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020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키움 히어로즈 테일러 모터
입력 : 2020.04.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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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모터,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외야수, 우투우타, 185cm, 84kg, 1989년 9월 18일생

2019시즌 AA 70경기 285타석 8홈런 0.206/0.298/0.343


[스포탈코리아] 키움 히어로즈는 2020 KBO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지난해 키움과 함께 3강을 이뤘던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는 각각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인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잃었다. 우승을 노려볼 만한 상황에서, 키움은 제리 샌즈(한신 타이거스)의 대체 선수로 테일러 모터를 영입했다. 샌즈는 지난 시즌 WAR 6.16으로 역대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선수다. 과연 모터는 팀에 6승을 가져다준 선수를 대체할 수 있을까?


배경

모터는 2008년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코스탈 캐롤라이나 대학에 진학했다. 그가 있던 3년간 코스탈 캐롤라이나 대학은 미국 대학 야구 리그(NCAA)에서 승률 0.758(144승 46패)을 기록했는데, 특히 2009-2010시즌에는 승률 1위를 차지했다. 모터는 3년간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643타수 홈런 18개, 타율 0.303, 출루율 0.405, 장타율 0.482를 기록했다. 적은 홈런 수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 시절부터 장거리 유형의 타자는 아니었다. 당시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춘 2루수가 지난해 메이저리그 올스타 2루수로 선정됐던 토미 라 스텔라(LA 에인절스)였다.

모터는 2011년 신인드래프트 17라운드 전체 540순위로 탬파베이 레이스에 입단했다. 입단 이후엔 마이너리그 단계를 차례로 밟으며 2015년 마이너리그 최고 단계인 AAA까지 승격했다. 내야수로 입단한 그는 이 과정에서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났다. 2015년엔 AAA에서 127경기에 출전해 OPS 0.837의 준수한 성적으로 메이저리그 승격 가능성을 높였다.

마침내 모터는 2016년 5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33경기에서 OPS 0.590에 그쳤다. 그리고 시즌 후 시애틀 매리너스로 트레이드됐다. 이듬해 92경기에 나서며 데뷔 이후 가장 많은 빅리그 출전 기회를 받았으나, 타격에서 부진하며(OPS 0.583)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모터는 2018년 5월 방출 대기(Designated For Assignment) 된다. 이후 마이너리그, 미국 내 독립리그, 도미니칸 윈터리그를 오가며 여러 차례 방출과 입단을 반복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산하 AA 구단인 미들랜드 락하운즈에서 방출된 후 도미니칸 윈터리그로 향했다. 그리고 한 달 뒤, KBO 외국인 선수 중 최저 연봉인 35만 달러를 받고 키움에 입단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타격


<모터의 2015~2019년 타격 성적>


모터가 빅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타격이다. 마이너리그에선 가능성을 보였으나 2018년부터는 마이너리그에서도 OPS 0.650을 넘기지 못하며 부진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최근 2년간 모터가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은 원인이 부상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미니칸 윈터리그에서 얼굴에 공을 맞은 트라우마 때문에 본인의 타격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터가 타격 슬럼프를 겪기 시작한 시점은 사고 이전부터다. 공을 맞은 것은 2018년 마이너리그 시즌이 끝난 후지만, 모터는 2018시즌 마이너리그에서 88경기 OPS 0.629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최근 2년간 모터의 타격 성적이 떨어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타격 스타일 변화에 있었다.


<모터의 구종별 기대 타율>


* 패스트볼 계열은 포심·투심·커터, 브레이킹볼 계열은 슬라이더·커브, 오프스피드 계열은 체인지업·포크볼이다.


<모터가 생산해낸 타구 종류 비율>


* Under, Topped는 스탯캐스트가 분류한 6가지 타구 종류 중 2가지다. Under는 공의 밑부분을 칠 경우 만들어지는 뜬공 타구(평균 타율 0.075), Topped는 공의 윗부분을 치면 만들어지는 땅볼 타구다(평균 타율 0.179).

모터는 원래 메이저리그에서 포심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7년 모터의 타구 종류를 보면 Under 타구 비율이 높다. 변화구 타격 포인트는 비교적 맞췄지만, 변화구보다 상승 무브먼트를 가진 포심은 맞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 뜬공 비율이 가장 높았던 구종 역시 패스트볼 계열이었다.

