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020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SK 와이번스 닉 킹엄
입력 : 2020.05.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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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킹엄, SK 와이번스

선발투수, 우투우타, 196cm, 106kg, 1991년 11월 8일 생(만 28세)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 148등판(143선발) 768.1이닝 ERA 3.51

2019시즌 메이저리그 성적: 25등판(4선발) 55.2이닝 ERA 7.28


[스포탈코리아] SK 와이번스 선발진은 지난해 65승을 거두며 KBO 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승리를 합작했다. 문제는 그중 34승이 1선발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2선발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몫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어진 스토브리그에서 SK는 선발진의 두 기둥을 잃었다. 새로운 1선발이 필요해진 SK는 닉 킹엄을 선택했다.


배경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의 킹엄은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팀의 3~4선발 역할로 성장해 주리라는 기대를 받았고, 한때는 타일러 글래스노(템파베이 레이스)와 제임스 타이욘(피츠버그) 이상의 속도로 마이너리그 단계를 밟아 나갔다. 그러나 킹엄은 메이저리그 승격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재활을 마친 뒤 뒤늦게 메이저리그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렇게 마주한 빅리그의 벽은 그에게 너무 높았다. 그가 미국에서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어보자.

킹엄은 프로 지명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망주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아마추어 시절의 그를 두고 거대한 체격과 부드러운 투구 동작, 평균 이상의 체인지업을 지녔다며 빠르면 2라운드에도 지명될 수 있다고 평했다. 킹엄은 결국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117순위로 피츠버그에 입단했다. 피츠버그는 이때 오리건 주립 대학의 장학금 제안을 받았던 킹엄을 설득하기 위해 슬롯 머니(지정 계약금)의 두 배가 넘는 48만 달러의 계약금을 안겼다.


<2014년 당시 킹엄의 잠재력을 평가한 20-80 스케일*>


* 20-80 스케일: 미국에서 선수를 평가할 때 자주 사용하는 스케일. 50이 평균적인 수준을 뜻하고, 숫자가 높을수록 강점으로 볼 수 있다.

킹엄은 마이너리그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며 피츠버그의 기대에 부응했다. 트리플 A 무대를 밟은 2014년에는 MLB 파이프라인이 선정한 유망주 랭킹에서 전체 58위에 올랐다. 주로 호평을 받은 대목은 훌륭한 컨트롤과 커맨드, 높은 릴리스 포인트와 깔끔한 투구 폼이었다. 트리플 A 시절 은사인 딘 트레너 감독 역시 킹엄의 최대 장점으로 패스트볼 커맨드를 꼽았다. 패스트볼은 시속 90~93마일 사이에서 주로 형성됐지만, 큰 키 덕분에 체감 구속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는 호평이 있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무기였던 체인지업 역시 포심과 유사한 팔 동작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당시 킹엄은 피츠버그에서 장차 3~4선발을 맡아줄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성장세만 놓고 보면 피츠버그 최고 투수 유망주였던 타이욘(2010년 1라운드 지명)과 글래스노(2011년 5라운드 지명)보다도 빠르다는 평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부상이 찾아왔다. 빅리그 데뷔를 목전에 뒀던 2015년, 킹엄은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마감했다. 재활을 마친 2017년 다시 트리플 A로 복귀했지만, 빅리그 선발 로테이션 진입 전망은 이전만큼 긍정적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가능성 있는 정도 수준으로 어두워져 있었다.


<킹엄의 메이저리그 성적>


킹엄은 2018년 4월 마침내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뤄냈다. 데뷔전에서 7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그뿐이었다. 이후 킹엄은 부진에 빠지며 데뷔 시즌을 ERA 5.21로 마무리했다. 2019시즌에는 선발 경쟁에서 밀려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고, 불펜에서마저 부진했다. 6월에는 피츠버그에서 방출 대기(DFA) 됐고, 이적해 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도 8월에 방출 통보를 받았다. 2019년 최종 성적은 ERA 7.28. 그렇게 지난해 11월, 킹엄은 SK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스카우팅 리포트

기대 요소 ①뛰어난 제구

킹엄은 좋은 제구를 가졌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컨트롤과 커맨드*가 모두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2013년에는 피츠버그 투수 유망주 가운데 가장 컨트롤이 좋은 투수로 선정됐다.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 허용 역시 2.44개로 적다. 메이저리그에서는 3.49개로 조금 많았는데(MLB 평균 3.27), 이는 킹엄이 빅리그 타자들을 맞아 지나치게 코너 워크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킹엄이 기록한 44%의 edge%(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로 들어간 투구의 비율)는 리그 평균인 39%보다 높았다.

*컨트롤: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는 능력 / 커맨드: 공을 원하는 곳에 넣는 능력.

기대 요소 ②변화구 완성도


<킹엄의 메이저리그 구종별 기록>


wOBA(가중출루율): 안타, 볼넷, 홈런 등의 각 이벤트마다 득점 가치를 매겨 타자의 생산력을 나타내는 지표. xwOBA는 타구의 질을 근거로 계산한 wOBA의 기댓값이다.

