대전이라는 팀이 제게 새로운 기회를 줬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더 오래 뛰고 싶은 마음이다. 무엇보다 팀 승격을 이끌고 싶다.

- 기존 선수들 중에서는 대전에 오래 있는 축에 속한다. 본인 마음가짐이 달라졌나.

3년차이기도 하고, 기존에 남아있던 선수이기 때문에 감독님이 제게 부주장이라는 책임을 주셨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안일해질 수 없는 것 같다. 중참이기 때문에 밑에 친구들을 이끌려고 하고 있다.

- 최전방에 바이오와 안드레 루이스가 설 확률이 높다. 본인의 포지션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건가.

센터 포워드도 보지만, 훈련은 주로 사이드에서하고 있다. 감독님께서 전술적인 부분과 조직적인 부분을 많이 말씀해주신다. 제가 개인적으로도 단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수비인데, 사이드에 서다보면 수비 가담을 더 자주하게 될 것 같다. 그러면 단점도 보완될 거다. 요즘엔 비디오를 보면서 많이 공부하고 있다.

- 감독님이 측면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하셨다. 경쟁이 치열한가.

한 자리에 2~3명이 있다 보니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없다. 경쟁의 연속이다. 다쳐도 쉬면 안 될 것 같다. 모두가 같은 생각인데, 그런 부분이 시너지가 돼서 개막전부터 나타날 것 같다. 개막전이 다가올수록 형들이 예민해지는 것도 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더 잘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 어느 팀이 대전의 경쟁 상대가 될 것 같나.

경남FC와 제주유나이티드가 대전과 삼파전을 이룰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저는 경남과 제주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전남드래곤즈도 작년에 강등된 뒤 적응을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K리그2는 정말 힘들다. 오히려 기존에 있는 팀들을 경계하고 싶다.

- 최근 연습경기에서 K리그1 소속 강원FC를 이겼다고 들었다.

그 경기 이후 팀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생겼다. 강원은 거의 1군이 나왔다.

- 경남과 개막전 어떻게 전망하는가.

솔직히 개막전이라는 것도 있지만, 강원전 때만큼만 하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경남이 어떻게 하는지 보지는 못했는데, 저는 저희 팀에 대한 확신이 있다. 우선 개막전에 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로테이션을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 아직까지 윤곽은 안 나왔다. 지금은 오른쪽 사이드로 많이 뛸 것 같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