이에 모터는 2018년부터 포심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포심 대응은 좋아졌지만, 변화구 대응이 나빠졌다. 떨어지는 무브먼트를 가진 변화구에 타격 포인트를 맞추지 못해 Topped 타구 비율이 높아졌다. 표본은 적지만, 오프스피드의 땅볼%는 2017년 38.1%에서 2018년 100%(6개)로 급증했다.


<모터의 타격 정보>


*Weak(평균 타율 0.207), Flare/Burner, Solid, Barrel(평균 타율 0.500 이상)은 스탯캐스트가 분류한 6가지 타구 종류 중 나머지 4가지다.

또한 모터는 당겨치는 성향이 강했던 타격을 컨택 위주로 바꿨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모터가 평균 수준의 파워를 갖고 있으나, 스윙이 너무 크고 적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모터는 2018년부터 스윙 빈도를 줄이고 당겨 치는 성향 역시 줄였다. 그 결과 배트에 공을 맞히는 빈도는 높아졌지만, 질 좋은 타구(Flare/Burner, Solid, Barrel)가 줄어들고 빗맞은 타구(Weak)만 늘어났다. 결국 2018년 OPS는 0.472까지 떨어졌다.


<모터의 타구 정보>


이런 시도는 성적 하락뿐 아니라 타격감까지 잃게 했다. 모터의 마이너리그 땅볼% 및 뜬공%는 2018년 이후로 크게 오락가락했다. 50%를 넘기던 당겨 치는 타구 비율 역시 매우 감소했다. 본인의 타격 스타일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2016~2019년 모터의 볼넷 비율. MLB 평균은 8.3%>


모터의 타격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꼽자면 준수한 선구안이다. 그는 프로 지명 당시부터 선구안이 좋다고 평가받았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모터가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격 슬럼프를 겪은 2018년 이후로도 모터의 준수한 선구안은 유지됐다.


수비 및 주루


<모터의 통산 수비 기록>


모터의 가장 큰 장점은 수비다. 포수를 제외한 모든 수비 포지션에서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의 모습을 보여줬다. 병살 플레이, 실책, 수비 범위, 송구 부문에서 모두 –2~+2점 사이를 기록했다. 특출나진 않지만 뒤떨어지지도 않는다. 0점의 기준이 메이저리그임을 생각하면, KBO에서 모터의 수비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5~2019년 모터의 주루 기록>


주루는 평범한 수준이다. 모터는 2011년부터 6년 연속 15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준수한 주루를 보여줬으나, 2017년부터 도루 개수가 5개 내외로 줄었다. 감퇴한 주력이 메이저리그 중하위권 수준임을 고려하면 느린 선수는 아니다.


모터는 키움에 필요한 선수였을까?

키움은 지난해 KBO에서 가장 강력한 테이블 세터와 클린업(서건창, 김하성, 이정후, 박병호, 샌즈)을 가진 팀이었다. 이 중 샌즈가 떠나면서 5번 타순에 설 새로운 타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모터는 공격보다 수비가 좋은 선수다. 키움도 모터의 타격을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김 단장은 모터를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고 영입한 선수’라며 ‘타율 2할 8푼, 홈런 15개 정도면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샌즈가 기록한 성적(타율 0.305, 홈런 28개)과는 차이가 크다.

물론 모터는 수비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다. 손혁 키움 감독은 모터를 3루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키움 투수진의 땅볼/뜬공 비율은 1.12로 리그 2위다. 3루수 모터는 땅볼 유도가 많은 투수진에 안정감을 줄 것이다.

그럼에도 키움의 모터 영입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키움 3루수들의 WAA(수비 승리 기여)는 리그 2위다. 그리고 키움에는 5번 타순을 소화할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포수 이지영(2019년 OPS 0.632), 2루수 김혜성(OPS 0.691), 확정되지도 않은 주전 외야수 2명은 5번을 맡기에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키움에 필요한 외국인 선수는 수비형 내야수가 아닌, 붙박이 5번으로 활약할 공격형 타자였다.


전망

모터의 수비는 뛰어나다. 선구안과 파워도 준수하고, 2년 전까지는 마이너리그 수준에서 타격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빅리그에서 성공을 위해 타격 스타일을 바꾸며 본래 능력까지 잃고 말았다. 모터가 2년 전 본인의 스타일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물론 만 30세 선수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과연 모터는 키움 팬들의 머릿속에서 제리 샌즈라는 이름을 지워낼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당주원 칼럼니스트 / 에디터=도상현, 조예은


기록 출처: Baseballsavant, Baseball-Reference, Baseball America, Fangraphs, NCAA.com, Baseball Prospe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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