수준 높은 변화구도 강점이다.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정도 성적을 기록했다. 체인지업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정교하게 제구되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2013년에는 피츠버그 투수 유망주 가운데 최고의 체인지업으로 선정됐다. 커브는 휘어지는 각이 크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지난해 킹엄이 던진 커브의 수직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1.6인치, 수평 무브먼트는 1.2인치 더 컸다.

지난 시즌 들어 무슨 이유인지 구사를 중단하다시피 했지만(구사율 2018년 12% → 2019년 1%), 슬라이더 역시 준수한 지표를 남긴 구종이었다. 킹엄의 슬라이더는 2018년 한 해 동안 43.9%의 헛스윙 유도 비율(리그 평균 35.9%)과 리그 평균보다 낮은 0.244의 xwOBA를 기록했다. 킹엄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슬라이더를 다시 구사했다고 하는데, KBO 리그에서는 슬라이더를 얼마나 구사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불안 요소 ①너무 많은 피홈런

킹엄의 가장 큰 단점은 피홈런이다. 킹엄은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9이닝당 1.98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다. 게다가 새로운 홈 구장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은 홈런이 나오기 쉬운 구장이다.


<킹엄의 2014년 이후 타구 허용 기록(부상이던 2015~2016년은 표본 부족으로 제외)>


반등 요소는 있다. 근래 메이저리그가 공인구 논란 속에 극심한 타고투저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킹엄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비슷한 수준의 땅볼/뜬공 비율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피홈런도 0.64개로 준수했다. 문제는 메이저리그 승격 후 급등한 홈런/뜬공 비율이었다. 그가 메이저리그 공인구의 피해자였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상대한 타자들의 수준 상승을 감안해야겠지만,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의 평균 홈런/뜬공 비율 역시 1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인구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반면 KBO 리그는 지난해 공인구 반발력을 낮추며 투고타저 흐름으로 변화했다. 상대 타자들의 수준도 마이너리그 쪽에 더 가깝다. 피홈런 감소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불안 요소 ②패스트볼

킹엄이 빅리그에서 고전한 핵심 이유는 포심 패스트볼의 경쟁력 부재였다. 평균 구속부터가 148km/h로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고, 11%에 그친 땅볼 유도 비율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100구 이상 구사 기준). 상승 무브먼트 또한 7.8인치로 336명 투수 중 220위에 불과했다(50이닝 이상 소화 기준).


<킹엄의 구종별 xwOBA>


하지만 여기에도 반등 요소는 있다. 148km/h의 평균 구속은 메이저리그에선 평균 이하였지만, KBO 리그에선 4위에 해당한다(규정 이닝 소화 기준). 땅볼 유도 능력 역시 KBO 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는 정상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MLB 파이프라인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2017년 트리플 A 시절 킹엄은 패스트볼을 무기로 많은 땅볼을 양산했다.


<그림1. 우타자 상대 포심 히트맵(포수 시점). 2018년(좌), 2019년(우)>



<그림2. 우타자 상대 포심/슬라이더/커터/커브 히트맵. 2018년(좌), 2019년(우)>


또 한 가지 주목해 봐야 할 요소는 커맨드다. 킹엄은 지난해 우타자 상대로 커맨드가 흔들리면서 포심 성적 또한 나빠졌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킹엄은 우타자를 상대할 때 포심을 바깥쪽으로 구사한다. 그림2는 킹엄이 우타자 상대 바깥쪽으로 구사하는 4가지 구종(포심, 슬라이더, 커터, 커브)의 히트맵이다. 2018년에는 우타자 바깥쪽으로 낮게 제구된 공이, 2019년에는 가운데로 높게 몰린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스트라이크 존 밖을 절묘하게 공략하던 유인구도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바깥쪽 4가지 구종과 포심의 히트맵이 거의 유사해졌고, 타자들은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포심을 쉽게 공략할 수 있었다 KBO에서 커맨드를 조금만 가다듬는다면 지난해와 같은 부진은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커맨드가 워낙 좋은 킹엄이기에 개선 가능성 또한 높다.


전망

메이저리그에서는 실패했지만 킹엄은 기본적으로 지닌 것이 많은 투수다.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 출신이고, 성공적인 마이너리그 경력을 갖고 있으며, 구단이 미래 선발 자원으로 공들여 육성한 유망주였다. 선발 경험도 풍부하고(마이너리그 통산 148등판 143선발), 나이도 아직 젊다.

SK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다.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핀토가 ‘변수’라면, 킹엄은 ‘상수’다. SK는 킹엄을 기본적으로 10승 이상을 해 줄 투수로 생각하고 있다. 큰 기대를 받는 1선발 자원이 부진하면 구단의 시즌 구상에도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몸 상태는 어떨까. 부상 경력은 있지만 크게 불안하지는 않다. 팔꿈치는 2015년 토미 존 수술 이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2018년에는 풀타임 선발로 28경기에서 143.1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시즌 8월에는 왼쪽 복사근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는데, 일단 스프링캠프와 구단 자체 연습경기는 이상 없이 소화 중이다.

과연 킹엄은 부상 이슈 없이 SK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KBO 리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수준의 투수임은 분명하다.


야구공작소
당주원 칼럼니스트 / 에디터= 곽찬현, 이의재


기록 출처: Baseball Savant, Baseball-Reference, Baseball America, Fangraphs, Baseball Prospectus, MLB Pip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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